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란 모든 잘못된 소속을 떨쳐 버리고 자유를 얻어 하나님께만 속하는 행위이다. 종종 진심으로 기도하고 싶은 갈망이 있으면서도 동시에 강한 저항이 느껴지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우리는 우리 존재의 근원이자 목표인 하나님께 가까이 다가가기 원하지만 동시에 하나님과 가까워질수록 그간 주변에 쌓아온 ‘안전한’ 구조물을 다 버리라는 하나님의 요구도 더 강해진다는 것을 깨닫는다. 기도란 그 정도로 혁명적 행위이다.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의 존재양식을 모두 재평가해 자신의 옛 자아를 내려놓고 새 자아인 그리스도를 받아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스도와 함께 살려면 그리스도와 함께 죽어야 한다는 바울의 말이 바로 그런 뜻이다. 바울은 그 죽음과 중생의 체험을 이렇게 고백한다. “이제는 내가 산 것이 아니요 오직 내 안에 그리스도께서 사신 것이라···”(갈2:20) 기도의 행위를 통해 우리는 통제의 착각에서 벗어난다. 모든 잘못된 소속을 떨쳐 버리고 우리의 유일한 소속 대상인 하나님께 온전히 나아가는 것이다. 그러므로 기도란 자신의 것이라 생각했던 모든 것에 대해 죽는 행위이며 이 세상에 속하지 않은 새로운 존재로 태어나는 행위이다.
- 헨리 나우웬, 미리 맛보는 하나님 나라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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