샬롬문화 시리즈 4.
<모세와 아론의 지팡이>
the stick of moses & aron
주께서 아론에게 “광야로 가서 모세를 만나라”고 말씀 하시자 그가 ‘하느님의 산에 가서 모세를 만나 입을 맞춘’(출애급기 4:27) 대목은 감동적인 작품이 예감 되는 영화의 첫 장면 같다. 하느님께서는 인생을 다 살았다 여겨지는 80세의 늙은 모세를 민족의 지도자로 부르셨다. 모세는 자신이 부족하고 말 주변 없음을 들어 주저했으나, 하느님은 말을 잘하는 그의 형 아론을 붙여 주시면서, 그들이 백성들에게 해야 할 말을 가르쳐 주시겠다고 약속하셨다. 그리고 이적을 보일 긴 지팡이를 모세의 손에 쥐어 주셨다. 모세는 하느님의 애급 탈출 계획 안에서 헤어나오지 못했고, 주님이 사랑하는 백성을 눈물의 땅에서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땅으로 이끌어 낸 민족 대이동 계획을 성취시켜 드렸다. 구약 성서의 이야기들을 주제로 상징적인 그림을 많이 그린 마르크 샤갈은, ‘지팡이를 든 모세와 아론’에서도 모세가 하느님의 산 언덕에서 어두운 하늘을 등지고, 하느님이 말씀해 주신 지시사항을 아론에게 다시 들려주는 장면을 그렸다. 형제인 그들의 몸은 함 몸인 듯 밀착되어 있고, 그 몸에서 함께 자라난 듯이 보이는 두 개의 얼굴- 계시를 받는 모세의 얼굴과 그 계시를 선포하는 대변자 아론의 얼굴이 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모세의 머리 뒤로는 두 줄기의 광채가 빛나고, 손에는 하느님의 이적을 나타낼 긴 지팡이가 들려 있다. 그 후 주님이 택하신 아론의 지팡이에서는 ‘움이 돋고, 싹이 트고, 꽃이 피고, 감복숭아 열매까지 맺은 것’이었다.(민수기 17:8) 아론은 마치 모세의 무의식 세계에 살고 있는 여성적 요소가 인격화된 아니마 인양, 모세의 남성적 인격을 보완해 주며 종속적인 관계를 유지하려는 듯이 서 있다. 노년 지도자의 모습은 이처럼 모세의 겸손함과 믿음에, 아론의 폭넓은 이해와 따뜻한 사랑을 곁들인 진취적인 지도력을 갖추어야 하리라. 우리 사회는 서로를 비방하고 헐뜯는 어리석은 지도자들보다는, 겸손하게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주고 말없이 사랑을 실천하는 지도자가 더 필요하기 때문이다. 모세와 아론처럼 자신의 뜻을 이루진 못했어도, 하느님의 뜻을 이 땅 위에 이룩한 지도자의 모습을 보여줄 때가 온 것 같다. 글/ Yunice 경남 1996 <샬롬문화> 가을호 그림/ 마르크 샤갈: 주님이 아론을 광야의 모세에게 보내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