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그레코
2007.10.11 02:28

엘그레코 - 베드로와 바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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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 Greco

베드로와 바울(1587-92)

oil on canvas,
The Hermitage at St. Petersburg 

사도 베드로와 바울
캔버스에 유화, 121.5x105cm, 1587-1592, 에르미타주 박물관,

이 그림은 커다란 미술관에서는 지나치기 쉬운 유형의 작품이다. 엘 그레코의 걸작으로 평가되고 있지도 않을 뿐더러, 큰 미술관에는 성인들을 그린 작품들이 많기 때문에, 자칫하면 작가 이름만 확인하고('아, 엘 그레코의 작품이구나' 정도) 지나치기 십상이다. 하지만 이 작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화가의 관심은 베드로나 바울의 '성자다움'이 아닌 다른 데 있음을 알 수 있다. 그의 관심은 좀더 복잡하고 급박한 것이다.

우선 엘 그레코는 두 사람의 인간적인 차이에 관심이 있다. 바울은 지적이고 뜨거운 사람으로, 활동적이고 정력적이다. 그는 한 손으로 경전을 짚으며 우리를 이해시키려는 열망으로 가득 차 있다. 다른 손도 긴장돼 있기는 마찬가지인데, 마치 정신의 칼날인 양 예리한 손가락이 모자를 쓰지 않은 머리만큼이나 빛나고 있다. 넓은 이마는 지적인 날카로움을 보여주고 있으며, 크고 각진 귀는 설교자란 무엇보다도 남의 말을 잘 들어야 한다는 것을 지적해주는 듯하다.

그림의 중앙 부분에 함께 그려진 두 개의 손은 둘 사이의 대조를 명확히 보여준다. 바울의 손이 희고 정열적인데 반해, 베드로의 손은 검게 그을은 노동자의 손이다. 그는 한 손을 차분하게 쥐고 있고, 다른 손으로는 권위를 나타내는 열쇠를 들고 있다. 베드로는 열쇠를 차분하게 잡고 있는데, 손가락을 열쇠의 홈 부분에 대고 손잡이의 고리를 쥐고 있다. 베드로는 기도하는 삶을 사는 평화로운 사람이다. 베드로의 얼굴은 회색빛 수염에 가려 자세히 보이지 않지만 엘 그레코는 두 사람의 몸이 하나의 틀을 만들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들은 서로를 필요로 하고, 서로를 보완해준다. 이러한 상호 의존 때문에 둘 사이에 균형이 있을 수 있는 것이다.

엘 그레코는 뭔가 심오한 것을 말하고 있다. 우리들은 열정을 가지고 결정하는 부분과, 지혜와 사랑에 의존하는 경우 모두를 필요로 한다. 능동적으로 결정하는 부분이 잘못된 선택을 하지 않도록 지혜롭고 부드러운 부분이 지켜줘야 하는 것이다. 엘 그레코가 그린 것은 우리 자신 안에 있는 베드로와 바울이며, 더욱 중요한 것은 그림의 뒤쪽에 있는 밝은 빛, 바로 열려진 문이다. 이 그림은 우리들에게 그 문을 통과하라고 권하고 있다. 그림을 볼수록 그 문은 더 크게 열리는 것 같다.

(웬디 수녀의 유럽 미술 산책 pp144-146 , 웬디 베케트 지음, 김현우 옮김, 예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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