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그레코
2007.10.11 02:30

엘그레코 - 그리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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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 Greco

그리스도(1590-95)

Oil on canvas, 61 x 46 cm, National Gallery, Prague

 

 

▶ 스페인 미술사의 거장

스페인 미술사에서 거장으로 기록되고 있는 엘 그레코(El Greco, 1541~1614)는 그의 작품이 그러하듯이 삶 역시 혁명적이었다. 도미니코스 테오토코풀로스(Domenikos Theotokopoulos)라는 본명을 지닌 그는 보통 ‘엘 그레코’, 즉 ‘그리스인’이라는 호칭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이는 이탈리아에서 거주할 때 얻은 별명으로 고향을 떠나 일생을 떠돌며 이방인의 삶을 살았던 그에게 붙여진 애칭이었다.

미술사가들에게 있어서 서양미술사를 장식한 고전주의 시대의 작품 중에서 가장 현대적인 화풍을 꼽으라면 가장 먼저 손꼽히는 이가 바로 엘 그레코이다. 고대 그리스 문명의 태동지인 크레타섬에서 태어나 중세 이래로 새로운 미술이라고는 전혀 발전시키지 못했던 고향섬을 떠나 베네치아에 건너온 그는 자신의 혁명적 의식을 받아들이기에는 너무나 딱딱한 중세적 권위를 다시금 떠나와 유럽의 한 구석인 스페인의 톨레도에 정착해 현대화를 향해 열린 자신의 작품 세계를 펼쳤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특히 톨레도의 시인이며 수도자였던 호르텐시오 파라비치노는 엘 그레코에 대해 “크레타는 그에게 생명을 부여했고, 톨레도는 그에게 붓을 선사했다”고 일컬었다. 톨레도에서 그는 더 이상 정확하고 자연스러운 묘사를 귀찮게 요구하는 비평가들의 독설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

▶ 비잔틴 이콘의 영향

1541년 크레타의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난 엘 그레코는 수도원에서 교육을 받고 처음으로 미술 수업을 받았는데, 초기에 받은 추상적이고 영성이 강조된 비잔틴 이콘의 영향은 평생동안 그의 작품 세계에 반영됐다.

1560년 경 베네치아로 건너간 그는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대표적인 베네치아파 화가인 티치아노의 지도를 받고 틴토레토와 베로네세를 만나 영향을 받았다. 그는 이들 두 대가의 영향으로부터 자연적인 형태나 색채가 과감해도 좋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이는 예술관에서보다는 오히려 그의 신앙심에서 저절로 나온 것인지도 모른다.

▶ 매우 신앙심 깊은 인물

틴토레토와 마찬가지로 그는 격정적이면서도 매우 신앙심이 깊은 인물이었다. 성경에 나오는 역동적인 이야기들을 그는 딱딱한 매너리즘으로 그릴게 아니라 실제로 있는 일처럼 참신하고 감동적인 방식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그는 이들 거장들을 통해 화가로서의 능력을 키워나가고 입지를 굳혔는데, 1570년경에는 마토바, 페라라, 보로나, 파르마, 피렌체를 거쳐 로마로 갔고 이 시기에 그는 미켈란젤로와 라파엘로의 작품을 접하고 그들로부터 큰 감명을 받았다.

1576년 그는 마침내 이탈리아를 떠나 스페인으로 갔는데, 마드리드를 거쳐 1577년 드디어 톨레도에 정착했다. 여기에서 그는 최고의 평가를 받고 명실공히 위대한 그리스인이 된다. 그래서 고향과는 멀리 떨어진 타양 톨레도는 엘 그레코의 작품 세계 안에서는 진정한 고향이 된다.

이슬람 세력과의 오랜 싸움 끝에 통일을 이룬 스페인에서는 가톨릭 신앙이 사람들의 정신 세계를 지배하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스페인 사람들의 관심은 현실적인 문제보다는 종교적 열정과 경외심, 그리스도의 고통, 최후의 심판 등에 쏠려 있었다. 더욱이 당시 스페인은 종교개혁에 맞선 반종교개혁의 선두 국가로서 종교적 신비주의의 경향이 짙게 자리잡고 있었다.

엘 그레코의 작품은 주제면에서 몇몇 초상화를 제외하고는 초기부터 일관되게 성경, 특히 복음서의 내용에 바탕을 둔 종교화가 주를 이루고 있었다. 반종교개혁의 영향과 16세기부터 꽃피기 시작한 스페인 신비주의 문학은 그의 작품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 기록에 의하면 엘 그레코는 성녀 아빌라의 데레사와 십자가 성 요한의 글에서 많은 종교적인 영감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스페인 화가들에게는 해부학이나 원근법을 이용해 인체나 풍경을 사실적으로 그려내는 일보다는 종교적 열정으로 용광로같이 끓고 있는 인간의 내면 세계를 감동적으로 표현해내는 일이 중요했다.

▶ 작품과 예술 세계

엘 그레코의 작품과 예술 세계가 진정으로 높은 평가를 받기에는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마치 현대 추상회화에서나 볼 수 있는 양심, 심하게 일그러지거나 뒤틀려 있는 그의 작품 속 인물과 풍경들은 그가 심한 시각적 장애를 지녔을 것이라는 설이 있을 정도였지만 이미 그것은 16세기에 20세기를 예고한 것이기도 했다. 톨레도의 지극히 신비스러운 종교적 열정을 통해 그는 4백년 후를 내다보는 예술적 안목을 가졌던 것이다.

그의 진가는 오랫 동안 망각돼 왔지만 19세기 이후 그에 대한 평가는 크게 높아져 세잔느 등에 영향을 주었고, 특히 독일 표현주의 화가들과 추상파 화가들로부터 상당한 호감을 받는 동시에 많은 평론가들에 의해서 크게 소개되기도 했다.

대표작으로는 ‘오르가스 백작의 장례식’, ‘성령 강림’, ‘장님을 고쳐주는 그리스도’, ‘성전 정화’ ‘그리스도의 세례’ 등이 있다.

▶ 가톨릭신문 2006-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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