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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한 장 남은 달력은 묵묵히 제 세월을 보내며, 자기를 쳐다보는 우리를 무심하게 내려다보고 있습니다. 어느 날인가는 매우 무료했을 날도 있었고, 한 때는 무척 격동되기도 했었던 올 한 해도 서서히 저물어 갑니다. 바다를 붉게 물들이며 수평선 아래로 잠기는 저녁 낙조(落潮)에 하루를 돌아보듯 이맘 때면 누구나 한 해를 반추하며 비감(悲感)과 회한(悔恨), 성취(成就)와 감사(感謝)가 마음 속에 자리할 것입니다. 2002년, 1년 간의 산행을 마무리하는 안동산우회의 12월 정기 산행은 전국민의 지대한 관심 속에 진행된 16대 대선(大選)일인 19일(목)을 택해 북한산 등반이었습니다. 모임 시간은 평상시와 마찬가지로 10시로 했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신성한 주권을 표시할 선거일. 투표장에 들러 오시려면 아무래도 분당 쪽 회원은 무척 바쁘셨을 것입니다. 10분 전쯤 구기동 입구에 도착하니 건너편에서 박정음 집사님의 모습이 보입니다. 함께 구기동 파출소에 이르니 추영일 장로님, 윤명렬 집사님, 김용원 집사님, 그리고 오늘 처음 참여하신 박영석 집사님이 계시더군요. 인사를 나누자마자 당연히 화제는 선거 얘기로 바뀝니다. 분위기가 무르익어 가면서 변창배 목사님, 조동훈 前 대장님, 서우석 집사님이 도착하십니다. 서우석 집사님은 좋은 일을 앞두고 계셔서인지 얼굴이 참 좋아 보이십니다. 아무래도 올해의 키워드는 '월드컵 열기'와 '16대 대선'이었던 것 같습니다. 한 사람 예외없이 마음으로 '붉은 악마'가 되어 '오 필승 코리아'를 외쳤던 6월의 함성과 더불어 '부패 정권 심판'이냐 '낡은 정치 청산'이냐로 주창된 대통령 후보를 두고 각자의 주장이 팽팽했던 선택의 12월이었습니다. 好, 不好를 떠나 여러 후보들의 공약과 국정 운영의 청사진만 들어보면 모두가 애국자요, 대통령 감임에 틀림없을 것 같습니다. 사실 여러 사람들의 모임에서 정치와 종교 얘기는 피해야 할 주제이지요. 公式도 없고 法則도 통하지 않으며 常識으로 귀결되지도 않으며 信念에 따라 계속 평행선만 달리다 결국 감정의 파국에 이르기 십상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우회원들의 대선 대화에는 화기가 감돕니다. 같은 후보자란에 모두 기표하지는 않았겠지만 서로의 선택을 존중하는 마음과 이해하려는 태도에서 불협화음이 생길 수가 없겠지요. 분당쪽에서 오신 오도광 회장님과 김동형-이인희 집사님 부부의 도착을 끝으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모두 열 두분입니다. 버스 종점 주차장을 지나 왼쪽으로 꺾어 산자락에 이어진 주택가 비탈길을 오릅니다. 도중에 '영광교회는 구청의 철거 지시를 이행하라'는 주민들의 플랭카드가 걸려있어 의아한 마음이 듭니다. 오르막 우측에 자리한 영광교회를 보니, 안쪽에는 아마도 신흥 주택이 만들어지기 한참 전에 세워진 듯 돌벽으로 쌓은 십자가 건물이 있고, 도로변에는 현대식으로 지어진 세련된 건물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종소리나 찬송 소리 아니면 기도소리 등이 바로 붙어 자리한 이웃 주민들에게 공해(公害)로 인식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디까지 양보하고 어디까지 수용해야하나, '님비(Nimby)현상과 핌피(Pimfy)현상'의 모순을 해결해줄 솔로몬의 지혜가 있다해도 각자의 이해만 주장한다면 참 슬픈 현실이 되고 말 것입니다. 오솔길을 잠시 오르면 탕춘대 능선에 이릅니다. 워낙 매표소가 지척에 있는지라 오늘은 당연히 표를 끊습니다. 향로봉(香爐峰)을 바라고 울퉁불퉁한 바위길을 밟습니다. 향로봉에 오르자면 처음 오르는 이는 제법 간담(肝膽)이 서늘해지는 수직벽을 붙어야 합니다. 머리 위 홀드를 손가락 힘으로 잡자면 두터운 겨울 장갑은 오히려 지장을 주기에 영하로 떨어지며 찬바람 부는 겨울에는 향로봉 등반은 피할 일입니다. 하지만 오늘은 '인디언 섬머'같은 날, 내년 봄의 예고편 같은 온화한 날씨입니다. 기대했던 雪山 대신 암벽에 붙어봄직도 하지만, 오늘 송년(送年)산행은 1년 간의 즐거운 등반에 대한 하나님께의 감사와 회원 간 돈독한 교제의 의미가 클 터. 가볍게 산행을 마치고 한 자리에 모여 점심 식사와 대화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코스도 2시간 정도로 짧게 잡았기에 아쉬운 마음으로 左로 방향을 틀어 독바위를 향합니다. 독바위 행 코스에 접어드니 한 눈에 거대한 암봉(岩峰)이 눈에 들어옵니다. 수리봉이라고도 불리고 족두리바위라고도 불리는 이 암봉은 자연스럽게 젖꼭지 바위라 불릴 만 합니다. 제대로 된 방향에서 보면 乳房, 乳輪, 乳頭 제대로 모양을 나타냅니다. 어느 옛 봄날. 청지기와 머슴을 거느린 양반님네들이 이 길에 올라 저 바위를 바라보며, "얘, 저 바위 이름이 무엇인고?" 할 제, 머슴 왈 "예이, 생긴 모양답게 소인들은 그저 '젖꼭지바위'라 부릅지요" 양반 왈, "하긴 생긴 모양하며 그 말이 꼭 맞긴 하다만 그래도 점찮치 못하구나, 내 저 바위를 '수리봉'이라 하리라" 그런 일이 있었을 법도 하지요. 독바위 뒷벽에는 내려오는 등산객들이 닥지닥지 붙어 있습니다. 이 코스를 몇 차례만 지난 사람이면 바람 없고 물기 없는 오늘 같은 날은 굳이 붙어보고 싶은 암벽이지요. 마지막 내리막 10미터 정도가 급경사에 발디딤이 쉽지 않아 애를 먹기에 오늘도 그 곳에서 심한 정체를 보입니다. 오히려 오를 때는 양손으로 바위를 잡을 수가 있기에 더 쉽지만 여기서 시간을 뺏기기엔 점심 예약 장소로 이동하기에 늦어질 것입니다. 우회길을 잡아 맞은 편 독바위 밑에 왔습니다. 너무 한가한 등반이었을까요? 예까지 왔으니 젖꼭지에 오르자는 의견이 나옵니다. 오른 경험이 있으신 몇 분은 잠시 쉬도록 하고, 나머지 분들은 배낭을 맡기고 가벼워진 몸으로 단숨에 오릅니다. 암릉 꼭지까지 굳이 올라 사방을 둘러봅니다. 북쪽으로부터 동쪽으로 향로봉, 비봉(碑峰), 사모바위, 문수봉, 보현봉이 이어지며, 남쪽으로는 구기터널 길을 넘어 북악산(北岳山)까지 산줄기가 이어집니다. 북한산은 어느 곳에서 보든지 참 名山이라는 느낌을 갖게 하는 명실공히 서울의 진산입니다. 귤 한쪽으로 숨을 돌리고 불광동 쪽으로 하산을 합니다. 경사진 암벽과 소나무의 궁합이 멀리서 보면 병풍에 어울릴 동양화처럼 펼쳐 있어 꽤 운치있는 코스입니다. 사계절 어느 때 오르더라도 한 주먹 땀깨나 흘려야 할 길이지만 우리는 내려가는 길, "룰루랄라∼" 휘파람이라도 나올 듯 합니다. 이 하산길이 끝나는 바로 산밑에 김광엽-황재금 부부의 집이 있습니다. 당연히 집으로 모셔야할 챤스이지만 점심 예약을 이유로 다음 기회로 미룰 수밖에 없습니다. 20미터도 안 되는 거리를 두고 집을 스쳐 지나가며 회원분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불광동 찻길에 이르자 김동형 집사님은 차를 찾으러 택시를 잡아 집합장소로 돌아가십니다. 이인희 집사님과 오 회장님이 함께 하시고, 나머지 분들은 지하철을 이용하여 종로 5가로 향합니다. 종로 3가 역에서 1호선으로 갈아타야 합니다. 변 목사님께서는 복잡한 환승역에서도 양떼를 이끌 듯 저희들을 잘 인도하십니다. 목사님으로서 하시는 일이 많으시구나 하고 느껴왔는데, 아마도 지하철을 이용하여 여러 곳에 일을 보러 다니시나 봅니다. 까르네스테이션이 위치한 연동교회 뒷골목은 오늘은 한산합니다. 지난 해 송별 모임 때는 토요일이라선지 사람들 왕래로 복잡했었지요. 예약실로 들어서자 권원중 대장님과 송재욱 장로님 김경호 권사님께서 우리를 환영해 주십니다. 권 대장님은 얼마 전에 테니스 운동 중 조금 다치셨다 들었고, 송 장로님은 아침나절 조금 바쁘셔서 등반에는 참여치 못하셨으나 이렇게 반갑게 자리해 주셨습니다. 김 권사님은 아는 분 혼사가 12시에 있어서 결혼식에 참여하셨다가 바로 오셨고, 잠시 후 남편 임중규 집사님도 자리를 보태주셨습니다. 모두 열 여섯 분이 모여 앉은 테이블, 오 회장님의 송년 모임 인사말에 이어 변 목사님이 우렁찬 목소리로 1년 간의 무사 산행에 대한 감사와 건강 기원을 담은 기도를 해주셨습니다. 햇수로 3년 째, 어언 37차에 이르게 된 안동 산우회의 태동(胎動)에 산파(産婆)역을 맡으셨던 송재욱 장로님께서는 늘 분위기를 훈훈하고 해주시고 웃음이 피어나게 만들어 주시는 분입니다. 오늘은 빨간 장미, 노란 장미가 예쁘게 담겨 있는 귀여운 화분을 다섯 개나 준비해 오셨습니다. 오시는 길에 눈에 뜨여 수고한 산우회원들이 생각나 사 오셨다는군요. 힘찬 박수 속에 귀여운 꽃 화분 전달식을 가집니다. 모든 분들 다 받으실 자격이 있으시지만 대표로 다섯 분이 받습니다. 모두 흐믓하고 기쁜 표정이 역력합니다. 테이블마다 각자의 화제로 얘기꽃을 피우며 서로 음식을 권합니다. 같은 밥상을 한다는 것은 교제의 각별한 의미를 먹는 것이 아닐까요. 여기 저기 이야기 중에는 역시 산행 얘기가 빠질 수 없겠고, 이윽고 눈쌓인 겨울산으로 원정 산행 제의가 나옵니다. 억만 송이 눈꽃 속에 보낸 치악산도 있었고, 흰 눈 세계 태백산에서 장엄한 일출도 보았던 터라, 올 겨울엔 소백산이 어떨까 얘기가 모아집니다. 비로봉에 이르는 능선길의 純白, 시베리아에서부터 어데 한 번 부딪치지 않고 막바로 날아든 것 같은 차가운 北西風, 아무리 잊을 것이 많은 삶이라 해도 겨울 소백산을 오른 경험은 두고두고 잊혀지지 않습니다. 어떻습니까? 이 번 겨울, 시간도 용기도 한 번 내보십시다. 1박 2일만 투자하시면 적어도 12년 정도는 활력을 줄 것입니다. 마치 5餠2魚의 기적처럼 말입니다. 만날 때 헤어짐을 예상하는 만남도 있겠지만, 안동산우회는 헤어질 때 항상 다음 만남을 기약하는 希望 모임입니다. 늘 소망을 그리며 꿈을 기대하며 일몰을 안타까워하지 않고 희망찬 새 태양을 기다리는 모임입니다. 올 한 해 산행을 지켜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리며, 2003 계미(癸未)년, 새 해 새 산에 들어 새롭게 뛰어 놀 안동의 새 산행을 기대합니다. 마치 초원을 뛰노는 양떼들의 평화로움처럼 말입니다. 61.74.115.219 Flyingrock: 2002년수고하여주신 오도광회장님,김광엽총무님,조동훈,권원중대장님!2003년에도 잘 이끌어주시길 바라옵니다.감사합니다.건강과행운이 같이 하시길 빕니다. [12/23-10:31] 211.212.180.145 이현식: 안동산악회 여러분께 항상 죄송한 마음입니다. 어쩌다 보니 금년에는 이 핑계 저 핑계로 산행도 한번도 참가하지 못한 부끄러운 결과가 되었습니다. 많이 반성하고 있습니다. 내년에도 안동산우회의 끊임없는 활동이 이어지기를 빌며.... [12/23-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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