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과 음악
2010.11.27 13:51

[음악] Stenka Raz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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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페르샤 공주를 강에 던지는 스텐카 라친의 삽화
 
대학 1학년 땐가 처음으로 오디오를 장만했다. 지금 기준에서 보면 ‘미들파이’라고 하는 편이 정확하다. 천일사 제품으로 턴테이블과 리시버부가 합쳐있는 타입이었는데, 턴테이블의 회전이 조금 빨라 엘피를 돌리면 약간 높은 소리가 나곤 했다. 이 때 처음 구입한 판이 라이센스로 발매된 데카레이블의 ‘러시안 임프레션’이었다. 러시아음악에 애착을 갖고 게셨던 아버님의 부탁 때문이었다. 돈코삭합창단과 샬리아핀의 판도 원하셨는데, 이 음반들은 당시에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아버님은 위 음반의 2면에 있던 보로딘의 ‘중앙아시아의 초원에서’를 즐겨 들으셨다. 지그시 눈을 감고 음반 재킷을 손에 쥔 채, 초원에서 점점 멀어져가면서 울려 퍼지는 말과 낙타의 발굽 소리에 귀를 기울이던 모습이 아직도 눈 앞에 선하다. 그러던 중, 80년대 중반에 대학 동창회의 초청을 받고 동경에 가셨다가, 원하시던 음반을 사가지고 오셨다. 이후 이 음반들은 무척 소중하게 아끼면서 들었다. 얼마 안 있어 똑 같은 음반은 아니지만, 라이센스반르로도 쉽게 구할 수 있게 되었지만.

이 음반들 중에서 아버님이 특히 좋아했던 곡이 바로 ‘스텐카 라친’이었다. 높이 뻗어 올라가는 여성의 목소리뿐 아니라 깊게 울리는 남성 저음의 매력을 내게 깨닫게 해 준 음반이기도 했다. 17세기 러시아농민반란의 주인공이었던 ‘스텐카 라친’을 그린 이 노래는 동지들의 분열을 피하기 위해 사랑하는 페르샤 공주를 강물에 던져버렸다는 전설로 더욱 잘 알려져 있다. Don Kosak Choir와 Red Army Choir의 합창으로 들어본다. 수 년 전 Aulos Media에서 발매한 '러시아 로망스 베스트 3'에 마지막 트랙으로 실린 Anna German(1936-1982)의 스텐카 라친도 추천해 본다. 우리말 완역 가사도 실려 있고, 드라마틱하게 부르는 안나의 노래는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완역 가사: 맨 아래)
 
1. Don Kosak Choir
    http://www.youtube.com/watch?v=Id8oaVT-jBs&feature=related
    음질 상태로 보아 1930년대 이전 녹음이 아닌가 싶다. 1956년 녹음보다는 음질이 열악하지만, 합창단 단원의 오리지널리티는 이
    녹음이 더 순수한 듯.   
 
    Don Kosak Choir, 1956
    http://www.youtube.com/watch?v=AEnSMa-lTzM&feature=related 
 
2. Red Army Chior
    http://www.youtube.com/watch?v=CKZJddUnZY4
 

스텐카 라친

 

섬 쪽에서 나와 물길 깊은 곳으로,

강물 철썩이는 드넓은 곳으로

스텐카 라친의 그림 같은 배가

유유히 떠가네

 

앞 쪽에 스텐카 라친이 앉아

공주를 안고

거나하게 취해 흥에 겨워 새로운 결혼식을 올리고

뒤 쪽에선 불평소리가 들려오네

우리를 여자 따위와 바꿔버렸어

저 여자와 달랑 하룻밤만 보내고서

아침엔 자기가 여자가 돼버렸어

 

준엄한 아따만(까자끄 대장)이 그 불평과 비웃음을 듣더니

힘센 팔로 페르샤 여자의 몸을 안네

아무 것도 아깝지 않아, 내 목이라도 내 놓겠어

위엄있는 목소리가 강변을 따라 울려 퍼지고

죽었는지 살았는지 미동도 없이 눈을 감은 그녀는

술에 취한 아따만의 말을 조용히 듣고 있는데

그는 아름다운 공주를 번개처럼 들어 올려

마주 오는 파도에 던져 버리네

 

형제들 왜 그렇게 기운이 빠졌는가

어이, 필까 이 사람, 제기랄 춤 좀 춰봐

형제들이여, 그녀의 넋을 달래는 의식을 행하자고.

 

섬 쪽에서 나와 물길 깊은 곳으로,

스텐카 라친의 그림 같은 배가

유유히 떠가네

                          (유미정님 번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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