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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헌절. 헌법을 제정하여 국가의 근본 질서를 세운 날, 안동 산우회가 찾아 간 북한산 칼바위 능선 산행길에서 우린 하나님의 놀라운 창조 질서를 느꼈습니다. 초록으로 싱그러운 나뭇잎 하나 하나는 모두 햇빛을 고루 받고자 생명의 질서를 보였고, 계곡을 타고 흐르는 맑은 물에서는 계속 낮은 곳을 추구하는 겸손의 질서를 배웠습니다. 집합 장소인 정릉 청수장 앞 나무 그늘 밑에는 조동훈 대장님과 오도광 회장님 그리고 권원중 선생님이 일찌감치 자리하고 계셨습니다. 우리의 자리 바로 옆에는 아담하고 깨끗한 흰색 2층 건물이 있기에 입구 간판을 보니 '정릉 탐방안내소'라 써졌더군요. 무엇이 있을까 들어가 보았더니 북한산 소개가 다양하고 깔끔하게 되어 있었습니다. 아름다운 북한산의 생태와 경관을 사진으로 볼 수 있었고, 북한산 암석들과 동식물 표본 그리고 여러 새들과 야생 동물들의 울음소리와 폭포 떨어지는 소리 등 자연의 소리를 헤드폰으로 생생하게 들을 수 있었습니다. 2층에는 북한산 정보를 영상으로 볼 수 있는 시청각실도 있다하는데 시간이 없어 아쉬운 마음으로 다음에 제대로 찾아야겠다고 미루었습니다. 방명록에 서명을 권하는 여직원도 너무 친절하여 더욱 예쁘게 보였습니다. 자기 일에 충성하는 모습이 아름답다는 진리를 느끼게 했습니다. 이름을 물어보니 정유경이라 합니다. 혹 정릉을 가실 기회가 있으신 분은 꼭 들러보시기를 권합니다. 아침 10시, 거의 시간 간격없이 강명준 집사님, 김동형 집사님, 송재욱 장로님, 김용원 집사님께서 차례로 모습을 나타내셨습니다. 김동형 집사님은 아드님이 운전한 차에서 카우보이 같은 멋있는 모습으로 내리셨고, 주일날까지만 하여도 부인일을 도우셔야 된다고 불참을 말씀하던 강명준 집사님은 최명자 집사님께서 다녀오시라고 허락하셨다며 꼭 특별휴가 받은 군인처럼 좋아하시더군요. 부러 입구에서 차를 내려 몇 키로를 걸어오셨다며 뿌듯해 하십니다. 마지막 변창배 목사님의 도착을 신호로 안동 산우회의 정예 멤버 9인은 힘찬 출발을 하였습니다. 며칠 전 기록적으로 내린 서울 지방의 호우에 놀라기도 하였고 피해도 컸습니다만 정릉 계곡을 호기있게 넘쳐흐르는 물은 눈과 귀를 시원하게 해줍니다. 원래 정릉은 조선조 태조 왕비인 신덕 왕후 강씨의 능인 정릉이 있어 이 일대를 정릉으로 부르게 되었다는데 맑은 물과 아름다운 숲에 둘러싸여 청수골이라고도 부른답니다. 과연 명성에 걸맞는 풍치를 출발부터 보여줍니다. 우리가 향하는 칼바위 능선은 이름답게 만만치 않은 코스인지라 내원사로 갈라지는 삼거리에서 대부분 등산객들은 왼쪽 대성문 코스로 꺽어 우리 일행은 오르막 돌길을 호젓하게 오릅니다. 오늘 산행은 칼바위의 험로를 제외하곤 시간이 많이 걸리지는 않기에 여유있게 쉬어도 좋답니다. 내원사 샘터에서 한숨 돌리며 종각에 있는 연배가 묻어나는 범종을 자세히 살펴보니 종신 표면에 수백 명 이름이 각인되어 있더군요. 아마도 제작에 시주한 공양주들의 덕을 기리려 함인 듯 한데 종소리에서 제행무상(諸行無常)을 느끼고 백팔번뇌(百八煩惱)를 잊는 부처님의 가르침이 인간의 공다툼에 손상된 것 같아 씁슬했습니다. 이윽고 달라붙은 칼바위 능선. 수천 권 쌓아놓은 장서(藏書)를 일순간 무너뜨리면 이런 모습이 될까요? 켜켜이 비스듬하게 겹친 바위 길을 조심스레 한 발 한 발 옮깁니다. 그래도 홀드할 바위가 있고 한 걸음 전진하면 홀드한 바위가 바로 디딤돌 역할을 해주니 고마울 따름입니다. 또 한차례 숨을 돌릴 때 김동형 집사님의 질문, "목사님 지옥이 이렇게 힘들까요?" "저는 신앙이 부족해 지옥갈 준비를 해야될 것 같아서요" 천진한 말씀에 김용원 집사님의 화답은 현답입니다. "천국은 행위로 가는 것이 아니라 신앙으로 가는 것이랍니다." 김동형 집사님도 안심하신 듯, "작년에 황금석 집사님께서 '신앙을 갖는 것 자체가 천국행 기차를 탄 것과 같다. 기차 안에서 아무리 왔다 갔다 해도 기차는 우릴 목적지에 데려다 준다'고 하셨는데 맞습니까?" 목사님의 결론은 모두에게 용기를 주었지요. "기차에서 내리지만 않으면 됩니다" 그 말씀에 누가 내릴 생각을 하겠습니까? 등산도 인생같아서 아무도 대신할 수 없는 자신과의 싸움입니다. 숨이 턱턱 막히고 열 걸음 앞선 이가 부럽기까지 하지만 결국 자신의 다리로 걸어야 할 길이지요. 조금씩의 차이를 두고 드디어 보국문 산성 보수 공사가 한창인 성벽에 오르자 산밑에서 오른 바람이 에어컨처럼 시원합니다. 권원중 선생님은 가지런하게 잘라오신 오이를 돌리시며 갈증나는 목을 위로해 주십니다. 아까 까지의 숨참도 어느새 잊어 버리고 이젠 '민주화 투쟁 사상자 보상' 문제에 열띤 토론을 벌립니다. 여성 회원이 한 분도 없다보니 산우회의 대화도 딱딱한 주제로 흐르는 듯 합니다. 등산길에 '불행 끝, 행복 시작' 이 말처럼 달콤한 말이 있을까요? 이젠 시원한 계곡 자리를 찾아가는 내리막 흙길, 긴장했던 다리도 이젠 여유를 찾아 절로 움직입니다. 조동훈 대장님은 어찌 그리 샛길도 잘아시는지 호젓한 샛길로 우릴 이끌고 강명준 집사님의 영어 찬송까지 울려 퍼지는 나무 그늘 길은 행복으로의 초대길입니다. 오후 1시. 돗자리 깔판을 세 장씩이나 펼쳐 놓을 널찍한 계곡 옆자리에 점심 터를 잡았습니다. 등산화를 벗기가 무섭게 모두들 계곡 물에 발을 담급니다. 탁족(濯足)! 딸깍발이처럼 엄격했던 우리 조상들도 탁족으로 여름을 잊는 여유는 있었다는데 시원함을 넘어 냉기가 퍼지며 이윽고는 통증까지 느낄 정도입니다. 신선들이 노는 선계(仙界)가 따로 없지요. 예가 바로 선계요, 우리들 모습이 신선같으니까요. 강명준 집사님은 우리나라 지도가 그려진 방석을 보여주시는데 송재욱 장로님의 정확한 눈을 피할 수가 없었습니다. "우리나라 지도에 왜 울릉도와 독도가 없는가?" 날카로운 지적에 모두 감탄하였고 장로님의 호적이 경상도(獨道)일 수밖에 없는 그 이유가 짐작이 되었지요. 변 목사님은 아름다운 산행과 주신 음식에 감사와 함께 산우회원들께 은혜를 기원해 주셨습니다. 늘 힘든 코스를 만나면 후미에서 회원들을 도우시며 행동으로 설교를 대신하는 은혜로운 모습을 보여주시지요. 여회원들이 없어도 점심 메뉴는 푸짐합니다. 오도광 회장님은 밥은 잊고 반찬만 갖고 오셨고, 저는 솔순 곡차라고 가져온 것이 그냥 녹차를 가져왔지 뭡니까? 맛을 보신 분들이 "이거 그냥 물인데" 하시기에 저까지 맛을 보고서야 아차, 병이 바뀌었음을 알았습니다. 덕분에 한바탕 웃음꽃이 피었습니다. 하지만 조동훈 대장님께서 호골(虎骨)주라고 꺼내신 까만 즙은 마시자마자 그대로 명약 같았습니다. 권원중 선생님은 외국생활을 많이 하신 분답게 맛있는 샌드위치를 준비하셨고 김동형 집사님은 대장님한테 배우셨다며 컵라면에 더운물을 부으십니다. 송재욱 장로님은 매실 장아찌를 권하시며 여름철 자연 방부제로 메실 만한 것이 없다며 매실 예찬을 펼치십니다. 저는 황재금 집사가 강릉에서 가져온 물오징어를 데쳐 초고추장과 함께 라면 오늘의 그랑프리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었는데 계명의 권사님의 메실 장아찌에 1위를 내줄 수밖에 없었습니다. 점심을 마치자 나른한 여유가 찾아옵니다. 김동형 집사님의 화제는 언론사 세무조사로 넘어가고 권오중 선생님과 김용원 집사님, 변 목사님은 슬며시 몸을 눕혀 오수에 빠져듭니다. 정작 물이 아까워 저는 수시로 발을 담그고 조 대장님과 오 회장님은 산 이야기에 바쁘시며 올 여름 소백산과 설악산을 다 가보자고 계획하십니다. 오늘 칼바위 능선 산행 정도면 능히 오를 수 있다는 말씀에 송 장로님도 솔깃해 하십니다. 송 장로님도 함께 가신다면 훨씬 즐거운 산행이 될 겁니다. 늘 여유있는 웃음을 주시는 분이지요. 충분히 쉬었겠다 한결 가벼워진 배낭을 챙겨 하산길에 나섭니다. 강명준 집사님은 1센치도 안되는 휴지 조각까지 줍는 철저함을 보이십니다. 쓰레기 봉투를 배낭 뒤에 매달고 대남문으로 향합니다. 대남문 아래 샘터에는 맑은 샘물이 가득합니다. 빈 물병에 산물을 가득 채우니 새삼 부자가 된 듯 싶습니다. 대남문까지는 그리 멀지 않은 길, 조 대장님과 저는 문수봉 쪽 능선길을 택해 우회하였습니다. 능선에 오르자 비봉, 백운대, 만경대가 시야에 들어오고 가리마처럼 좁은 산길을 헤쳐 대남문에 도착합니다. 일행도 잠시 후에 도착하여 대남문을 통과하는 맞바람의 시원함에 땀을 식힙니다. 오도광 회장님이 보이지 않아 한참을 기다리며 핸드폰으로 연락을 시도해 보지만 통화 불능 지역입니다. 조금 더 기다려 보기로 하고 저만 먼저 내려가기로 하였습니다. 구기동 계곡길은 자연 휴식년제가 적용 중이라 울타리를 쳐 놓았기에 들어가고픈 유혹을 가로막고 있지만 덕분에 금강산 부럽지 않은 옥류가 철철 넘칩니다. 구기동 매표소까지 한걸음에 내려와서도 오회장님이 보이지 않길래 의아했고 잠시 후 후대폰으로 확인해 보니 벌써 구기터널 입구까지 내려가셨다니 놀라운 산행 실력입니다. 대장님과 제가 문수봉 능선길로 접어든 사이 대남문에 아무도 안 보이니 벌써 하산했다고 생각하셨답니다. 구기터널 입구 알파인 캠프에 들어가 뒤풀이 이야기를 나눕니다. 에어컨이 가동 중이라 시원하긴 하지만 왠지 산에서의 시원함만은 못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시원한 음료로 하루 종일 고생한 몸을 위로합니다. 오늘 하루 몸에 투입되고 배출된 물만 해도 4-5리터는 될 듯 싶습니다. 노폐물은 땀과 함께 다 나갔을 것이고 우리들 몸속엔 신선한 체액만 흐를 것 같은 뿌듯함이 생깁니다. 생명을 만드시고 생명을 생장케 해주시는 하나님의 놀라운 창조와 인간 사랑을 7월의 강렬한 햇빛과 계곡을 넘치는 맑은 물로 실감한 제헌절 즐거운 산행. 고생은 다 잊고 즐거움만 챙겨 각자의 가정으로 향합니다. 오늘의 아쉬움은 다음 산행이 있기에 오히려 기다리는 재미로 바뀝니다. 8월의 정기 산행은 광복절 수요일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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