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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의성지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로 가는 길 13

&사진 윤 경 남 Yunice Min


 

  

  
Notre-Dame de Paris, Riverside of Seine:사진 Yunice
 
  
 
  Notre Dame Plaza and children 사진 Yunice
 

이태 전, 우리 부부는 스페인 나들이를 할 수 있는 은총의 기회가 생겼다.

옛날 제3의 성지였던 스페인의 산 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를 목표 삼아 토론토에서 출발하여 산 티아고 까미노 (도보순례)가 아닌 기차, 버스, 비행기로 옛 성지 순례의 길목에 있는 파리에 오며 가며 들렸다.

꿈과 낭만의 도시로 생각하며 돌아 본 파리는 생각처럼 화려하진 않았다. 일곱 개의 언덕 아래, 한강보다 좁은 센 강이 프랑스의 수도인 파리 시내 한복판을 흐르며 우리를 다정하게 맞아주었다.

 

시내 어디서나 다른 모습으로 만나는 에펠 탑의 변용, 루블 박물관, ‘우리의 귀부인 성모 마리아에게 봉헌한 교회노틀 담 대성당, 몽 마르뜨르 언덕의 그림 같은 사원들, 이 자유천지와 어울리지 않게 뭉툭하게 연 이어 지은 집들의 창가에 핀 꽃들과 더 높이 짓지 못하는 도시정책을 원망하는 듯 겉 단장을 요란하게 한 백화점들....

이 모든 것이 파리를 가로지르며 조용하게 흐르는 센 강가에 자리잡고 있었다.

 

센 강가의 싯데 섬 한가운데 서있는 노틀 담 대성당의 우아한 모습에선 유고의 "노트르 담의 꼽추"는 실감할 수 없었다. 그 처절한 종각도 보수 중이어서 밖에선 보이지도 않는다. 그래도 콰지모도가 매달려 울려 보내던 종 소리는 저녁 미사 시간을 알려 주었다.

 

성당 안에 들어가 파이프 올간에서 울리는 미사음악을 들으며 타오르는

촛불 앞에서 묵도를 올렸다. 이곳의 주인이신 '우리의 귀부인' 이며 영원한

어머니인 하얀 성모님앞에서. 성모님에게 봉헌한 로즈 윈도들은 모두 신비한

장미동산의 성모를 상징하며 스테인드 글라스로 높이 장식해 놓았다.


 

  구약의 이야기를 주제로 한 남쪽 로즈윈도, 신약의 이야기가 담긴 북쪽 로즈윈도, 그리고

성모님과 아기예수를 한가운데 모시고 올갠에 반쯤 가려진 서편 로즈윈도.

그 서편 창에 비치는 노을 빛 속에 하얀 성모님은 핑크 빛으로 부드럽게 물들어

있었고, 발치엔 흰 백합화가 하얀 성모님의 일곱 가지 슬픔을 일깨워 주고있었다.

“사람의 자식을 낳은 어머니 중에 가장 아름다운 어머니”라 불러 주는 이의

도움은 꼭 들어주는 어머니의 원형임을 말해주며.

 

파리시민의 안식처가 되고 있는 이 노틀 담 대성당 앞엔 두 개의 아치

밑으로 센 강이 흐르는 마리 교가 놓여있다. 그 다리를 뒤로 하고 우리는 하류를

따라 걸어 내려갔다. 왼편 강둑으로 들어서면 솔본느 대학이 있는 학교 거리가 나온다. 센 강 오른편 강둑으로는 시청과 루블 박물관, 산업금융가를 지나 콩코드 광장으로 들어서게 된다.

 

아름다운 미라보 다리를 지나 제일 오래된 상 마이클 혹은 퐁 뇌프라고

부르는 다리에 이르자 웬 젊은이가 보따리까지 들고 난간을 넘어가 발 밑에

짙푸른 강물을 내려다보고 앉아있다.

아폴리네르가 사랑하던 여인 화가 마리 로랭상에게 버림받고 읊었다는 시가 생각난다.

 

"미라보 다리 아래 센 강이 흐르고 우리의 사랑도 흘러 내린다..."

 

아폴리네르가 읊은 미라보 다리도 아닌데, 역시 퐁 뇌프 다리는 숱한 생명이 죽음의 유혹을 받는다는 말이 맞는 모양이다. 저 젊은이가 미치게 아름답고 슬픈 센 강 물 속에 뛰어들 것인가 말 것인가 고민하고 앉아 있는 품을 보면. 사람들이 모여들어 구경하지만 그 젊은이를 불러내기 보다는 어떻게 강물에 빠지는가 구경하려는 것 같았다. 좀처럼 인생의 연극이 끝날 것 같지도 않고, 센 강에 젊은 목숨을 던지는 모습은 보고 싶지도 않기에 우리는 다시 하류 쪽으로 걸어 내려갔다.

 

선착장에 내려가니 작은 배들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한 소녀가 배에

오르기 전에 아버지 같은 사람과 이별을 하는 듯 끌어 안고 있다. 소녀는 희망을

안고 떠나고, 흰 머리가 성성한 아버지는 외로움에 잠겨 쓸쓸해 보인다.

 

에펠 탑이 마주 보이는 선착장에서 떠난 큰 배가 우리 앞을 지나며

사람들이 손을 흔든다. 우리도 마주 손을 흔들어주었다. 얼마 전에 본 영화

'After the Sunset'에서 여섯 달 만에 다시 만난 두 연인이 이곳까지 배를 저어와

노을 속에 이야기를 나누던 장면이 떠오른다.

 

우리는 강둑으로 다시 올라와 보스크 아베뉴에 있는 호텔 길로 들어섰다.

그 뒷골목에 있는 작은 식당 문 앞에서 주인남자가 내미는 하얀 사기 접시를

행운의 표시로 땅 바닥에 던져 박살을 내면서 들어갔다. 저 멋진 에펠 탑 꼭대기

에서 파리를 한 눈에 내려다보며 와인을 들려고 한 계획이 틀어진 것에 대한

보상을 받으려는 듯. 호텔로 돌아와 좀 쉰 다음 에펠 탑이 황금빛으로 옷을

갈아입는 시간에 맞추어 알마 다리로 내려와 센 강변을 다시 걸었다. 밤 아홉 시가 되자 푸른 하늘 밑의 우아하고 지성적이던 에펠 탑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파리의 온갖 예술과 문화를 선정적인 모습으로 단장한 에펠 탑이 눈부시게 우리 앞에 떠올랐다.

 

우리는 에펠 탑이 온통 잘 보이는 곳에 벤치를 차지하고, 밤의 요마같이

눈부시게 빛나는 에펠 탑에 홀린 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올려다보았다.

이 순간을 위해서 그리고 너무나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센 강변을,

사랑하는 남편과 함께 걸었던 일을 생각하면, 산 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를 순례하며

오가는 길에 분에 넘치게 비싼 파리구경을 한 일도 또 하나의 은총이라 여기면서.

 



 
Daytime of Eiffel with Lilac 사진 Yunice 
 
                                                                    
                                                        Shining nightview of Eiffel Tower 사진 Yunice  
                                          
                                                   
 
Guess what? 사진 Yunice  
 
 
Fall into (or not) the Seine : 사진 Yun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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