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방문 감사드립니다.(1)

by 정학재 posted Sep 05, 2007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2005년 서리 집사 임명되어 찬양대에서 2년 봉사하다 금년부터 중고등부로 옮긴 정학재 집사입니다.  
  제가 생업으로도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남산 해방촌에 자리잡은 보성여중에서 국어를 가르칩니다.
 
  오늘은 저희 학교 문화 탐방의 날이었습니다. 작년까지는 학급 담임이라 외부 행사가 있으면 자연 신경이 쓰였는데, 올해는 학교 도서관 담당으로 담임을 쉬게 되어 2주 전 행사 계획이 나올 때도 그런가 보다 했는데, 제가 가르치는 3학년 중 한 학급이 인사동 목인박물관을 견학한다는 계획을 보고, 뜬금없이 교회와 윤 장로님 댁 생각이 났습니다. 2003년 여름 방학에 1급정교사 연수를 받으며, 함께 연수받는 선생님들과 장로님 댁과 교회 본당, 소허당을 방문했을 때, 참 좋은 경험이었다 싶었던 것이 생각이 나서 아이들과도 한번 방문하고 싶었습니다.
 
  지난 주 가정의 일로 주일 성수를 못하였는데, 다른 일로 최 목사님의 전화를 받고 조심스럽게 교회 견학을 여쭈었더니 흔쾌히 허락해 주시고, 다음 날 윤 장로님께서도 외유 계획이 있으시다면서도 주인 없는 집에 감히 방문을 허락해 주셔서 오늘 감사히 32명 아이들 데리고, 그 학급 담임 선생님 모시고 잘 다녀왔습니다.
 
  장로님 댁에 저녁 큰 행사가 있으신지 아름다운 정원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해 아쉬운 감이 있고, 바깥 사랑만으로는 아이들이 공감하기에는 장로님 댁의 아름다움이 잘 드러나지 않았지만,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가정집이고 가장 규모가 큰 양반 가옥이라는 설명만으로도 아이들이 뭔가 대단한 집 구경을 했다는 정도는 생각한 것 같습니다. 정감 있는 우리 교회 오르간도 좋아들 했고(제가 오르간을 다룰 줄 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오며 가며 한옥들을 보며 "여기서는 어떻게 살아요?" 묻는 아이들이 좀 있어서였는지, 깨끗하게 다듬어진 소허당의 모습에도 공감들을 하는 것 같았습니다. 모범생 과에 속하는 아이들이 선생 생각을 해서였겠지만 어떤 녀석들은 목인박물관보다 우리 교회가 더 볼 것 많다고까지 하더군요. 그림을 좋아하는 아이들은 문 순 선생님 작품에도 관심을 보이고, 한 녀석은 "선생님 교회는 교회인데 절 같은 분위기예요." 하는 것이 제딴에는 북촌골의 양반 문화와 잘 만나진 우리 교회의 모습을 말한 것 같습니다.(옆집이 절집이라 그런지도 모르지요.)
 
  전도대 모임과 늘푸른교실 때문인지 의외로 많은 권사님, 집사님들을 뵈었습니다. 조용한 북촌골을 저희 말괄량이들이 잠시 시끄럽게 해 드려 죄송합니다. 방문을 허락해 주시고 손수 배웅해 주신 최 목사님, 감사드립니다. 외유를 떠나시면서 관리인 아저씨께 미리 말씀까지 주셔서 마음 편하게 견학하게 해 주신 윤 장로님, 안채를 보고 싶다고 투덜대는 아이들이 몇 있어 죄송스러웠습니다.(그 중 한 녀석이 재미 있는 말을 하더군요. 마음 쓰시지 말고 웃어 주십시오. "아홉 간은 봤는데, 아흔 간은 안 보여주실 거예요?") 소허당에서 나오시는 길에 저희 아이들 습격(?)을 받아 창졸간에 잠시 설명까지 해 주신 장문자 장로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때 아닌 아이들 방문에 놀랐는지 집 밖에 나왔다가 변을 당한 서(鼠)생원의 안치(?) 문제를 교회 사무실에 잠시 제보하러 가느라 나오면서 인사도 못 드려 가장 죄송스럽습니다.
 
  버스를 타러 나온 길에 한 녀석이 "선생님 교회는 관광 코스로 개발하면 신도가 더 늘 것 같아요." 하는 말에 교회와 장로님 댁에 너무 폐를 끼친 것 아닌가 싶은 죄송함과, 아이들에게 제대로 볼 만한 문화 체험을 해 준 것인가 하는 걱정이 조금은 씻겨 나갔습니다. 아름다운 교회의 성도임에 감사하고, 다시 한 번 알게 모르게 폐를 끼친 교회와 장로님들, 목사님께 감사와 죄송함을 전합니다. 참 따뜻한 오후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