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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천절을 맞이하여 오른 관악산 육봉(六峰)위 하늘은 방금 세수를 마친 새색시의 얼굴처럼 정결하였고, 세제(洗劑) 선전에 등장하는 접시처럼 문지르면 '뽀드득' 깨끗한 소리가 날 것 같았습니다. 육봉능선은 설악이나 내장산처럼 불타는 단풍의 화려함은 없었지만, 소나무의 푸름과 연륜(年輪)깊은 암봉들의 바위색, 그리고 그 배경으로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푸른 에머랄드빛 가을 하늘로 인해 올 여름 내내 답답했던 세상사를 말끔히 씻어버릴 수 있었던 청결한 산행이었습니다. 더구나 47차 10월 월례산행은 오랜만의 산행이라 반가움과 즐거움이 더욱 컸었습니다. '매미', 한 여름 그악스럽게 울어대는 도심 매미들의 떼 합창에 짜증이 날 수도 있지만, 그 것 또한 자연의 섭리요, 매미들의 삶이기에 계절의 시간만 읽으면 참을 수 있는 일일 겁니다. 하지만 올 추석에 맞춰 남부, 영동, 울릉도를 강타한 태풍(颱風) '매미'의 파괴력은 상상을 초월하는 엄청난 힘이었고, 인명피해, 재산피해 또한 막대하였지요. 더구나 지난 해 태풍 '루사'에 이어 연거푸 재난에 휩쓸린 영동지역 주민들은 복구의 의지를 세우기도 쉽지 않을 것입니다. 바로 그 '매미' 태풍으로 인해 안동산우회도 9월 정기산행을 거르게 되었지요. 발족이래 월례산행을 거른 적이 없었던 안동산우회였지만 산행 수칙 중 '무리는 절대 금물' 입니다. 또한 고통받는 이웃에 대한 배려, 위대한 자연에 대한 예의, 창조주 하나님께 대한 순종이라 생각을 키우면 당연히 삼갈 일이었지요. 과천종합청사 전철역 만남의 장소에는 조동훈 전 대장님, 오도광 회장님, 권원중 대장님, 김동형 집사님, 채병원 교우님, 그리고 저까지 여섯 분이 모였습니다. 워낙, 좋은 계절, 좋은 휴일이라 여러 교우분들이 공사간에 약속들이 겹치셨다하고, 더욱이 오늘은 정책당회가 있다하여 장로님들의 참여가 원천적으로 불가하기에 더 이상 기다릴 필요가 없습니다. 정각 10시, 7번 출구 긴 계단을 올라 역사를 빠져나갑니다. 정부 종합청사 앞 운동장에는 여러 분들이 공을 차고 있으며, 일부는 잔디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청명한 가을 하늘, 신선한 공기, 운동하기에 참 좋은 아침입니다. 그들의 건강한 모습에 같이 고무되어 우리들의 발걸음도 가볍습니다. 권 대장님은 미국 생활 중 아드님 어릴 적에 동네 아이들을 모아 직접 축구 코치를 하며 지도하였던 추억담, 그리고 그 아드님이 고등학교 시절에 골키퍼로 활약하며 대표 선수로 뛴 얘기를 들려주십니다. 권 대장님의 건장하신 풍채 -첫 산행에서 갈기를 휘날리며 평원을 가르는 힘찬 말 위에서 버팔로를 사냥하는 '대추장'을 연상했거니와 - 보다 더 덩치가 좋다하니 그의 활약상이 눈에 보이는 듯 합니다. 종합청사를 좌로 돌아 공업진흥청 옆길로 접어들며 산행이 시작됩니다. 관악산의 등산로는 서울대학교, 낙성대, 과천 향교, 관양동, 안양유원지 등 주요 코스 외에 수많은 곳에서 입산이 가능하기에 입산료 500원 징수에도 애로가 크다 하는데, 오늘 우리가 오르는 길은 과천 3단지 갈현동이 출발점입니다. 오늘 코스는 채병원 교우님께서 제안한 코스로써 일명 장군바위 능선으로도 부르는 6봉 코스입니다. 이 능선은 관악산을 꽤 다녀 본 이들도 별로 접해보지 않은 코스입니다. 조동훈 전 대장님이나 오도광 회장님조차도 이 코스로 내려온 경험은 있었지만 오르기는 이번이 처음이라 하십니다. 등반은 처음 30분이 제일 힘들지요. 따라서 처음 30분은 워밍업 시간으로 속도를 조절하여 걷는 것이 중요합니다. 오늘은 워밍업을 하기에 적당할 정도로 경사도 완만하고 기온도 서늘합니다. 30분 정도 여유있게 오르니 폭포가 나타납니다. 채 교우님은 '무당폭포'라 소개해 주십니다. 2단으로 나누어진 이 폭포는 오랜 세월 쏟아진 물길로 인해 암반은 사포(砂布)로 닦아놓은 듯 반질반질 하고 양옆의 언덕에 파묻혀 조용하고 깨끗합니다. 한 여름 큰비라도 온 후에는 쏟아지는 물길 또한 장관을 이룰 듯 싶은데, 오늘은 그저 복잡한 세상사를 잠시 잊고 조용히 사색에 잠기거나 마음을 비우는 시간을 보내기에 적당하게 분위기가 고요합니다. 조 전 대장님이 권해주신 맥반석에 구운 계란은 삶은 계란보다 목이 덜 메입니다. 권 대장님의 상큼한 오이를 한 쪽 먹으니 충분한 행동식(行動食)이 됩니다. 등산은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는 지구력 운동이므로 수시로 에너지를 보충해 줄 필요가 있습니다. 잠시 쉬면서 또는 걸으면서 먹을 수 있는 행동식은 조리할 필요가 없이 간단하게 먹을 수 있고, 영양가가 높은 고 칼로리 식품이 좋겠지요. 탈수 현상을 막고 체온조절을 위해서 수분 보충도 필요한데, 물과 더불어 오이나 귤, 과일 등도 좋을 것입니다. 채 교우님은 자리를 털고 일어나시며 지금부터는 '약간 경사'가 있을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하지만 선수들은 알지요. 저렇게 말씀하실 때는 난코스가 나타날 것을 예상해야합니다. 이마에 손수건을 불끈 동이고 등산화 발등 끈도 졸라맵니다. 아니나 다를까, 연달아 이어지는 암봉들은 때론 아기자기하게, 때론 만만찮은 경사를 가지고 가슴 서늘한 스릴을 맛보게 해줍니다. 관악산에 왜 악(岳)자가 붙게 되었는지 실감이 되는 멋진 암봉들입니다. 연이은 암봉에 1봉, 2봉 …순서를 헤아리며 6봉쯤 될 것 같은 난봉(難峰)에 숨을 몰아쉬며 오릅니다. 4인으로 구성된 어떤 팀에서 저를 보더니 "어휴, 대단하십니다." 하며 칭찬인지 격려인지 말을 건넵니다. 어디를 가나 흰머리 땜에 젊은 나이에 이런 대접을 받게 되니 억울한 마음이 듭니다. 육봉을 지나 전망대(展望臺)로 충분한 소나무 공터에 이르니, 이른 점심을 드시는 여러 등산팀들이 삼삼오오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쾌청한 날씨에 과천 경마장은 물론이고 청계산 능선이 또렷이 보이고 정상의 군부대 기지탑도 눈에 들어옵니다. 오늘의 시정(視程)거리는 30여 km는 넘을 것 같습니다. 잠시 숨을 돌리며 산길을 굽어보니 구불구불 능선길을 오르시는 산우회원들이 보입니다. 채 교우님은 후미(後尾)에서 일행들을 가이드하며 오르십니다. '일행 중 가장 늦는 사람을 기준으로 산행하라'는 산행수칙을 실천해 보이십니다. 백두대간 종주 등 수많은 산행을 통해 몸에 밴 팀웍을 보여주시는 멋진 등산인임에 틀림없습니다. 육봉에서 정상까지도 아기자기한 능선길이 이어집니다. 맘에 따라 봉우리를 타고 넘어도 그만, 살짝 우회길로 돌아도 그만,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길을 이으면 됩니다. 거대한 송신소 탑을 넘어가면 연주암, 사람들로 북적일 것이 분명합니다. 마침 걸려온 안동교회 옛 교우의 전화에 저는 연주암까지 가보았습니다. 그야말로 인산인해(人山人海), 점심자리 펼칠 곳도 마땅치 않습니다. 김종남이란 옛교우는 저와는 중학, 고등, 대학, 군대 동기로서 각자 관악산에 올랐다가 통화가 이루어지게 되어 같이 점심을 먹자고 하였습니다. 송신탑에서 방향을 틀어 서쪽 비탈 한적한 곳에 자리를 잡고 계신 일행들과 합류합니다. 이런 맞춤한 곳에 자리를 잡으시다니! 자주 감탄하게 되는 산행의 노하우입니다. 봉우리 송신탑을 경계로 혼잡(混雜)과 한적(閑寂)이 이렇게 나누어 질 수 있다니 참 놀랄만한 일입니다. 조 전대장님의 삼각김밥, 권 대장님의 피너츠 샌드위치, 다양한 반찬으로 채워진 오 회장님의 학생식 도시락, 우리들의 점심은 늘 나눠먹는 즐거움이 있지요. 나무 그늘은 한낮의 가을 햇살을 가려줍니다. 따스한 커피향은 산중 노천 까페 분위기를 만들어줍니다. 잠시 망중한(忙中閑)을 즐기며 세속을 잊습니다. 오르막이 힘들었으면 내리막은 쉬운 법, 계곡을 두 개 뛰어 편안한 능선길로 하산로를 잡았습니다. 우리가 오른 육봉 능선을 마주보며 내리 딛는 하산 길은 산책길과 같습니다. 채 교우님은 저의 질문에 친절하게 백두대간 경험담을 들려주십니다. 설명만으로도 저의 마음은 마냥 고무되고, 백두대간 산길을 지나는 모습을 그려보게 됩니다. 마지막 하산길에서는 희미한 등산로로 접어들어 숲을 헤치며 나오는 고생도 있었으나, 이로 인해 또 하나의 산행수칙이 확실하게 마음에 자리잡게 되었으니, '길을 잘못 들었다고 판단되면 빨리 돌아서라.' 좋은 공부했다고 생각하면 되지요. 주택가 도로에 오르자, 수많은 등산객들이 도로를 가득 메우며 물밀 듯이 내려오고 있습니다. 좀 전까지 헤치고 나온 잡목숲이 생각나서 우리끼리 얼굴을 보며 허탈하게 웃었습니다. 뒤풀이 장소에선 오늘 오른 코스에 대한 느낌으로 할 얘기가 풍성합니다. 관악산에 대해 가졌던 이미지가 훨씬 좋아졌다는 데 모두들 공감합니다. 조 전대장님의 등산철학에 의하면 ' 다신 안 오른다며 이를 갈며 다짐하고서는 또 오게 되는 것이 바로 등산이다'고 하셨는데, 오늘 이 코스는 절대 아닙니다. 바로 다음 산행이라도 또 오르고 싶은 아주 멋진 코스입니다. 다음 산행에선 모쪼록 많은 산우회원들이 참여하여 이 멋진 코스에서 멋진 산행을 같이 하고 싶습니다. 그럴 기회를 기다리며 파란 하늘빛에 물든 파란 마음이 오랫동안 깨끗하게 남아 있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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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7 3月의 月例山行은 3ㆍ1節에 道峰山 望月寺임니다 오도광 2002.02.14 1279
1956 "平壤서는 外交活動도 鬪爭이더라" 오도광 2003.04.22 781
1955 12월의 유머 1 오도광 2001.12.14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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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3 2월 부부선교회 월례모임 주제토론 정리 최소영 2003.03.05 976
1952 8월산행은 光復節 北漢山元曉峰+藥水庵溪谷 의 濯足! 오도광 2001.08.12 2185
1951 8월의 유머① 2 오도광 2001.08.12 2215
1950 恩惠로운 旋律과 映像과 詩 1 오도광 2003.09.02 821
1949 歸 天 / 千 祥 炳 북촌 2005.06.16 656
» 가을 하늘색에 마음까지 물들고(47차 산행기, '03.10.3. 금) 김광엽 2003.10.08 958
1947 안동웹진 수신 유명재 2004.02.29 659
1946 어찌하여 그처럼 끔직한 일이.. 1 오도광 2003.02.20 882
1945 저 크고 아름다운 바다를 바라보며... 오도광 2002.08.31 1088
1944 "100주년 맞이한 안동교회여전도회" 장로신문 기사 1 관리자 2013.12.11 485
1943 "기독교사상" 주최 심포지움 발제문 관리자 2004.09.17 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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