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과 음악
2005.07.05 21:40

접씨꽃 당신 / 도종환

조회 수 1082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접시꽃 당신 - 도종환★




    옥수수잎에 빗방울이 나립니다.
    오늘도 또 하루를 살았습니다.
    낙엽이 지고 찬 바람이 부는 때까지
    우리에게 남아있는 날들은
    참으로 짧습니다.
    아침이면 머리맡에 흔적없이 빠진 머리칼이 쌓이듯
    생명은 당신의 몸을 우수수 빠져나갑니다.
    씨앗들도 열매로 크기엔
    아직 많은 날을 기다려야 하고
    당신과 내가 갈아엎어야 할
    저 많은 묵정밭은 그대로 남았는데
    논두렁을 덮는 망촛대와 잡풀가에
    넋을 놓고 한참을 앉았다 일어섭니다.
    마음 놓고 큰 약 한번 써보기를 주저하며
    남루한 살림의 한구석을 같이 꾸려오는 동안
    당신은 벌레 한 마리 함부로 죽일 줄 모르고
    약한 얼굴 한 번 짖지 않으며 살려했습니다
    그러나 당신과 내가 함께 받아들어야 할
    남은 하루하루의 하늘은
    끝없이 밀려오는 가득한 먹장구름입니다
    처음엔 접시꽃 같은 당신을 생각하며
    무너지는 담벼락을 껴안은 듯
    주체할 수 없는 신열로 떨려왔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우리에게 최선의 삶을
    살아온 날처럼, 부끄럼없이 살아가야 한다는
    마지막 말씀으로 받아들어야 함을 압니다.
    우리가 버리지 못했던
    보잘 것 없는 눈 높음과 영욕까지도
    이제는 스스럼없이 버리고
    내 마음의 모두를 더욱 아리고 슬픈 사람에게
    줄 수 있는 날들이 짧아진 것을 아파해야 합니다.

    남은 날을 참으로 짧지만
    남겨진 하루하루를 마지막 날인 듯 살 수 있는 길은
    우리가 곪고 썩은 상처의 가운데에
    있는 힘을 다해 맞서는 길입니다.
    보다 큰 아픔을 껴안고 죽어가는 사람들이
    우리 주위엔 언제나 많은데
    나 하나 육신의 절망과 질병으로 쓰러져야 하는 것이
    가슴 아픈 일임을 생각해야 합니다.
    콩댐한 장판같이 바래어 가는 노랑꽃 핀 얼굴보며
    이것이 차마 입에 떠올릴 수 있는 말은 아니지만
    마지막 성한 몸뚱아리 어느 곳 있다면
    그것조차 끼워 넣어야 살아갈 수 있는 사람에게
    뿌듯이 주고 갑시다
    기꺼이 살의 어느 부분도 떼어주고 가는 삶을
    나도 살다가 가고 싶습니다.
    옥수수잎을 때리는 빗소리가 굵어집니다
    이제 또 한 번의 저무는 밤을 어둠 속에서 지우지만
    이 어둠이 다하고 새로운 새벽이 오는 순간까지
    나는 당신의 손을 잡고 당신 곁에 영원히 있습니다.








♬Just for you♬




  1. 人間의 달着陸 26周年

    Date2005.07.20 Category그림과 음악 By오도광 Views981
    Read More
  2. 世界의 놀이公園 디즈니랜드 創立 50周年

    Date2005.07.19 Category그림과 음악 By오도광 Views1294
    Read More
  3. 프랑스혁명 2백16주년기념불꽃놀이

    Date2005.07.17 Category그림과 음악 By오도광 Views1089
    Read More
  4. 白頭山의 7월

    Date2005.07.15 Category그림과 음악 By오도광 Views1026
    Read More
  5. 6.25때 엉덩이에 총 맞았다!

    Date2005.07.13 Category그림과 음악 By한미소 Views1049
    Read More
  6.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 柳致環

    Date2005.07.12 Category그림과 음악 By오도광 Views1094
    Read More
  7. 아프리카의 어린이들

    Date2005.07.08 Category그림과 음악 By관리자 Views1272
    Read More
  8. 都心의 새休息空間 淸溪廣場 開場앞두고 試驗稼動

    Date2005.07.08 Category그림과 음악 By오도광 Views939
    Read More
  9. 역사적 인물들 재게시

    Date2005.07.06 Category그림과 음악 By관리자 Views1467
    Read More
  10. 접씨꽃 당신 / 도종환

    Date2005.07.05 Category그림과 음악 By오도광 Views1082
    Read More
  11. 航空旅行 싸게 즐길 수 있으려나

    Date2005.07.04 Category그림과 음악 By오도광 Views1001
    Read More
  12. 世界의 十字架 一山에 總集合

    Date2005.07.04 Category그림과 음악 By오도광 Views906
    Read More
  13. 9.11테러현장에 새로 세워질 Freedom Tower

    Date2005.07.02 Category그림과 음악 By오도광 Views954
    Read More
  14. 대수난기의 또다른장면(내친 걸음에...)

    Date2005.06.30 Category그림과 음악 By오도광 Views1202
    Read More
  15. Re..아직도 아픔과 傷處와 追慕의 念은 그대로...

    Date2005.06.25 Category그림과 음악 By오도광 Views882
    Read More
  16. Re..통일을 눈앞에 두는가 했으나...눈물의 興南撤收

    Date2005.06.25 Category그림과 음악 By오도광 Views851
    Read More
  17. 아-, 55년전 그날...

    Date2005.06.25 Category그림과 음악 By오도광 Views918
    Read More
  18. 장미꽃에 담긴 마음

    Date2005.06.24 Category그림과 음악 By오도광 Views944
    Read More
  19. IT世代들의 新版 四字成語

    Date2005.06.24 Category그림과 음악 By오도광 Views957
    Read More
  20. 베토벤作曲 로망스

    Date2005.06.23 Category그림과 음악 By오도광 Views956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19 Next
/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