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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四季)하면 '비발디'를 떠올리는 우리는 참 어리석은 사람이었습니다. 정보의 바다에서 얻게된 앎을 문명과 과학의 혜택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끔 길들여진 현대에 사는 원죄일지도 모르지요. 사실 일년을 지내야만 사계를 느낄 줄 알았었는데, 우린 오늘 북한산에서 한 나절 만에 봄·여름·가을·겨울을 보고 느꼈으며, 이 진짜 사계야말로 바로 하나님의 작품임을 모두 알게 되었으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코스의 난이도로 볼 때 별 하나 반(★☆)의 높지 않은 점수에도 불구하고 오늘의 산행은 큰 의미를 가져야 마땅합니다. 새로 개통된 지하철 6호선 독바위역에는 아침 아홉시라는 이른 시간에도 불구하고 교우 여러분들이 밝은 얼굴로 반가운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오도광 산우회장님을 위시하여 변창배 목사님, 이본 장로님, 조기현 장로님, 임중규 집사님-김경호 권사님 부부, 김동영 집사님, 김민홍-박정희 집사님 부부, 이현식-오현숙 집사님 부부, 그리고 저와 황재금 집사가 시간 맞춰 모였을 뿐만 아니라 교회에 새로 등록하신 신영식씨 께서 강명준 집사님의 안동 산우회 소개 말씀을 들으셨다며 일찌감치 나오셔서 우릴 감격케 하셨습니다. 지하철 두어 차 정도 늦게 도착하신 고문곤 집사님과 최예순 집사님까지 더하니 어언 열 여섯의 대식구가 되었습니다. 조동훈 대장님과 오도광 회장님, 변창배 목사님과 임중규 집사님 네 분께서 작년 3월 첫 산행에 오르신지 실질적으로 1주년을 맞이하는 이번 산행에 어느덧 열 여섯 분이 참여하심으로 4배의 발전을 보인 바 '한 알의 밀알' 비유가 생각나게 됩니다. 독바위 역에서의 진입로는 주택가 골목길을 지나게 됩니다. 아까부터 주위를 꼼꼼히 살피시던 조기현 장로님께서 가게에 들어가심을 보았는데 시간이 꽤 지나서도 안 보이시더니 여러 갈래 골목길에서 다른 길로 찾아가셨나 봅니다. 대식구의 이동에는 선두와 후미의 동선이 너무 길다는 결점도 있게 되더군요. 그러나 안동 교우라는 선별 친화력이 있기에 잠시 후 조우를 하였지요. 원래 오늘의 산행 초입에는 매표소가 없기에 일부러는 아니라도 무료 입장에 대한 기대감도 없지 않았습니다만 공휴일에는 하도 많은 등산인들이 몰리는지라 웬만한 길목에는 매표인이 서있답니다. 대개가 연세가 좀 있으신 아저씨와 아주머니가 한 조를 이루고 있으며 아주 친절하게 맞이하며 인사도 깍듯하답니다. 더구나 흥정(?)에 따라서는 몇 명 정도는 공짜로 통과도 시켜주는 어느 정도 에누리가 통한답니다. 오늘도 경로 우대를 무기로 5인의 혜택을 받았으니 이것도 등산의 재미가 되겠지요. 사람 사는 세상에는 칸트도 있지만 동키호테도 있지 않겠나요? 독바위는 수리봉이라고도 불리고 족두리바위라고도 하며 회장님같으신 분은 젖꼭지 바위라고 부르시지요. 오르는 코스도 이름만큼이나 여럿인데 오늘은 처음부터 주택가 뒤 텃밭을 지나 흙길을 밟고 올랐습니다. 흙덩이의 유실을 막고자 통나무 층계가 계속 이어집니다만 햇살이 못 미치다보니 굵은 모래알 같은 눈길을 오르게 됩니다. 아직은 아스팔트를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은지라 맨 등산화로 버텨봅니다. 계속되는 경사길에 제법 배어나는 땀을 닦기에 몇 번씩 수건을 꺼내게 되고 임중규 집사님은 벌써 기능성 셔츠로 빠른 패션의 변화를 보이십니다. 눈으로는 겨울을 보면서 몸은 여름을 느끼게되니 시작부터 가는 겨울과 오지 않은 여름을 맛보는 폭이었습니다. 독바위에 올라 내려다보면 서대문구 은평구의 주택들과 아파트 등이 세속의 복잡 다단함을 느끼게 하지만 바로 눈을 돌려 뒤돌아보면 향로봉과 비봉 멀리 문수봉까지의 아름다움이 다가옵니다. 마치 틀리게 써버린 수학 문제 풀이를 싹 지우고 바른 답을 적어낸 칠판처럼 마음 속이 환해지지요. 독바위 등반도 성취감을 충분히 맛볼 수 있기에 상쾌한 마음과 자연스런 포즈로 기념 사진을 찍었습니다. 독바위에서 향로봉으로 가는 내리막 바위 벽은 체인과 밧줄이 설치되었지만 가슴이 꽤 서늘해지는 급한 경사를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녹지 않은 눈이 덮고 있는지라 오늘 같은 날은 우회 길을 택함이 안전하지요. 새 가족이신 신영식씨는 얼마 전부터 어깨에 통증이 있으시다며 독바위 바로 밑 우회 길목에서 기다리셨습니다. 당당한 풍채와 갖추신 복장과 장비만으로도 프로의 솜씨가 비치십니다. 앞으로 안동 산우회의 중추 멤버가 되시리라 믿어지는 분입니다. 독바위 우회 길은 영상의 기온에 마지못해 약간 녹은 채 가장하고 있는지라 아이젠이 없으면 미끌어지기 십상입니다. 변 목사님은 아이젠 한 짝을 최예순 집사님께 채워 주시고 조심 조심 인도해 주십니다. 한 짝이 없어 불편하다는 생각과 한 짝이라도 있으니 훨씬 낫다는 생각. 변 목사님은 분명 뒤엣 생각을 하실 분입니다. 본받고 싶은 마음이지요. 눈길을 헤친 다음에는 오히려 아이젠이 불편합니다. 고맙게 도와준 아이젠을 훌렁 벗어버리기엔 미안해서인지 대부분 손에 든 채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어느 정도 평지 길을 가볍게 걷게 되지만 향로봉은 독바위보다 높은지라 울퉁불퉁 바위 길을 제법 가야지요. 향로봉 밑 소나무 아래서 잠시 숨을 고르는 사이, 조기현 장로님은 초콜릿을 나누어주십니다. 회원들의 간식거리를 챙기시느라 잠시 헤어짐의 시간을 가지게 했던 문제의 초콜릿이지요. 우리 산행에는 젊은 집사님들 보다 장로님들이 더욱 산우회원들을 챙겨주십니다. 그러고 보니 이본 장로님은 휴식처마다 계속 선착하셔서 여유를 즐기시는 모습입니다. 신년 산행에서 송재욱 장로님이 박사 학위를 받으시더니 오늘은 이본 장로님도 충분한 박사 자격을 보이십니다. 이러다간 우리 산행 장로님이 모두 박사 동창분이 되실 것 같습니다. 여유있게 산행을 진행했지만 출발이 이른 만큼 시각은 11시 20분 정도 밖에 안되었습니다. 하지만 점심 식사를 서둘러야 했지요. 진작부터 김민홍 집사님은 박정희 집사님 바로 옆에서 부인을 너무 챙기신다 했더니 박정희 집사님은 아침 식사를 안 하신다더군요. 김민홍 집사님이 보여주신 烈夫愛를 미루어볼 때 점심 식사를 미루다가는 삐치실 것 같더라니깐요. 박정희 집사님은 나중에 자제분들을 다 결혼시켰다는 얘기를 듣고 깜짝 놀랄만큼 고운 피부에 뺨에 핀 예쁜 홍조로 '화장품 CF 나가시라'고 부러움을 사셨던 분이었던 만큼 그 비결을 한번 소개해 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포금정사 터로 내려오는 길에는 지난 가을 떨군 잎들이 깔려있어 디디는 발걸음마다 못 다한 작년 이야기를 해주는 듯 하여, 어느덧 겨울 여름 가을이 순서없이 지나감을 느끼게 됩니다. 약수가 맛있게 흐르는 포금정사 터는 여러 등산 팀들이 둘러앉아 각자의 시간을 나누고 있습니다. 찬송을 부르고 엇갈려 손을 잡고 기도하는 등 주로 교회 신자들이 많이 보이더군요. 넓게 둘러앉은 우리의 자리 옆으로는 봄기운에 녹은 눈이 제법 소리를 내며 흐르고 있고 적당한 이른 봄 날씨가 우릴 축복하는 것 같았습니다. 각자의 음식을 풍성히 펼쳐 놓고 변 목사님께서 감사기도를 해주실 때에, 말씀 중엔 마땅히 오셨을 조동훈 대장님을 위한 건강 기원이 있었습니다. 조 대장님은 그간 한 번의 빠짐도 없으셨던 분이었기에 모두 '아멘'으로 컨디션 회복을 빌었습니다. 대 식구답게 팔을 뻗어 음식을 맛보기엔 너무 넓은 식탁. 그래도 우리가 누굽니까? 뉘라 먼저랄 것도 없이 음식 그릇이 손에 손을 거쳐 돌아가게 되고 덕분에 더욱 다양한 음식을 맛보게 됩니다. 유부 초밥, 김밥, 찰떡, 계란말이, 연근, 씀바귀나물, 뱅어포, 조개젓, 어리굴젓, 고기전, 배추김치, 물김치, 치킨, 귤, 배, 커피, 수정과, 녹차… 어느 누구는 자기 반찬에 대해 PR이 대단했지만 이심전심으로 오늘 점심의 그랑프리는 김경호 권사님의 광천 조개젓이었습니다. 여 집사님들은 고옥희 권사님의 음식 솜씨가 워낙 뛰어나다고 칭찬하시던데, 안타깝게도 저는 이리 저리 돌아다니다가 고 권사님의 음식은 맛을 못보았기에 서운했습니다. 등산 시 복장은 패션보다는 기능이 우선입니다. 땀을 흘린 후에 식사를 하며 쉬는 시간이 오히려 추위를 느낄 수도 있지요. 자칫 체온 저하나 감기의 원인이 될 수도 있고요. 그렇기에 추워하는 분을 배려하는 마음으로 아쉬움을 도시락과 함께 배낭에 담고 이른 하산 길에 접어들게 되었습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내려오는 길, 노래는 기분을 따라가게 되지요. 임중규 집사님은 적절하게도 '삼일절 노래'를 부르며 내려오십니다. 발걸음과 박자가 맞을 뿐만 아니라 듣다보니 가사까지도 다 맞아 신선한 충격을 줍니다. 여쭤보니 초등학교는 좋은데 나와야 한다고 하시더군요. 혹, 민족교회 안동교회 덕은 아닐런지요. '졸졸졸졸' 눈 녹은 계곡 물소리를 들으며 하산하는 길은 남보다 먼저 봄을 맞이하는 행운의 시간입니다. 저 물소리에 문득 잠깬 나무의 새잎도 보일 것이고 너그러워진 대지의 틈을 헤집고 새싹도 돋겠지요. 평지보다 산이 춥다하지만 산에는 벌써 봄의 기운이 이리저리 흐르고 있더군요. 뜻깊은 독립 만세의 날, 사계를 느낀 북한산을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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