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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을 맞이하여 세배를 통해 반가운 덕담을 주고받으며 즐거우면서도 심신이 바쁘기도 한 연휴였을 겁니다. 꼽아보면 인사할 사람도 많고 다 챙기자면 조그마한 핑계거리도 생겨 과감히 생략하기도 하는 연륜과 생각에 따라 여러 가지가 교차되는 시즌이기도 하지요. 노부모들께서는 떨어져 사는 자식들이 찾아오는 반가움의 시간이 되면서도 '안녕히 계시라'며 훌쩍 떠나는 인사말에는 문풍지를 울리는 겨울 찬바람처럼 가슴에 안쓰러움이 스며들게도 될 것이고, 장년의 연배들에게는 위아래를 다 챙기면서 보람도 있고 혹 얄팍해진 경제에 고달픔이 배어들지도 모르지만 辛巳年을 맞이하는 새 희망을 가지면서 용기 갖는 시작의 날이 되겠지요. 이래저래 골치 아픈 세상사 알 바 없는 어린아이들이 제일로 즐거운 설날이 될지도 모르지요. 이제 두 해째에 접어드는 안동산우회의 신년 산행은 오도광 회장님의 소개대로 漢陽의 朝山 관악산 연주대 등산이었습니다. 취미라 하는 것도 각자에 따라 서로 다르지만 도시에 사는 현대인에게 산을 오른다는 일은 일상을 탈출한다는 도전과 함께 콘크리트 아스팔트를 벗어나 자연을 접해본다는 싱그러움과 성취감을 맛볼 수 있는 좋은 취미이지요. 더구나 한 주, 한 달을 수고한 후 맛보는 자유 감을 넘어 한 해를 시작하는 시점에 무언가를 다짐한다는 새 출발의 의미까지 합친 신년 산행이라면 더욱 기대가 크지요. 온 민족이 바쁜 설을 보낸 지라 다음 날 식사까지 챙기고 지하철 낙성대역에 아홉 시까지 모이기에는 약간은 서둘러야 했습니다. 그럼에도 집합 시간을 전후하여 한 분 한 분 만남의 장소에 낯익은 모습이 등장하면서 반가운 인사를 나누게 됩니다. 혹 기대했던 분에 대해서는 안 오시나 묻기도 하면서 오늘은 몇 분이 모일까 매번 궁금해하지요. 이번 산행에는 박정음 집사님이 참여하면서 새 식구가 한 분 더 늘었지요. 오도광 회장님은 역시 일찍 나오셨고 변 목사님, 송재욱 장로님, 고문곤 집사님, 이현식-오현숙 집사 부부, 김광엽-황재금 집사 부부 해서 아홉 명이 모였습니다. 하지만 꼭 오실 분으로 조동훈 대장님이 안보이시니 이건 그냥 출발할 일이 아니지요. 더군다나 늦으시는 분이 아니라는 신뢰까지 받으시는 분이고 보니 댁으로 전화를 걸게 되었고, 댁에서 출발하셨다는 시간을 미루어보니 집합시간을 9시 30분으로 아셨던 것 같다고 다들 입을 모았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9시 20분이 약간 넘어 뒷모습을 보이시더니 여유 있게 화장실을 들러서 우리에게 나타나신 대장님의 모습은 태연함 그 자체였고 그것이 우리에게 또 웃음을 자아내게 했지요. 나중에서야 확인하시고 미안해하시며 과태료라 하시며 회비를 4인분을 내시더라고요. 안동산우회의 이런 작은 에피소드를 통해서도 부지런함과 약속 지킴의 미덕을 자연스럽게 배우게 될 것입니다. 역시 산은 우리의 기대에 고마운 보답을 해주더군요. 회장님의 산행 안내문에는 관악산의 성점을 별 둘 반(★★☆)으로 하셨지만 적어도 세 개는 되리라는 것이 산행 후의 느낌이었습니다. 산행의 입구에서부터 하산까지 백색의 세계에서 여섯 시간 넘게 머무른다는 것도 수도 서울에서는 흔치 않은 경험이니까요. 낙성대역 주택가 골목을 빠져나가 디딘 첫 계단부터 산행인에 의해 다져진 두터운 눈길이 우리를 맞이했습니다. 아이젠이 없으면 미끄러울 뿐만이 아니라 마찰력이 작아져 발걸음에 힘이 덜 받치지요. 그래도 박정음 집사님은 불편하다고 아이젠 착용을 안 하시더라고요. 그럼에도 아이젠을 세 개씩이나 준비해 오셨다니 혹 준비 못한 교우가 있으실 까 배려하신 마음이 분명합니다. 산행은 자주 안 하셨다지만 학교 등산부 학생들과 일 년에 몇 차례 씩 산행 경험이 있으시다니 그 경험만 하여도 보통은 넘겠지요. 정작 고문곤 집사님은 송년 기념품으로 아이젠을 받으시고도 '요 것이 어데다 쓰는 물건인고?'하며 의아해 하셨는데 이렇게 요긴하게 쓰는구나 하시며 대견해 하시니 이 순박하신 말씀 또한 웃음을 자아냈습니다. 원래 관악산은 경기 5악으로 불릴 만큼 바위와 암릉으로 명성을 날리며 이름 붙은 바위만 수를 헤아리기 어렵습니다. 오늘의 코스만 해도 낙타 바위, 악어 바위, 목탁 바위, 장승 바위, 곰바위, 팬더곰 바위, 강아지 바위, 마당 바위, 촛불 바위, 말 바위, 사자 바위, 가물치 바위, 봉화 바위, 천장 바위, 왕관 바위, 산호 바위, 기념비 바위 등 나름대로의 모양과 의미를 가진 여러 바위를 만날 수 있지만 대부분 흰 눈에 싸여 제 모습을 감추었고 완상하며 여유를 갖기엔 오늘의 코스가 조금 길기에 그냥 지나 쳐가게 되니 진달래 피는 따스한 봄날 하루를 잡아서 제대로 느끼게끔 다시 찾아야 관악산에 대한 도리입니다. 겨울 산 눈밭을 걷는 것은 순백의 아름다움과 낭만이 있어 피곤을 덜어줍니다. 마당 바위까지 쉬지 않고 오른다는 것은 관악산에 꽤 다녀본 사람들이나 가능한 일인데 우리 산우회원들의 산행 실력도 나날이 늘어 거의 힘들이지 않고 마당 바위에서 한 숨 돌리게 되었습니다. 변 목사님은 현미 과자를 내놓으시고 송 장로님은 커다란 배를 순식간에 깎아 나누어주시고 두 여자 교우는 콩 찰떡 한 조각 씩 돌렸습니다. 시원함과 단 뱃물이 갈증을 풀어 주고 다시 오를 기운을 내줍니다. 삼거리 막걸리 좌판은 명절을 맞아 오늘은 빈자리로 있습니다. 한 잔에 2000원인데 멸치 몇 마리와 고추장 안주는 서비스로 주는 집이지요. 가끔은 도인 티를 내는 젊은 사람이 큰 소리로 복 받으라고 외치는 풍경도 볼 수 있는 곳이지요. 남현동 헬기장까지 가는 길에도 곳곳에 전망 터가 있어 관악구 일대는 물론 여의도 63빌딩도 보이고 강북까지 눈에 닿으며 과천 지역과 동쪽으로는 청계산을 마주 보게 됩니다. 송년(送舊)산행으로 오르며 바라보았던 관악산을 이젠 신년(迎新) 산행으로 올라 청계산을 보니 구색이 맞는 탁월한 선택입니다. 산마다 깔딱 고개는 있기 마련입니다. 관악문(오리머리, 촛불 바위)에 오르기가 오늘의 눈물고개라고 볼 수 있는데 정작 관악문을 고개 숙이며 비좁게 통과하면서 는 '옛날 사람은 힘도 좋아, 저 큰 바위를 올려놓다니' 하며 여유를 부리는 송 장로님의 말씀에는 이제는 관록과 여유가 보이더군요. 송 장로님은 산행 시 뵐 때마다 유머와 여유가 넘치는 모습으로 우리에게 즐거움을 선사합니다. 더구나 독학을 하셨는지 과외를 받으셨는지 산행 실력도 일취월장 메이저 급에 진입하셔서 젊은 사람이 헤맨다고 저와 이현식 집사에게 한 수 지도 하시더군요. 젊음과 건강을 유지하시려면 안동 산행에 참여해 보세요. 자신감과 건강함과 즐거움과 감사함을 하나님께서 슬며시 밀어 주신 다니까요. 아멘! 회장님은 책임감이 강하셔서 항상 후미 기준을 강조하신 분답게 연주대 정상에 오르는 코스도 난이도를 참작하여 우회 길을 권하셨습니다. 물론 '후미 기준' 정책도 힘든 고비에서는 쉬지 않고 오른다며 '교회 다니는 사람이 거짓말한다'고 송 장로님의 핀잔을 받기도 하지만요. 하지만 조금씩은 새 마음을 갖기 위해 나선 산행이니 만큼 난코스에 도전하자는 회원들의 성원에 연주대 북벽 쇠줄에 매달렸지요. 한창 때는 오가는 사람에 병목 현상이 생기는 코스라 체인과 밧줄이 위아래 서너 곳에 걸쳐 있기에 자연히 좌측 통행이 이루어지기도 하지만 오늘은 복잡하지 않은 터라 둘째 체인에 매달렸습니다. 체인에는 밧줄도 덧대었고 매듭도 있기에 우리 정도면 우려하지 않고 붙을 수가 있지요. C나 Y회원이 왔다면 무섭다고 했을 거라고 오현숙 황재금 집사 두 분 이서 자신들이 대견하다는 듯이 얘기하더군요. 12시 25분, 드디어 관악산 정상 연주대(632 또는 629m)에 올랐습니다. 나름대로 의미를 가진 산행인 들이 있어 약간은 북적입니다. 관상대의 기상 레이다와 방송 3사의 송신소가 있고 기적을 믿고픈 신앙인 들의 마음으로 '우담 바라' 이야기가 생긴 연주암 불상이 있지요. 신라 문무왕 때 원효·의상·윤필 대사 세 성인(聖人)이 기도하였다 하여 삼성산으로도 불리는 관악산이라 서인지 연주암은 사시사철 사람들이 모이고 보리밥 공양으로 등산인 들이 자주 들리는 곳입니다. 잠시 계단 길을 내려와 송신소 헬기장 눈밭에 점심 자리를 폈습니다. 역사가 배어 나오는 회장님의 깔판을 펼쳐 식탁으로 삼고 각자의 도시락을 꺼냅니다. 컵라면에 더운물을 부어 놓고 변 목사님의 감사 기도 후에 즐거운 식사를 하였습니다. 여러 겹 싸서 아직도 따스한 송 장로님의 유부 초밥을 돌아가며 하나씩 맛도 보고 박정음 집사님의 김밥도 돌리고 변 목사님의 예쁜 떡도 들었습니다. 대장님은 컵라면은 신라면 보다 삼양라면이 더 맛있다고 오늘도 주장하시고 날계란을 넣는 이유는 부드러운 맛을 위해서라 하십니다. 산에서의 모든 일에는 전문가시니 진짜 삼양라면이 맛있는지 반박도 못하지요. 각자의 음료도 달라서 제 음료를 차로 알고 마신 박 집사님은 깜짝 놀랐고 박 집사님의 음료를 곡차로 알고 받은 저도 순수한 메실 차라 실망했습니다. 교우 간 사랑과 교제는 상대방에 대한 관심과 알기로부터 시작하는가 봅니다. 그러고 보니 새삼 오시리라 기대한 분들이 식사 자리에서 더욱 생각나더군요. 이본 장로님이 오셨더라면 오늘도 솜씨 담긴 김밥일까? 가을 산행 후에 참여차지 못한 조기현 장로님의 도시락은 무엇일까? 임중규-김경호 권사님 부부는 어떤 반찬을? 특히 치악산에서 시간이 없어 조금 밖에 맛보지 못한 윤상구 장로님의 소시지와 여자 분들이 바랬던 커피는 기대했었기에 서운함이 컸었습니다. 원래 과천으로 하산을 계획했었지만 흰 눈의 즐거움을 만끽하기 위해 관악산의 명코스 팔봉 능선으로 선회를 하게 되었습니다. 송신소를 끼고 돌아 산호 바위와 기념비 바위를 지나 팔봉 능선을 거치는 안양으로의 하산로는 명실공히 관악산 종주에 해당하는 만큼 아무나 덤비지는 못하지요. 팔봉은 도봉산의 오봉과는 약간 다르게 봉마다 약간의 거리가 떨어져 있고 약간의 업다운이 있습니다. 오가는 사람이 적었던 터라 눈은 더욱 희어 보이고 국기봉 못 미쳐서 오른쪽으로 접어든 서울대 쪽으로의 샛길은 아무도 밟지 않은 새 눈을 헤치는 재미와 흥분이 있습니다. 앞장선 대장님의 발자국을 모두 따라 디뎌 보지만 어느새 바지 단을 헤집고 눈은 발목에 묻어나고 등산화 속에 뚫고 들어갑니다. 산행으로 더운 몸에 눈은 금새 녹아 양말 목에 시원함과 상쾌함을 주어 스패치를 착용해야 한다는 판단을 자꾸 미루게 합니다. 달콤한 눈의 유혹을 뿌리칠 결심을 하는 순간 다시 정상 등산로에 접어들어 일순 아쉬움을 느끼게 합니다. 이성과 감성의 갈등이라고나 할까요. 이윽고 경사가 줄어들어 거의 평지에 다다른 곳에 맛 좋은 약수가 기다리고 있어 목젖이 오르내리도록 한 바가지 마셨습니다. 어느 새 남아있던 서울 시민은 다 모인 듯 서울대 쪽 등산로에는 줄을 서서 걸을 만큼 등산인으로 북적대고 파전이나 땅콩 엿 핫도그에 순대 따위 의 주전부리 가게들이 줄지어 부릅니다. 운치 없이 음식을 탐할 수는 없는 일. 서울 대 입구에서 마을 버스로 봉천동 지하철 입구까지 나왔습니다. 어느새 눈의 세계는 간 곳 없고 세속의 복잡함이 우리를 현실인으로 만들더군요. 오늘의 종례를 위해 자리 잡은 시간.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송 장로님과 이현식 집사님이 오늘의 뒷풀이를 서로 쏘시겠다고 가벼운 실랑이를 하시더군요. 이현식 집사님은 신고식 차원에서이고 송 장로님은 박사학위 받은 턱이라니 누가 봐도 박사 학위 기념이 크지 않겠습니까? 그렇다면 상식 차원에서라도 송재욱 장로님께 기회를 양보해야겠지요. 그동안 독도 문제를 위해 앞장서 애쓰시더니 그 방면에 논문을 쓰시고 통과되셨나 보다고 생각하며 '축하합니다' 인사드리며 덩달아 기뻐했는데 사실인즉 오늘 발휘한 실력을 인정받아 조동훈 대장님께서 '등산 박사'로 인준한 것 이라더군요. 분위기 파악에 맹했던 저의 형광등이 쑥스러웠지만 개의치 않을 만큼 기쁜 일 아니겠습니까? 비록 라이센스는 없더라도 명예 박사도 명예로운 거지요. 이렇게 해서 안동 산우회의 신년 산행은 박정음 집사님의 첫 참여와 함께 10명의 회원이 희망찬 마음으로 관악산을 오르며 즐겁고 기쁘게 하루를 보냈습니다. 2월 하순 경, 그리고 삼일절을 기념한 산행을 계획하고 있으니 만큼 교우 여러분의 동참을 기대하며 눈밭에서 보낸 아름다운 여섯 시간 얘기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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