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님(이신영 권사)을 추모하며

by 이호창 posted Oct 05,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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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님 장례를 치른지 1주일이 지났습니다. 장례를 전후해 이런저런 일로 분주하다 이제 대강의 일을 마무리하고 보니 어머님의 빈 자리가 더 크게 느껴집니다. 직장에 나서고 들어올 때, 가족예배를 드릴 때, 잠자리에 들 때 마치 어머니가 옆에 계신 듯 합니다. 어머님이 정녕 저희를 떠나 하늘나라로 가셨다는 사실을 몸으로 인정하기까지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할 듯 합니다.  
 
어머님 이신영 권사는 기도와 예배가 삶 자체이셨던 분입니다. 매일 4시면 일어나 2시간에 걸쳐 성경보기와 기도를 거르지 않으셨고, 저녁에 가족예배를 마친 뒤에도 1시간씩 성경을 보시고 기도를 하셨습니다. 제 평생에 가장 뚜렷이 남아있을 어머님의 모습은 새벽에 기도하시던 당신의 그 모습일 겁니다. 어머님은 그 시간 동안 가족을 위해, 교회를 위해, 이웃을 위해 끊임없이 간구하셨습니다. 한번은 제가 "어머님은 뭐 그렇게 간구하실게 많으시냐?"고 농담조로 여쭈었더니 당신은 그 기도시간도 간구하기에는 너무 짧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어머님의 새벽 기도와 성경보기는 돌아가시기 3~4일 전까지도 계속되었습니다. 폐암으로 몸이 힘들고 호흡이 가쁘셔서 부축 없이는 거동하기가 힘드셨음에도 불구하고 새벽이면 일어나 당신이 기도하시던 그 책상으로 가셨습니다. 오죽하면 목사님도 몸이 불편할 땐 그렇게 일찍 일어나지 마시고 누워서 기도해도 괜찮다고 권면해 주셨는데, 그 점에선 목사님의 말씀도 어머님을 설득할 수 없었습니다.
 
어머님은 소천하시기 1달 전부터 집밖 출입이 어려워지셨기 때문에 일요일에 교회를 나가실 수 없게 되었습니다. 사실은 숨이 차서 그 몇주 전부터 교회를 나가시기 힘든 상황이었지만 어머님께 예배 참석은 무엇보다 소중한 것이었기 때문에 상당히 무리해서 예배를 나가신 것이었지요. 예배 참석 후에는 며칠을 끙끙 앓으시기도 했습니다.1달 가량 예배에 직접 참석하지 못하는 동안 저희는 인터넷을 통해 예배를 드렸습니다. 온 가족이 함께 모니터에 앉아 예배를 드리면서 기뻐하시던 어머님의 모습이 선연합니다. 
 
어머님과 함께 드리던 가정예배의 모습도 잊을 수 없습니다. 어머님은 7년전부터 시작된 저희 집 가정예배를 이끄셨습니다. 매일 가정예배 교재에 맞춰 온 가족---가족이래야 어머님, 저, 최소영 집사, 그리고 아들 정한이 이렇게 네 사림이 드리는 것이었지만---이 함께 예배를 드렸습니다. 저는 꾀가 나거나 피곤하면 가정예배를 하루쯤 건너뛰면 어떨까 싶은 때가 적지 않았지만 어머님은 언제나 가정예배를 지키셨지요. 가정예배를 드리지 않으면 어머님의 저녁일과가 끝나지 않기 때문에 억지로라도(?) 함께 예배를 드리지 않을 수 없었지요. 소천하시기 얼마 전부턴 숨이 차 가족예배에서 찬송을 부르시기 어려워지셨습니다. 저는 그냥 눈으로만 찬송을 부르시라고 말씀드렸지만 어머님은 알았다고 말씀하시면서도 찬송이 시작되면 다시 힘껏 찬송을 부르셨습니다. 힘들하시는 그 모습이 안타까워 제가 심지어 화를 내기도 했지만 어머님에게 그 터져나오는 찬송은 당신 자신도 어떻게 하실 수 없었던 모양입니다. 이 가정예배 역시 어머님의 거동이 이미 몹시 불편해지셨던 3일전까지 계속되었습니다.
 
돌아가신 어머님의 유품을 정리하면서 어머님의 십일조를 발견했습니다. 예배에 참석할 수 없어 드리지 못했지만 어김 없이 정성스럽게 준비해 놓으신 십일조였습니다. 어머님이 이 땅에서 하나님께, 그리고 교회에 드린 마지막 십일조였습니다. 당신이 남기신 마지막 십일조, 그것이 어머님의 삶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어머님은 경제적으로 그렇게 풍족하셨던 적은 없었지만 언제나 먼저 선교와 나눔을 위해 힘쓰셨습니다. 예전에 어려울 때도 선교를 위한 헌금에는 늘 더하기 위해 애쓰셨고, 주변에 어려운 교회나 선교사들을 위한 지원에 힘쓰셨습니다. 먼저 선교와 나눔을 위해 바치고 다음에 생활을 해 나가는 선후의 원칙이 분명한 분이셨지요.
 
목사(이건 목사)의 딸로 태어나 평생을 기도와 찬양으로 사셨던 어머니, 어머니는 지금 당신이 그토록 소망하셨던 하늘나라에 가셨습니다. 저는 어머님이 분명 하나님께 "착하고 충성된 일꾼"으로 칭찬받으며 아버님과 함께 주님 나라에서 안식과 기쁨을 누릴 줄로 믿습니다. 주님께서 친히 이 땅에서의 어머님의 눈물을 씻어주시며 두 팔로 환하게 어머니를 안아주실 줄 믿습니다. 어머님은 아마 그 곳에서도 저희 가족과 교회, 이땅의 사람들을 위해 기도를 멈추시지 않으시겠죠. 어머님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그 곳에서 다시 만날 때까지 편히 쉬세요.
 
상중에 위로와 격려를 주셨던 교회 여러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주님의 평화가 모든 분들께 함께 하기를 기원합니다.
 
샬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