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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3의성지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로 가는 길 9


                       글&사진 윤경남 Yunice Min


 

 
Alcaza of Toledo사진&글 Yunice 경남
 
      아, 밤이여 길잡이여 
      새벽도곤 한결 좋은 아, 밤이여
             굄하는 이와 굄받는 이를
      님과 한 몸 되어버린 고이는 이를 
      한데 아우른 아하, 밤이여

 

    이 시는 십자가의 성요한이 톨레도 수도원감옥에서 쓴 '가르멜산의 어둔밤’ (최민순신부 옮김) 이다. 아빌라의 예수의 데레사성녀와 십자가의 요한성인이 개혁 이란 이름으로 온갖 박해를 무릅쓰며 일군 가르멜수도원’. 그 이름은 엘리야의 신비가 깃든 가르멜산에서 온다.

몇해 전에 이스라엘에 갔을 때 올랐던 엘리야의 동상이 서 있는 가르멜산, 포도밭이 질펀하고 올리브나무가 무성한 그 산 길을 밤중에 올랐다면, 십자가의요한이 쓴 가르멜산의 영적인 어둔밤을 체험했으리라. 예수의데레사와 십자가의요한의 모습을 리야의 우물가에서 만날수도 있었을테고. 그곳이 바로 관상 수도회의 표지판 같은 가르멜수도회의 원천임을 이제야 알았으니.


십자가의 성요한’(1542-1591)은 중세 가톨릭교회의 쇠양 배양한 모습과 종교개혁 운동에 자극을 받아 가톨릭교회 내에 자성파 혁신운동을 벌인다. 그 선봉이며 그의 영혼의 길벗인 아빌라의 예수의데레사의 격려로 남성수도원 운동을 일으키고 개혁 가르멜에 적극 협력하지만, 보수교단 성직자들의 방해와 저항으로 결국은 그 보수교단에 납치되어 톨레도의 수도원에 9개월 동안 갇혀지내면서, 신비스런 자신의 신앙체험을 시와 그림으로 남겼다.

가르멜의 산길”, “어둔 밤”, 내 그 샘을 잘 아노니”, “영혼의 노래”, “사랑의 산 불꽃. 그의 그림 중에 예수님이 매달린 십자가를 뒤에서 내려다 보며 그린 것은 하느님이원하시는 십자가의모습일까?

                                       

십자가의요한은 예수의데레사 수녀의 요청으로 아빌라의 엔까르나씨온 수녀원의 고해신부로 1572년부터 5년동안 영적 지도에 협력하기도 했다. 그때 후안 파비오2세로부터 받은 친서와 황금빛 큰 성작이 지금도 그곳에서 오누이 같은 두 동역자를 그리워하고 있는듯했다.


  십자가의 삶을 그리면서도 늘 외면하며 살고 있는 우리에게 십자가의요한은 어둠과 빛, 고통과 기쁨, 희생과 사랑이 긴밀하게 결합되어있음을그의 생애와 작품들을 통해 일깨워준다. 험한 파도 같은 그의 삶을 마감한 후에 시복되고, 교회박사로, 그리고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모든 시인들의 수호성인으로 선포한다(1993). 예수의데레사의 고전적인 산문과 십자가의요한의 운문은 스페인고전문학에 영성분야의 쌍벽을 이루고 있고.  


  이상하게도 십자가의요한이 갇혀있던 수도원감옥은 톨레도 지도에 없고, 사람들에게 물어 겨우 십자가의성요한 기념교회 앞에 이르렀다. 교회라기 보다는 뾰죽돌탑 같은 건물의 돌담 앞에, 한 손엔 십자가를 다른 한손엔 성경을 들고 마치 어둔밤을 겪은 감옥에서 빠져나와 둘레를 살피며 서있는듯한 그의 하얀동상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교회 안에 들어가지 않아도 십자가의요한은 그곳에 선채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는듯 했다.       

 

마드리드에서 한 시간가량 버스로 달려온 옛날 역사박물관 같은 톨레도에서 먼저 보고 싶은 것은 십자가의요한이 갇혔던 수도원 감옥과 엘 그레꼬의 그림들이었다.

십자가의요한은 몰라도 엘 그레꼬를 물으면 아이들도 그의 미술관으로 우리를 끌고 갈 정도였다. 그리이스의 그레타 사람 임을 자부하는 이름을 가진 엘 그레꼬의 미술관으로 가는 골목길은 마치 서울의 인사동 길같이 고풍스럽고 구불구불 돌아가는 담벽위로 아름다운 그림자가 드리워있다.

엘 그레꼬(1541-1614)는 그레타섬에서 초기미술교육을 받고 이탈리아에서 청년시절을 보내지만, 1577년부터 마지막까지 톨레도를 제2의고향처럼 지키며 궁정화가의 길을 걷는 한편 성화를 그려 신비와 예술의 극치감을 길이 맛보게 해준다.

 

겟세마네의 그리스도에서 여늬 화가의 그림에 나타나는 달빛을 보여주지 않고, 하늘의 아버지로부터 내리는 사랑의 빛이 예수의 얼굴에 일직선으로 비추게 하였다. 고통을 사랑의 빛으로 승화시킨 이 상징은 십자가의요한이 어둔밤이기에 더욱 빛나는 그리스도와의 일치의빛을 체험하는 장면을 연상케 했다.

그의 생가와 붙어있는 엘 그레꼬 미술관을 압도하며 걸려있는 톨레도의 경관과 계획은 그의 말년의 그림이다. 한 소년이 톨레도의 지도를 펼쳐놓고 그의 계획을 꿈꾸는듯, 하늘엔 성모님이 천사들에게 둘러싸여 내려오고 있고, 낯선 톨레도 시가지가 황토색으로 세밀하게 그려있다. 이 작품은 엘 그레꼬의 화풍과 이론이 들어있고 그가 작품을 남긴 성당과 앞으로 작업할 곳의 청사진이라고 한다. 톨레도는 엘 그레꼬의 환상과 현실속에 이루어진 도시였다.


  더욱 인상적인 것은 산또 또메성당에 전면벽화로 그려 놓은 오르가스 백작의 매장이었다. 톨레도의 귀족인 오르가스 백작은 신앙심이 깊었으며, 교회의 재정을 떠맡아 헌신하는 한편 어려운 이웃을 보살펴준 정말 훌륭한 사마리아사람이었다. 그당시 계급의식이 강했던 대성당에 출입을 못하는 빈민층의 신자들을 위해 이 교회를 지었고, 그의 유해는 그 교회에 안치되었다. 그로부터 200년도 더 지난후 교회가 엘 그레꼬에게 기념벽화를 의뢰한다.

 

엘 그레꼬는 오르가스 백작이 매장될 때 어거스틴성인과 스테파노성인이 그의 시신을 맞들어 무덤에 안치했다는 오르가스 백작의 매장에 얽힌 전설을 살려서 그린것이다. 그림은 하늘부분과 땅으로 나뉘어 있는데, 하늘엔 성모님과 세례자 성요한이 그리스도 양 편에 있고, 성모님의 발치엔 금발의 천사가 새 아기를 받아내고 있다. 오르가스의 죽음과 새아기의 탄생에 무언가 재생의 의미가 연관된듯하다. 어거스틴 성인의 금관끝에 서 있는 사람이 엘 그레꼬 자신이며, 맨 앞에 횃대를 뒤로 쥐고 뭔가 설명하는듯한 귀여운 소년은 엘 그레꼬의 아들 임마 누엘이란다. 엘 그레꼬가 작은천사 같은 그 아들에게 신앙과 화가의길을 전승하려 한것같다.
 

아홉달만에 완성했다는 이 대작을 보기위해 톨레도를 방문하는 사람이 있다해도 놀라진 않으리라.

십자가의요한의 어둔밤과 엘 그레꼬의 겟세마니동산의 기도에서 아름다움의 주인이며 빛의 주인이신 하느님을 알아 뵈었다고 해서, 웅장한 톨레도 대성당의 에케호모 문을 그대로 지나쳐 버릴 수는 없으리라.

 

1226년에 초석을 놓은 이래로 270년을 두고 지었다는 톨레도 대성당은 온 도시를 내려다보며, 스페인의 수석성당으로 산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다른 고딕형 대성당과 달리 고딕 종탑이 하나뿐이며 그 종탑에 잇대어 세개의 아치형 문이 우리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한 가운데가 면죄의문’, 좌측은 지옥의문’, 우측은 심판의 문이다

   속죄의 은총을 기원하며 면죄의문을 들어서서 찬양대석이 있는 파이프 올갠 앞으로 발걸음을 옮기다가 깜짝 놀라 섰다. 대리석으로 만든 중앙제단 위에 어디서 본듯한 미소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바로 빠리의 노트르담대성당의 파이프올갠 옆에서 우리에게 자애로운 미소로 마음의 번뇌를 녹여준 하얀성모님이었다. 안고 있는 아기예수가 성모님의 턱을 어루만지는 것에 응답 하는듯한 신비스런 미소, 모나리자의 미소와 비교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이곳에서도 만나다니. 하긴 하얀성모님의 원형이 톨레도에 있다는 말은 들었지만, 갑자기 우리를 위해 그 자리에서 기다려주신듯 기쁨이 넘쳤다. 루이 디아 델 코랄이 1564년에 조각을 했는데, 노트르담대성당의 하얀성모님은 그 이후에 모신것이란 생각이 든다.

기도를 마친 우리부부는 넓은 성당 안에서 미로 같은 길을 따라 다니다가 갑자기 환해진 빛을 보고 다시 한번 놀란 발길을 멈추고 천정을 올려다보았다.

세상에! 꿈에나 볼 수있을줄 알았던 예수님의 영광스러운 변모’(루가복음서 9:28)가 이곳에서 일어나고 있을줄이야.

어느날 예수님을 따라 다볼산에 오른 베드로와 야고보와 요한이, 기도하다가 겟세마니동산에서처럼 잠간 잠이 든다. 깨어보니 예수님은 엘리야와 모세와 흰구름속에 무언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그때 예수님의 모습은 하얗게 눈부시게 변모해 있다. 그들은 예수가 앞으로 맞게될 고난과 부활을 얘기하고 있었다.

 

놀란 베드로는 그곳에 엘리야와 모세와 예수를 위해 초막 셋을 짓자고 제안하자 그들은 구름 속에 떠나고, ‘이는 내 선택받은 아들이니 그의 말을들어라하는 음성만 들려오고 예수님만 그 자리에 남는다. 이 장면은 신학자들의 큰 논쟁거리이다. 율법의 대표인 모세와 예언의 대표인 엘리야, 그리고 구세주 예수는 그리스도교 전체를 의미하기도 하므로.

천년의 세월이 지나 베드로가 원하던대로 이 자리에 초막이 지어진셈이다. 구름속에서 다시 그 음성이 들려올때, 이 지상(성당)의 아름다운 파이프 올갠과 합창소리가 구름위의 그 세분께 큰 영광을 돌리게 되리라.

 

예술작품으로 변모한 예수님과 엘리야와 모세, 놀라서 쳐다보는 베드로와 야고보와 요한의 모습을 구름위에 햇빛처럼 신비스럽게 만든 것은, 천정 꼭대기에 유리창을 내어 자연광을 유도하고 그 위에 그림을, 그 앞의 인물들은 조각작품으로, 그리고 그 하얀빛의 은총이 온 예배실에 가득넘치도록 만든 또메가 1721-1732년까지 11년을 두고 만든 걸작품인 것을 알게 되었을 무렵엔 로즈윈도가 서녘햇살에 붉게 물든 다음이었다.

다볼산 위의 영광과 묵시를 마음속에 심어두고 우리는 까를로V’라는 재미있는 이름이 붙은 호텔로 돌아왔다. 다음날 마드리드로 다시 돌아가는 길에 타호강으로 둘러싸인 알카싸 궁을 멀리서만 바라보았다. 밤이면 높은 첨탑들이 돛단 배처럼 보인다는데, 그것은 네모반듯한 건축물 네구퉁이에 뾰죽탑을 올려놓아서 그렇게 보이나보다. 스페인 내란시의 접전장소로 무데하르양식과 고딕양식의 조화가 이슬람문화와 가톨릭 문화를 잘 조화하려고 애쓴 흔적이 보인다.


  아름다운 타호강으로 둘러싸인 적갈색 바위산 같은 톨레도 섬은, 마치 엘 그레꼬가 펼쳐놓고 드려다보는 환상의 그림 톨레도의 경관과 계획과 똑 같았다. 엘 그레꼬는 이 섬위에 자신의 예술작품과 성모님의 은총을 함께 계획하고 이룩했다. 검은색 옷을 입은 사람들이 많은 톨레도 거리와 묵직한 동양화풍이어서 더 다정한 그의 그림은 엘 에스코리알 왕궁에서, 마드리드의 프라도미술관에서도 만날 수 있었다.

 

옛날 성서시대를 거닐며 십자가의요한의 어둔밤과 엘 그레꼬가 보여준 의 은총, 다볼산의 영광을 담뿍 안고 돌아온 기쁨, 그리고 주님이 우리부부에게 주시는 샬롬을 다시한번 감사했다.

                                           
                                         
                                                 엘 그레고 미술관 골목길 El Greco Road 글&사진Yunice
 
                                            
                                  
                                      십자가의 성요한교회 앞의 십자가의요한 석상 Statue of Juan of Cross 
                                                                      글&사진Yunice
 

 
하얀성모님 White Virgin with Jesus 글&사진Yun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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