샬롬문화 시리즈 5. < 앗시시의 프란치스코 성화>
‘책임 있는 인간의 모델’이라고 했으며, 레오나르도 보프는 성 프란치스코를
‘인간 해방의 모델이며 온유함과 보살핌의 모델’이라고 하였다.
나는 여기에 ‘사랑의 모델, 프란치스코’라 덛붙이고 싶다.
프란치스코가 태어난 이탈리의 앗시시엔 성 프란치스코 성당이 있다. 이층 교회당엔 교회라기보다 미술관인가 할만큼 르네상스 시대의 보화로 가득차 있다. 그중에도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미술사적으로나 교회사적으로도 찬란한 지옷토 디 본도네(1266-1337)의 그림들이었다.
그는 교회당 내벽에 성 보나벤처가 쓴 ‘성 프란치스코의 설화’를 세 개의 모티브, 즉 성 프란치스코와 하느님, 인간, 자연으로 나누어 스물여덟 개의 벽화를 그렸다.
그 그림 중에 ‘목이 마른 자에게 물을 마시게 하는 프란치스코’와 ‘ 작은 새들에게 하느님 말씀을 들려주는 성자’가 입구 양편에 프레스코로 크게 그려있다.
젊은 날에 이곳을 여행하며, ‘소명의 순간’, ‘교회의 꿈’을 바라보고 마음이 설레었는데 지금은 이상하게도 이 ‘목이 마른 자에게 물을 마시게 하는’ 모습에 더 마음이 끌린다. 젊은 날의 욕망이 나이를 더하면서 영적인 갈망으로 바뀌나보다.
성자는 자신의 갈증이나 배고픔도 잊고 그 농부를 위해 하느님께 간절한 기도를 드린다. 마침내 그 자리에 기적의 샘이 솟아 농부의 기갈을 풀어 준다. 마치 내 앞에 더 힘든 처지, 나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계속 만나게 되리라는 암시같기도 했다.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목마른 사람’을 위해 간절히 기도할 때 틀림없이 우리의 기도를 들어주시리라는 확신 마저 생겼다.
나만을 위해서 드리는 ‘흥정 기도’나 ‘노망 기도’가 아닌 ‘모든 사람들을 위해’ 바친 앗시시의 성자 프란치스코처럼 그리고 어려운 노인들을 위해 투쟁하며 기도한 하세가와 다모쓰 장로처럼 기도하며 살리라.
주) 이 글을 쓴 직후 9월26일에 이탈리 앗시시의 성자 그림이 있는 교회당이 안타깝게도 지진으로 일부가 매몰되었다.
글/ Yunice 윤경남 <샬롬문화> 1997. 여름호
그림/Giotto di Bondonne: Miracle of the Spring
13세기 말 앗시시 산 프란치스코 성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