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08.17 10:51

식목일 불암산행기

조회 수 1614 추천 수 0 댓글 1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겨우내 얼었던 대지가 녹아 초목이 왕성하게 뿌리내리기 좋아 식목일로 지정된 4월 5일, 안동 산우회의 올 해 3차 산행은 불암산 등반이었습니다. 삼일절 북한산행에 다수의 회원이 참여하였고, 홈페이지 산행안내를 방문하신 교우 수도 많았던지라 많은 분이 동참하시리라 기대가 됐지요. 그러나 때는 춘삼월 호시절답게 여러 일이 겹쳐 우선 순위 선택에 고민이 생길 법하지요. 조상묘를 찾아 손질하는 한식날일뿐만이 아니라 마침 남선교회 주최로 식목 행사도 있고 하여 이럴 때야말로 몸이 여럿이었으면 하는 생각도 들게되는 날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 안동산우회의 산행에 두자리수 참여는 기본이 된 것 같습니다. 이번만 하여도 조동훈 대장님, 오도광 회장님, 송재욱 장로님, 윤상구 장로님-양은선 집사님 부부, 김민홍-박정희 집사님 부부, 임중규집사님-김경호 권사님 부부, 최예순 집사님과 저까지 열 한명의 팀이 되었습니다. 10시를 조금 넘겨 시작한 산행은 4호선 종착역 당고개역에서 출발하여 현대 아파트 뒤 언덕을 지나 천보사를 거쳐 주능선에 오르는 코스를 택했습니다. 불암산 산행 코스는 대략 15개 정도가 있다하는데 크게는 태릉 쪽 불암사에서 오르는 길과 반대쪽 당고개역에서 오르는 길이 있습니다. 우리는 지하철을 이용하여 만나기가 수월할 듯하여 당고개역을 집합 장소로 하였었지요. 불암산은 높이가 508m로써 노원구 상계동, 중계동과 남양주시 별내면에 걸쳐 있으며, 서울시 경계에 위치한 북한산, 도봉산, 수락산, 관악산 등 5개 산 가운데 가장 낮습니다. 사암으로 이루어져 수목이 울창하지는 않으나 정상부분이 온통 바위산으로 솟구쳐 올라있기에 규모를 뛰어넘는 기품을 자랑합니다. 이맘 때 쯤이면 봄 철쭉으로 화려함을 보여주나 올해는 철이 늦어 군데군데 핀 진달래 꽃송이로 만족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숨차는 오르막, 평탄한 능선, 지리한 계단, 시원한 계곡, 수월찮은 너덜지대, 우아한 바위 봉우리 등 이름난 산이 갖고 있는 각각의 요소를 축소하여 갖다 놓은 듯하여 산을 오르는 재미는 쏠솔하였습니다. 처음 만난 오르막길을 거쳐 천보사를 지날 때는 아담한 돌탑이 우리를 반겼으며, 늘 그렇듯이 어느 정도 숨이 찰 만 하면 적당한 쉼터가 나타나 숨을 돌리며 상쾌하게 땀을 식힐 수 있답니다. 마침 샘물도 있기에 송재욱 장로님께서 사오신 배추를 씻을 수도 있었습니다. 전철 역 앞에서 연세가 아흔 가까워 보이는 할머니가 파시는 모습이 안쓰러워 사오셨다는데, 노란 속잎에 쌈장을 찍어 먹을 생각이 산에서의 별미로 기대가 되기도 하지만, 그보다도 장로님의 마음 씀씀이가 봄 햇살처럼 따사롭게 전해졌습니다. 주능선에 오르는 행로에는 오랜 세월 풍화에 떨어진 굵은 사암 부스러기의 미끄러움과 다퉈야 하고, 여러 차례 밧줄에 의지하여 급경사를 치고 오르기도 해야 하지만 그 정도는 다 소화시킬 수 있지요. 날렵하신 김경호 권사님은 불암산 다람쥐인양 가볍고 오르시고, 박정희 집사님은 부군의 헌신적인 응원을 받으며 어렵지 않게 오르시며, 최예순 집사님도 꾸준히 참여하시더니 일취월장의 실력을 보이시고. 양은선 집사님은 '회비 내주는 것 외에는 보탬이 안된다'고 남편 윤상구 장로님을 원망하시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남편에게 보내는 애교의 메세지로 비칠 뿐입니다. 부인없이 혼자나선 남자분들을 약올리시는 모습이지요. 이왕 산에 들어섰으면 누구나 정상에 욕심이 생기나 봅니다. 한가닥 밧줄의 도움을 받고서야 디딜 수 있는 정상은 좁은 터에 많은 팀들이 오르다보니 비좁다 못해 혼란스럽기까지 했습니다. 러시아워의 병목 출근길처럼 오르내리는 사람들이 얽혀 교통 정리가 필요할 정도였습니다. 한가할 때 제대로 보는 주봉은 그 생긴 모습이 마치 송낙(소나무 겨우살이로 만든 여승이 쓰는 모자)을 쓴 부처의 모습과 같다하여 불암산(佛巖山)이라 불리게 되었으며 천보산(天寶山), 필암산(筆岩山) 이라는 이름도 가지고 있다 하는데, 여유있게 완상하는 기회를 다음으로 미루고 서둘러 내려와야 했습니다. 정상을 내려와 여인의 치마폭같은 우아한 경사면에 서서 잠시 휘둘러보는 광경은 격세지감을 느끼기에 충분합니다. 한 세대 전만 하여도 전형적인 전원 풍경으로 너른 들판을 품고 있었는데 이젠 아파트 숲이 울창하여 상전벽해라는 말이 떠오르게 됩니다. 비가 좀 왔더라면 할 정도로 마른 오솔길을 따라 내려오다 보니 맞춤한 샘터가 나타나고 연륜이 배어있는 소나무 그늘 밑에 아늑한 자리가 보입니다. 시원한 샘물로 목을 적시고 돗자리 세 개를 붙여 앉고 나니 점심터로써는 더할 나위없이 오붓하였습니다. 송장로님의 감사 기도 후에 펼쳐진 메뉴는 눈으로 보는 것으로도 맛있습니다. 파김치, 미나리 무침, 파무침, 송이 구이, 오징어 튀김, 김밥, 오곡밥, 컵라면, 훈제 소시지, 케익… 열손가락으로 꼽지 못할 정도로 다양한 각 가정의 손맛을 두루두루 맛보는 기쁨은 두시간 반의 산행의 피로를 풀기에 충분했지요. 노란 배추 속잎을 쌈장에 찍어 먹어보는 팀은 불암산에서 우리가 유일할 것 같고, 케익도 몇 종류가 나타나 우열을 다투었지만 양 집사님이 직접 만든 것이 으뜸 맛이었습니다. 맛에 비해 크기는 제각각 자유롭고 다양했는데 솜씨로 보아 아침나절 바빴던 양 집사님을 도와 윤 장로님이 자르신게 아마도 맞을 겁니다. 오늘도 김 권사님의 조개젓이 금방 바닥을 보였는데 광천에서 직송해온 것이라는 광고 말씀대로 역시 광천 조개젓 이름값을 충분히 했습니다. 워낙 훌륭한 점심 자리를 찾아 주신 오 회장님 덕분에 나머지 하산 길은 삼십 분이면 충분하였습니다. 한걸음에 내려온 산자락에는 규모가 꽤나 큰 불암사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불암산의 대표적인 사찰인 불암사는 신라 현덕왕(또는 경문왕?)때 지증국사가 개창한 사찰로 봉선사의 말사이며 그 이후 두 번에 걸쳐 도선국사와 무학대사가 중창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경내에는 불암산 능선 방향으로 큰 바위에 마애불이 새겨져 있는데, 근년에 새긴 마애불로 말하자면 현대 마애불이더군요. 우리나라 마애불의 전통을 이으려는 노력이 엿보이긴 한데 역시 고풍스런 멋이 나려면 많은 세월이 흘러야 할 것 같습니다. 버스 종점까지 내려오는 길은 인근 57사 군부대에서 흘러나온 폐수로 인해 악취와 녹조현상으로 이미 4급수에 해당될 듯 합니다. 아름다운 산 바로 밑에서 인간들이 이런 일을 자행하고 있다니 부끄러움을 넘어 분노가 일어납니다. 김민홍 집사님의 울분에 찬 환경 보호론에 공감하면서 산에서 느꼈던 즐거움과 아름다움과 감사함이 많이 상처받아 서운하였습니다. 식상한대로 자연이란 함부로 이용하거나 무차별한 개발의 대상이 아니요, 우리 모두가 생활하는 공간이며, 우리의 자녀가 자랄 공간이며, 우리가 죽어서 돌아갈 공간임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하였습니다. 하산길에서 적지 않게 상했던 기분을 풀어준 분은 송 장로님이었습니다. 관악산 신년 산행에서 인증받은 박사 학위 기념턱 자리를 제공하셨답니다. 편안한 소파에 둘러앉아 산행담과 다음 산행을 계획하는 자리, 뿌듯함과 기대감으로 업그레이드되는 산행인의 기쁨을 아시는지요? 211.117.39.60 오도광 : 김광엽집사 수고많았습니다. 이렇게되니 안동사랑방은 완전히 산우회전용방 이 된것같군요. 게시무ㅡㄹ이 살아져 안타깝다 황당하다는 탄식보다는 복원 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자세가 중요하지요. 그런면에서안동교회서는 산우회 가 기징 모범적인 그룹이군요!!! [08/20-23:14]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한글에서 작업한 내용 복사해서 붙여넣기 file 관리자 2017.09.10 1385
1962 talk( ) 보드 생성완료! admin 2007.04.29 2608
1961 안동사랑방 재개설 관리자 2001.08.11 2529
1960 8월산행은 光復節 北漢山元曉峰+藥水庵溪谷 의 濯足! 오도광 2001.08.12 2185
1959 8월의 유머① 2 오도광 2001.08.12 2215
1958 擔任牧師宅門牌 友鏡山房에 관하여 2 오도광 2001.08.12 1776
1957 擔任牧師世襲問題세미나의 騷亂事態를 보는 한平信徒의 見解 오도광 2001.08.12 1830
1956 억만송이 눈꽃 아래 겨울 치악산 1 김광엽 2001.08.13 2191
1955 아름다운 흰눈 세계 관악산 신년 산행 김광엽 2001.08.13 2041
1954 사계가 있는 삼일절 북한산행 김광엽 2001.08.13 1736
1953 알프스능선에서 진달래꽃 입에 물고 김광엽 2001.08.13 2163
1952 일곱 달란트의 기적(축령산행기) 김광엽 2001.08.13 1832
1951 선계 속 9인의 신선(칼바위 능선 산행기) 김광엽 2001.08.13 1705
1950 원효봉 등산기 김광엽 2001.08.16 1928
» 식목일 불암산행기 1 김광엽 2001.08.17 1614
1948 8월의유머② 2 오도광 2001.08.20 1617
1947 한길 여전도회 수련회 1 김경호 2001.08.22 1428
1946 기획위원회 제안서 마감박두 김영석 2001.08.27 1353
1945 9월의 月例山行은 8일 光橋山입니다. 오도광 2001.08.27 1593
1944 기획위원회 정기회의 개최 김영석 2001.08.27 1216
1943 Re..남선교회 심포지엄 완료 관리자 2001.08.29 1253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99 Next
/ 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