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바조
2007.10.11 02:15

카라바조 - 목 잘린 세례자 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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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avaggio

목 잘린 세례자 요한

1607-1608, Oil on canvas, 361x520 cm, Pro-Cathedral of Saint John the Baptist, La Valletta, Malta

로마에서 살인죄를 저지르고 나폴리로, 다시 말타로 도피 중에 있던 카라바조는 사형선고를 받았음에도 귀족들의 보호를 받으면서 여전히 창작에 몰두할 수 있었다. 그가 나폴리에서의 보장된 성공과 안전을 포기하고 말타로 이주했던 이유는 기사 작위를 통한 사면의 가능성 때문이었다.

파사지오(Passaggio)라는 관례에 따라 성 요한 기사단에 그림을 헌정해야 했던 카라바조로서는 <목 잘린 세례 요한>을 통해서 인생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고 싶었을 것이다. 카라바조는 새롭게 자신의 삶을 펼치겠다는 각오로, 그리고 그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명작을 남기겠다는 의도에서 <목 잘린 세례 요한>에 '피의 서명'을 하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세례 요한의 잘린 목 밑으로 흥건히 고인 붉은 피를 찍어 카라바조는 마땅히 죽어야 할 사람의 이름을 새겨넣는다. 이런 간절한 마음에서, 그는 그림의 맨 아래 중심에 'f. michel'을 기록했다. 'Frater of Michelangelo'의 약자로 보이는데, 이는 성 요한 기사가 되면서 진심으로 참회하고, 각오를 새롭게 하기 위해 자신의 이름을 새겨넣었던 것으로 보인다. 카라바조의 작품 중에서 유일하게 그의 이름이 서명되어 있는 작품이다.


카라바조는 선배 화가들이 전통적인 화법을 통해 표현하던 세례 요한의 순교 장면에서 과감히 탈피한다. 그는 세례 요한의 죽음을 말타 감옥의 뒷골목에서 벌어진 참혹한 살인의 장면으로 그려내고 있다. 그림 어디에도 하늘 문이 열리고 천군천사가 등장하는, 거룩한 순교의 순간을 알리는 전통적인 오브제는 등장하지 않는다. 감옥의 뒷골목에서 벌어지고 있는 끔찍한 살인의 순간만이 어둠 속에서 은밀히 재현되고 있을 뿐이다.

카라바조는 <목 잘린 세례 요한>에서 처음으로, 배경을 단순히 어둡게 처리하는데 그치지 않고 어두운 성벽과 대문을 그 배경 안에 그려넣었다. 말타의 성벽을 그대로 배경으로 처리하면서 동시에 비어 있던 화면 오른쪽을 감옥에 갇혀 있는 죄수로 채워넣었다. 짙은 어둠으로 배경을 처리하던 테네브리즘 기법에 약간의 변화를 주기 시작한 것이다.

카라바조는 땅바닥에 엎드려 목이 잘린 채 죽어가고 있는 세례 요한을 중앙에 배치하고, 화면 정면에 등장하는 주요 등장인물들을 화면 왼쪽에 배치했다. 비례적으로 불완전한 대칭을 이루고 있던 화면 오른쪽공간에 처형 장면을 바라보고 있는 두 명의 죄수들을 등장시켜 이를 조정했다. 바닥에 엎드려 피 흘리며 죽어가고 있는 세례 요한의 두 손을 뒤로 결박되어 있다. 처형하는 사람은 세례 요한의 머리채를 잡고 목을 자르기 위해 뒷짐에서 칼을 꺼내고 있다. 이미 세례 요한의 목은 일부 절단되어 피를 흘리고 있음에도 땅바닥에 놓여 있는 칼이나 처형하는 사람의 단검에는 피가 묻어 있지 않다. 세례 요한이 깔고 엎드린 양털 가죽은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과 죽음을 예시하는 오브제이다. 전통적으로 세례 요한의 죽음은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과 죽음에 대한 전주곡으로 이해되어 왔기 때문이다.

김상근 <이중성의 살인미학 카라바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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