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바조
2011.06.09 17:55

카라바조 - 골리앗의 머리를 든 다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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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avaggio

골리앗의 머리를 든 다윗
1609-1610, Oil on canvas, 125x101 cm, Galleria Borghese, Rome

 

[골리앗의 머리를 든 다윗 David with the Head of Goliath]은 나폴리에서 제작된, 그의 마지막 작품으로 추정되는 그림이다. 말년에 도망 다니면서 제작한 많은 작품들처럼 이 작품의 화면도 어둡고 붓질은 속도감 있고거칠다. 이전에 그렸던 같은 주제의 그림과 다른 점은 이런 양식만이 아니다. 승리자 다윗의 슬픈 듯 어두운 표정은 선례도 없고 성서 텍스트로도 설명이 안 되는 부분이다. 성서에 의하면 다윗은 선한 승리자이고 골리앗은 악한 패배자이다. 그러나 이작품의 분위기는 다윗의 처형에 골리앗이 희생된 듯한 모습이다. 다윗은 골리앗의 잘린 머리를 보며 모두에게 닥칠 죽음(memento mori)을 명상하고 있는 것일까.

17세기부터 이 작품은 화가의 자전적인 성격을 가진 것으로 해석되었다. 목이 잘린 골리앗의 얼굴이 화가의 자화상이라는 것이다. (그가 자신을 참수의 희생자로 묘사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참수되고 있는 세례 요한, 방패 위에 그려진 [메두사 Medusa]의 모델로도 자신의 얼굴을 사용한 적이 있다. 그의 메두사는 목이 끊어졌으나 아직은 살아있고, 남을 두렵게 하는 동시에 자신도 공포에 질린 모습이다.) 골리앗의 목을 든 다윗의 모델은 그의 조수이자 동성애 상대라는 설과 화가 자신의 어릴 적 모습일 것이라는 주장이 있다. 그는 자기 자신에 의해 혹은 자신이 사랑하는 상대에 의해 죽음을 당하는 것으로 자신의 마지막 모습을 기록한 것이다.

화가는 평생 자기 가정이나 집을 가져보지 못하고 떠돌면서, 각종 폭력 사건으로 인한 불안감과 피해의식 때문에 잘 때도 신발을 신고 자는 극도로 긴장된 생활을 했다. 자신이 가한 폭력과 받은 폭력에 대한 기억, 살인으로 인한 죄책감과 도망자로서의 불안감에 늘 시달렸던 그는 스스로에게 죽음이라는 벌을 내려서라도 안정과 휴식을 얻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김진희 / 미술평론가

 

하나님은 당신을 사랑하는 다윗에게 힘을 실어주었다. 다윗으로 하여금 몇 개의 돌과 물매로 간단히 블레세의 적장 골리앗을 물리치게 하였다. 다윗은 자신만만하게 이렇게 외쳤다. "내가 너를 쳐서 네 머리를 베고 믈레셋 군대의 시체로 오늘날 공중의 새와 땅의 들짐승에게 주어 온 땅으로 이스라엘에 하나님이 계신 줄 알게 하리라(삼상17:46)." 성서에 의하면 하나님의 뜻을 따르는 자에게는 큰 사랑을 베풀었고, 인간이 지닐 수 없는 놀라운 능력을 주었다. 성서는 하나님의 뜻을 거역하는 자가 있다면 하나님을 따르는 자로 하여금 큰 힘을 주시어, 하나님의 이름 하에 그 어떤 참혹한 행위도, 살인도 정당화시키고 있다. 카라바조가 이를 성서대로 해석했다면 다윗은 힘센 소년으로, 골리앗의 머를 높이 쳐들며 승리에 찬 당당한 모습으로 표현되었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카라바조의 다윗은 자신이 죽인 블레셋 적장 골리앗을 연민의 눈으로 쳐다보고 있지 않은가? 카라바조는, 골리앗의 얼굴에는 어린 소년 다윗에게 어이없이 죽임을 당한 수치심과 참혹한 표정을 담아냈고, 골리앗의 얼굴을 들고 있는 다윗에게도 하나님의 이름 아래 저질러진 외의 증거(골리앗의 목)를 슬픈 시건으로 보도록 하였다.

카라바조의 마지막 작품으로 추정되는 [골리앗의 머리를 든 다윗]에서 우리는 다시 한 번 그의 천재성을 확인한다. 그는 단순히 종교를, 성서의 내용을 선과 악의 이분법으로 바라보고 있지 않다. 하나님 앞에서 다윗도, 골리앗도 무력한 한 인간일 뿐이다. 겸손과 교만의 이중성은 마치 화면에 등장하고 있는 카라바조의 두 얼굴처럼 누구에게나 존재하는 인간의 양면성을 상징한다. 카라바조의 마지막 작품은 철저한 자기성찰을 담은 것이었으며 불합리성을 간직하고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제시하는 인간성에 대한 이해였다.

김상근 저 <이중성의 살인미학 카라바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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