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바조
2007.10.11 02:07

카라바조 - 성 마태의 영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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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avaggio

 성 마태의 영감(The Inspiration of Saint Matthew)

1602, Oil on canvas. 295x195cm, Contarelli Chapel, Church of San Luigi dei Francesi, Rome

최전성기의 명성을 누리기 시작한 1602년, 이미 <성 마태의 순교>와 <성 마태의 소명>을 완성했 던 산 루이기 데이 프란체시 성당으로부터 콘타렐리 예배당의 중앙제단을 장식할 제단화를 준문 받게 된다. 그것은 당시 로마의 실력자 중 한 사람이자 미술 애호가였던 프란체스코 콘타렐리(Francesco Contarelli) 추기경의 강력한 요청에 의해 1602년 2월 9일 '성 마태가 복음 서를 쓰고 있는 장면'을 그려달라는 주문이었다. 계약조건에는 '성 마태 곁에서 천사가 복음서 의 내용을 구술하는 장면'을 삽입하는 것이 포함되었다. 카라바조는 17세기 초, 로마에서 프랑 스 가톨릭교회와 프랑스 국왕의 입장을 대변하는 성당에서 <성 마태의 소명>과 <성 마태의 순교 >에 이어, 중앙 제단화를 위한 성 마태 주제의 연작을 완성할 수 있게 되었다.

<성 마태와 천사> 혹은 <성 마태의 감동>으로 불리는 카라바조의 첫 번째 판은 베를린의 한 미 술관에 보관되어 있다가 아쉽게도 제2차 세계대전 중 전쟁의 포화 속에서 소실되었다. 이 <성 마태와 천사> 첫 번째 판은 처음부터 우여곡절을 겪었다. 카라바조는 신속하게 작품을 완성했지 만, 산 루이기 데이 프란체시 성당측은 카라바조의 작품이 부적절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카라바 조의 작품 생애 중 이번이 두 번째로, 작품 인수가 거부된 것이다. 이것은 그에게 엄청난 수모 였다. 자존심 강한 카라바조에게 이 일은 깊은 상처로 남았을 것이다. 만약 이 작품의 후원자였 던 빈센조 주스티니아니(Vincenzo Giustiniani)후작이 고가로 대신 매일 하지 않았다면 카라바 조는 큰 공경에 처했을 것이다. 주스티니아니 후작은 카라바조가 델 몬테 추기경의 화실에 소속 되어 있을 때 <류트 연주자>를 매입하면서 카라바조와 친숙한 관계를 맺고 있었다. 그는 또한 카라바조의 첫 번째 전면 누드화인 <승리자 큐피드>를 준문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성 마태와 천사> 첫 번째 판은 왜 인수 거부라는 수모를 겪어야 했을까? 이미 이 작품은 유실되었기 때문 에 남아있는 흑백 사진으로 작품을 분석해야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일단 <성 마태와 천사>의 첫인상은 남루함, 비천함 그 자체이다. 완성된 작품을 심사했던 성당 측으로서는 당혹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천사의 거룩한 도움을 받고 있는 마태가 성령이 충만한 모습으로 등장해야 할 텐데, 카라바조의 그림은 그들의 기대를 전적으로 저버렸다. 초라 하기 짝이 없는 중년남자가 꾸부정한 자세로 앉아 무엇인가를 열심히 쓰고 있다. 옆에서 천사가 안쓰러운듯 뭔가를 가르치고 있다. 카라바조가 아니면 상상조차 어려운 <마태복음서>가 탄생하 고 있다. 또한 중년의 벗겨진 머리와 포개진 다리 사이로 보이는 더러운 맨발이 관객의 코앞을 자극한다. 게다가 이 무식해 보이는 중년사내는 히브리어를 처음 배우는 사람처럼 책을 앞에 끼 고 쩔쩔매고 있는 게 아닌가.

<성 마태의 순교>에서 살해당하는 마태로 등장했던 모델이 여기서도 등장한다. 그러나 이번 작 품에서의 마태는 전작에서 느껴졌던 고상함조차 찾아볼 수 없다. 이 그림을 주문했던 산 루이기 데이 프란체시 성당의 종교 지도자들과 로마 상류층 인사들이 작품 인수를 거부한 것도 놀랄 만 한 일이 아니다. 애초에 카라바조는 성 마태를 성자로 그릴 생각이 없었던 모양이다. 아마도 마 태를, 성자로 불릴 만한 경건함이나 위엄을 갖추지 못한 지극히 세속적인 인간에 불과하다고 생 각했을지 모른다. 카라바조는 도대체 이 무식하고 천해 보이는 마태의 모습을 통해 무엇을 말하 고 싶었던 것일까.

카라바조는 첫 번째 판인 <성 마태와 천사>의 인수가 거부되자 자신의 창조적인 견해를 일보 후 퇴시키고, <성 마태와 천사> 두 번째 판을 신속히 완성한다. 이 두 번째 작품이 현재 콘타렐리 예배당의 중앙 제단에 전시되어 있다. 첫 번째 작품이 수평적인 구도를 지니고 있는 반면 두 번 째 작품은 수직적 구도를 취함으로써 훨씬 더 성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전작에 없던 성 마 태의 후광이 두 번째 작품에는 분명히 드러나 있다. 좀 더 성스럽고 고상한 이미지의 성 마태를 탄새이킨 것이다. 전작에 비해서 성 마태의 역할이 좀 더 주체적으로 바뀌었다는 것도 확연히 알 수 있다. 전작에서 마태는 천사에 의해 피동적으로 움직이고 있지만, 후작에서는 좀 더 능동 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천사를 바라보는 마태의 시각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

천사의 위치가 오른쪽에서 위쪽으로 공간 이동을 했다는 것 외에는, 두 번째 작품에 등장하는 마태 역시 평범한 중년사내의 모습을 하고 있다. 가슴의 일부와 문제의 맨발이 또한 그대로 드 러나 있다. 마태가 무엇인가 열심히 쓰고 있는 탁자는 로마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평범한 물건이 다. 수평에서 수직으로 전체 구도를 바꿈으로써 성스러움을 더욱 강조했지만, 여전히 일상적인 오브제를 사용하여 이미지 전달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카라바조는 주문자의 요구에 부응하면서 동시에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천재성을 발휘한다.

그러나 <성 바울의 회심> 첫 판이 거부되었듯, <성 마태와 천사> 또한 첫 판의 인수가 거부되자 카라바조는 자존심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게 되었다. 작품을 통해 드러내고자 했던 성스러움의 참된 의미는 로마의 종교 지도자들에 의해 비판받았고, 자존심 강한 카라바조는 더 걷잡을 수 없는 광포한 세계로 빠져들게 된다.

김상근 <이중성의 살인미학 카라바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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