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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의성지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로 가는 길 12

&사진 윤 경 남 Yunice Min

 
Night View of the Cathedral, Santiago de Compostela 글&사진Yunice
 
                        ‘카미노 데 산티아고는 제3의 성지인 스페인의 서북쪽,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로 걸어가는  순례의 길이란 뜻이다. 이 순례의 길은 황량한 들판과 피레네 산맥을 넘어서 걸어가는 지역의  문제 때문에 주로 프랑스의 국경도시 생 장 피드포르에서 시작하거나 포르투갈에서 여         러 사람이 합류하여 순례의 길을 시작한다. 마을 주변에 있는 성당과 수도원과 성인들의 유물 등을 만나면서, 자신의 믿음에의 열정을 되찾는다. 금욕과 인내와 고행이 따르는 이 순례는 마치 자신이 그리스도의 고난과 죽음과 부활의 영광에 동참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순례의 과정은 속죄와 변화의 과정, 말하자면자기실현의 과정이기도 하다.

 

순례자들은 산 티아고 대성당까지 걸어서 혹은 자전거로 1,000km 내지2,000km를 달려와 순례자의 사무실에서 무사히 도착한 인사와 인증서를 받은 후 매일 정오에 열리는 미사에 참석한다. 힘든 순례 길에 병들거나 이 성지에서 자신의 삶을 마감하려는 병약한 사람들을 수용하는 호스피스(병원과 동의어)가 있었지만, 이용하는 이가 줄어들어 지금은 화려한 호텔과 국제회의장으로 바뀌었다.

 
한 별빛이 이베리아 들판의 동굴을 비추어 그곳에서 예수가 사랑하던 제자 가운데 제일 먼저 순교한 큰 야고보의 시신을 발견한 다음부터 지금까지 사도 야고보의 이적을 믿고 묵상하는 고난의 긴 여정을 순례하는 사람이 다시 늘어나고 있다. 1985년에 유네스코가 이곳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하던 해만 해도 2,491명이던 순례자의 발걸음이 2005년엔 93,921명으로 늘어났다고 한다. 세계적인 명소로 지정한 탓도 있겠지만, 날이 갈수록 온 세상이 부익부 빈익빈의 경지에 이르자 그 그늘에 숨어있는 영성에 대한 갈망의 노출 같기도 하다.
 

카미노 산 티아고는, 성서의 구절에서 딴 일년이 천년 같은 순례라고 그 긴 여정을 표현해 왔으나, 요즘엔 사십일의 순례라고 말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30여 일이 걸리는 여정 외에 떠나기 전의 준비과정과 돌아온 다음의 정리과정을 포함 해서다. 그 보다 40일이라는 성서적인 용어는, 예수의 40일 광야기도를 떠 올리고, 성서적인 명상과 관련한 암시적인 숫자, 마침내 이루는 성공의 숫자를 의미하기 때문이리라.      

현대 작가 코엘료가 1986년에 옛날 에스파냐인의 순례길인 이 카미노 산 티아고를 따라 걸으며  힘겹게 체험하고 쓴 순례여행과 그 후에 쓴 연금술사이야기는 굉장한 인기로 번역출간 되고 있다. ‘연금술사의 주인공 이름을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대성당의 주인공인 산티아고를 따다 붙인 것은 좀 너무했지만, 그 연금술사도 사도 산티아고 처럼 변용의 과정을 거쳐 깨달음에 이르는 여정을 묘사 했다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그래서 그의 책은 자아의 신화를 찾아가는 영혼의 연금술이라는 평을 듣는다.

 

3세기의 영지주의자이며 연금술사였던 초시모스Zosimos잠복 수면(옛 그리이스 시대에 신이 꿈에 나타나기를 기다리며 자는 치유목적의 수면)’을 통해서 인간의 정신과 영혼을 변용시키는 과정을 체험했다.

그는 자신의 체험을 기초로 한 연금술의 과정을 가톨릭교회 전례의 하나인 성체변화에 비기는 등 성서의 신비과정을 인용했고, 더 나아가 영인 동시에 몸인 그리스도 예수의 죽음과 부활에 그 변환과정을 비기기도 했다. 실제로 예수는 물을 포도주로 만드는 그의 첫 번 이적을 보여 주었고, 예수의 마지막 만찬 이후로 성체의식에서 받는 떡과 포도주가 우리 안에서 그리스도의 살과 피로 변환하는, 즉 우리를 그리스도와 일치하는 현상으로 변화시키는, 목적이 다른 연금술사이기도 하다. 연금술사들이 이러한 개성화 과정을 그들의 화학적 변환과정에 투사한 것이라고 보는 심리학자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인격의 개성화 과정은 성지를 순례하는 이들의 마음속에서도 일어난다.

        우리부부는 토론토에서부터 비행기와 기차와 버스를 타고 도보순례가 아닌 현대적인 순례를 했지만 우리도 여행 전후를 포함하면 사십일의 순례를 한 셈이다.(여정표 참고) 파리와 레옹의 한적한 길목에서, 빠삐뇽의 옛날 성채 뒷길에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로 가는 순례의길이라고 쓴 이정표를 보는 순간, 우리도 순례의 길에 참여하는 감동의 순간을 맛 보곤 했다.

우리의 종착지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의 대성당, 11세기에 마태오 장인의 손에 다듬어진 성인 야고보라는 모퉁이돌로 고이기 시작한 이 거대한 성당은 조각예술작품 그 자체였다. 정문에 있는 영광의문엔 산 티아고가 그를 둘러 서있는 모든 사도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듯 앉아 있고, 북쪽 시계탑 아래 반원형의 문 기둥 위엔 산 티아고가 긴 지팡이를 짚고 나의 할아버지 같이 인자한 웃음을 띄우고 우리를 반겼다.

   우리가 머물던 나흘 동안 줄기차게 내리는 빗줄기 속에 산 티아고의 별이 머문 언덕을 지나, 사도의 거리, 대학의 거리, 우산의 거리를 도보로 순례했다. 셋째 날 해가 질 무렵, 대성당 뒷골목에 의자를 놓고 하프를 독주하는 젊은 음악가 옆을 지나, 메뉴판이 요란한 라피도 식당에 들어갔다. 1030분에 대성당에 불이 켜진다는 친절한 안내 덕분에,  갈릴리바다의 베드로 물고기보다 더 비싼 산티아고의 해돋이조개찜을 맛있게 먹었다. 빈 조가비 껍질을 가져가고 싶다고 했더니, 식당주인은 우리가 먹고 난 빈 조가비를 깨끗이 씻어 새 조가비 두 개를 더 내 준다. 나는 --그라시아스(고마워요)!’ 하고 탄성을 올리며 선물을 받았다.

열 시 반이 넘어 우리는 다시 밤의 순례를 계속했다. 대성당 주변이 갑자기 불을 당긴 듯 밝아졌다. 여전히 온 누리는 신비스런 비와 안개에 젖어 산 티아고 대성당은 야고보의 영적인 숨결을 내 뿜고 있었다. 지하층에서 비쳐 나오는 불빛은 마치 사도 야고보의 시신이 있는 자리를 인도해준 금빛 별이 보내 주는 듯 눈부셨고. 순례자의 긴 지팡이를 짚고 북문 앞에 서 있는 야고보 조각상은 우리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아직 더 있다는 듯, 그의 빛으로 우리를 잡아 끄는 듯 그 자리를 떠나기 힘들게 했다.


     다음날, 산 티아고의 마지막 날 이른 아침, 단비를 맞으며 가까운 곳에 있는 Alameda Park에 걸어가 산 티아고 대성당을 돌아다보았다. 산 티아고는 우리가 빨리 떠나는 것을 서운해하는 듯 더욱 은회색 사색에 잠겨있었고, 빨간 올린다 꽃잎이 간 밤의 비바람에 그 큰 나무에서 떨어져 바닥에 수북하다. 솔로몬 시대의 현인들이 그들의 성공을 기원했던 네가지 식물중의 하나인 Flowering Oleander(꽃피는 협죽도 나무)가 이곳에 서서 산 티아고를 묵상하는 이들을 피곤치 않게 그리고 기쁜 마음으로 집에 돌아가 진리를 실천하도록 기원 해주는 듯 했다.

갸름하고 뾰족한 초록잎새 위에 피고 지는 아름다운 올린다를 보고 다시 마음이 밝아져서 산티아고 기차역에 시간 맞추어 도착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많은 순례자들이 정답게 이야기를 나누며 서성거린다. 그리스도 안의 한 형제이며 영원한 나그네길을 함께 가려고 기차를 기다리는 듯. 그 중에 다섯 번이나 카미노 산티아고를 순례한 홀란드인 프란츠 할아버지는 35일 동안 짚고 걸어 온 조가비 달린 지팡이를 자랑스럽게 보여준다. 나는 그 귀한 지팡이를 만지작거리며 사진을 같이 찍었다.


     또 한 분 토니라는 노인은, 고향 제네바에서 자전거로 피레네 산맥을 넘어왔단다.  기차 안에서 바로 우리 앞자리에 앉아 남편 민 장로와 함께 그의 굵직한 자전거 타이어를 풀어 큰 가방에 접어 넣고 긴 이야기를 즐겁게 나눈다. 그가 이번에 받은 인증서가 가득 찍힌 노트와 지도를 보여주면서.

우리는 지난 주말에 집에서 가까운 사우드 햄턴 비치에 가서, 산티아고의 래피토 식당주인이 선물로 준 해돋이 조가비와 기념품으로 산 은빛 종을 모래밭 위에 나란히 놓고 드려다 보았다.

열성이 높은 순례자들이 산티아고 대성당에서부터 사도 야고보의 유해가 돌배에 실려 왔다고 하는 바닷가까지 자신들의 순례 여행을 연장시킨 것 처럼, 우리가 그곳에서부터 가져 온 정다운 산티아고의 조가비들을 이곳 해안에서 만져보고, 머리에 써 보기도 하면서, 손이 얼기 직전까지 앉아 있었다. 이 해돋이조가비들은 누가 뭐 라든 산 티아고를 사랑하며 그의 변용을 본 받으려는 우리 순례의 완성을 증명하는 증표이며 정표였다. 그리고 우리가 그를 본 받으려고 한 것은 미움이나 측은한 마음을 넘어서는 사랑임을 깨달았다.

         
 
                                 
                                     Falling Leaves of the Oleander Tree, the Alameda Park 글&사진Yunice     

 
                                  
                                  Tony's Camino Santiagol map and stamps with Sam Min 글&사진Yunice

                     
   
 Santiago's Shell on the other beach 글&사진Yun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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