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壬午년 새 해를 맞아 모두들의 가슴에는 포부가 가득할 때입니다. 연일 터져 나오는 각종 게이트가 신문 지상을 도배하듯 하면서 상실감과 절망감을 느끼게도 하지만 거친 들판을 거침없이 달리는 힘찬 말발굽 소리와 바람에 휘날리는 갈기를 그려보며 희망을 가져야겠지요. 안동산우회의 스물 다섯 번 째 산행은 오도광 회장님이 안내문에서 소개한 것 같이 江南의 편안한 쉼터 淸溪山 등반이었습니다. 지난 해 송년 산행을 漢陽의 서쪽에 자리한 右白虎 仁旺山으로 택해 저무는 辛巳년과 惜別의 정을 나누었다면, 임오년 첫 산행으로 해뜨는 동쪽에 자리한 청계산 등반은 迎新의 기분을 느낄 수 있는 의미있는 선택이라고 봅니다. 지난 12월 정기 산행은 우리 北村에서도 항상 바라볼 수 있는 인왕산 등반이었습니다. 인왕산은 가까이 있기에 정작 오를 기회를 마련하지 못한 燈下不明 격인 산이었습니다. 흉허물없는 사이에 흔히 생략되기 쉬운 예절처럼 산에 다닌다는 사람들로서는 인왕산에 대한 缺禮가 컸었지요. 晩時之歎이었습니다만 안동산우회의 年輩높은 어르신네들이 다녀오셔서 그나마 미안한 감을 덜할 수 있었습니다. 12월에는 기독교인들이 이용할 수 있는 공휴일이 없었고 연말에 매듭지어야 할 일거리들이 있었겠기에 많은 회원들이 오르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송년의 뜻도 있는 산행이었기에 하산 후 점심 식탁에는 산을 오른 분들과 더불어 같은 마음을 가진 회원들도 함께 자리를 하였습니다. 송년 모임 자리로 정한 종로 5가 연동교회 옆 까르네 스테이션 음식점에는 산에 다녀오신 조동훈 대장님, 이본 장로님, 권원중 선생님, 오도광 회장님, 임중규 집사님-김경호 권사님 부부께서 모습을 나타내셨으며, 교회 행사를 마치고 변창배 목사님과 최예순, 오현숙, 황재금 집사님이 모이셨고 윤명렬 집사님과 저까지 합류를 하여 12인의 즐거운 오찬을 나누었습니다. 음식점 밖에는 매서운 겨울 바람이 건물 사이를 휘젓고 있었지만 우리들의 和氣靄靄한 분위기는 겨울 냉기를 녹이고도 남을 정도로 도타운 정이 피어올랐습니다. 신년 산행일로 잡은 1월 26일(토)은 송년 산행이 있었던 지난 12월 15일(토)로부터 꽤나 인터벌이 길었기에 무척이나 기다렸지요. 이번 산행도 겨울 산행임을 감안하여 하산 후 따듯한 점심을 나누기 위해 토요일 오전에 진행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더구나 겨울 산에는 눈이 쌓여 있을 것은 당연하고 보니 미처 자신이 없다고 생각하신 분들이 빠지시기도 하여 집합 장소인 양재역 5번 출구 밖에는 모두 열 분의 회원이 모이셨습니다. 10시 10분. 늘 뵙던 분들의 불참을 아쉬워하며 청계산 행 78-1 버스에 올랐습니다. 출발하자마자 가까이 자리한 회원들끼리 이야기꽃이 한창입니다. 인생의 절반 정도는 모두 넘기신 분들이면서도 어린 아이 마냥 들떠 천진한 동심의 모습을 보입니다. 요즘 건강 나이라는 것이 관심을 끌고 있는데, 우리 회원들의 건강 나이는 자연 연령에서 10∼20살은 젊어 보이며, 가슴 나이는 적어도 사오십 년은 빼도 될 것으로 보여집니다. 오늘 코스는 하산 후 식사시간을 감안하여 가볍게 매봉(582.5m)을 오르기로 하였지요. 청계산의 주봉은 망경대로써 해발 618m이지만 그곳은 군사 시설이 자리하여 우회해야 하기에 오늘 같은 날 혈읍재를 지나 한 시간 정도 더 걸리는 코스를 굳이 고집할 필요는 없겠지요. 혈읍재를 돌아 망경대에 이르는 길은 오 회장님의 설명대로 피눈물을 쏟는다는 말처럼 바위가 둘러쳐져 있어 자못 위압감마저 들게도 하지요. 원지동과 옛골 사이 관현사 입구에서 차를 내려 바로 산길로 들어갑니다. 主峰주위를 빼고는 청계산 전체가 부드러운 肉山이기에 부담이 없습니다. 산 전체에 야생 밤나무와 도토리 나무가 많고 굴참나무, 자작나무도 보이며 다래와 머루 넝쿨이 지난 세월을 이고 엉켜 있습니다. 박정음 집사님은 야광나무 패찰을 단 나무를 보시고 호기심을 가집니다. 야광이라면 夜光의 선입견을 갖고 있는 우리이고 보면, 혹시 밤에 빛이라도 띠지 않을까 궁금할 법하지요. 저는 저한테 혹시 물어보면 어떡하나 하고 잰걸음으로 얼른 자리를 피해야 했습니다. 따사로운 햇살까지 비쳐 자연스레 자켓을 벗어 배낭에 매달고 조용한 산행을 30분 정도 하다보면 샘터가 나옵니다. 반으로 가른 통나무 벤치에 걸쳐 숨을 돌립니다. 김휴숙 집사님은 동작도 빠르시게 호박 엿 사탕을 권하시고 박정음 집사님은 배낭에서 귤을 꺼내 나눠 주십니다. 등에 메고 오신 배낭은 핸드백만 하여 뭐가 들어있을 것 같지도 않던데 참 신기하더군요. 이제는 발걸음에 탄력도 붙었겠다 바로 능선길 팔각정까지 치고 오릅니다. 능선에는 다져진 눈길이 이어져 있습니다. 각자 아이젠을 꺼내 착용합니다. 눈길에서 등산화에 힘을 실어주고 미끄럼을 방지해 주지요. 오르락 내리락 능선길이 계속 이어 집니다. 철도 枕木으로 만들어 놓은 계단 길도 흰 눈이 덮어 짜증을 잊게 해줍니다. 돌문바위에선 추영일 장로님께서 한바퀴를 도시는 성의를 보입니다. 원래 돌문 바위에서는 세 바퀴를 돌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속설이 있습니다. 이건 미신과는 차원이 다른 신성함에 대한 작은 인사입니다. 에베레스를 오르는 산악인들이 그 곳 주민들의 믿음을 존중하여 돌무더기에 표하는 예의나 같지요. 산에서는 아무리 작은 산이라도 자연에 대한 경외심과 創造主에 대한 겸손한 마음을 가져야 하지요. 기독교인이기에 애써 터부시하는 태도 자체가 혹시 자연에 대한 교만은 아닐런지요? 추 장로님은 부인이신 김혜자 권사님과 함께 산우회에 첫 산행이십니다. 6개월 전부터 산에 다니셨다는데 보통 수준이 아니십니다. 아까 샘터에서는 "이제부턴 당신이 배낭 매세요, 회비도 내가 내 주었는데 짐꾼이라도 해야지. 괜히 같이 오자고 했는 줄 알아?" 하시며 은근히 부부애를 과시하시더군요. 교회에서 어렵게 보이던 장로님이셨는데 재미있는 분위기를 만드시며 재치가 넘치십니다. 송재욱 장로님과 難兄難弟, 龍虎相搏 같습니다. 매바위를 거쳐 매봉에 이르는 길은 군데군데 빙판이 보이지만 매어 있는 밧줄을 잡고 오르면 됩니다. 그 정도 짧은 스릴은 겨울 등반의 양념이지요. 매봉에서는 四圍가 탁 트여져 있어 기막힌 眺望을 즐깁니다. 눈으로 이 곳 저 곳을 바라보며 오 회장님이 권해주시는 떡맛을 봅니다. 찰떡, 콩떡, 약식 한 조각 씩 나누어 먹는 떡은 정말 꿀맛입니다. 우리 부부도 떡 준비를 해 갔는데 오 회장님께 기회를 뺏기고 대신 따스한 차를 대접해 드렸습니다. 우리 산우회에서는 음식을 권할 때에도 동작이 빨라야 된다니까요. 다정스런 포즈로 앉아 계시는 추 장로님 댁과 고문곤 집사님 댁 내외분은 부부 산행의 멋진 모델이 되 주셨으며, 산우회원 모두 매봉을 배경으로 기념 사진을 남겼습니다. 출발 때부터 부담감이 없던 산행인지라 하산 길은 마냥 가볍습니다. 아이젠을 가져오지 않으신 김휴숙 집사님께서는 하산 길에 몇 차례 엉덩방아를 찌었지만 워낙 날렵하신 분이라 일어서는 동작이 더 빠르십니다. 이럴 땐 살짝 미끌어지는 것이 억지로 버티는 것보다 낫지요. 크게 다칠 만큼 위험하지도 않기에 같이 웃을 수도 있었지요. 앞장서신 조 대장님과 오 회장님 두 분께서 빠른 걸음으로 내달려 저 만치서 쉬고 계셔도 크게 부럽지도 부담스럽지도 않습니다. 쉽사리 쫓아갈 수 있는 편안한 길이니까요. 이본 장로님께서도 한 걸음에 다달아 "왜 힘들어서 그래요? 빨리 가십시다". 하시며 여유를 부리십니다. 모두들 통쾌하게 웃었지요. 사실 조 대장님의 速步는 젊은 사람도 따라가기 힘들 정도이며, 우리에게 많이 부담스러웠거든요. 월드컵 축구와 동네 축구 같은 기분이 들게도 하시고요. 어느덧 해는 南中에 걸려 산자락에 이르는 오솔길까지 따스해 보입니다. 산기슭에 자리잡은 운치있는 몇 채의 집 골목을 끼고 돌아 드디어 평지에 접어듭니다. 회장님이 미리 예약해 놓은 국밥집에 들러 온돌 마루에서 다리를 펴 봅니다. 적당할 만큼의 피로감과 산행을 마친 뿌듯함이 심신을 순환합니다. 싱싱한 물오징어 살이 박힌 파전을 맛보며 저마다 오늘 산행에 대한 소회를 나눕니다. 때맞춰 사무실 업무를 마치신 윤명렬 집사님이 들어오십니다. 급한 마음이 얼굴에 그대로 그려져 있는 윤 집사님과 반갑게 인사를 나눕니다. 뒤늦게라도 참여해주신 열렬 회원께 당연히 박수를 쳐 드려야지요. 따끈한 국밥으로 속을 채우고 국물보다 따스한 정감어린 대화를 나누다보니 어느덧 육체의 피로는 사라지고 정신의 상쾌함이 가득합니다. 지금의 이 기분이 새 생활의 활력소로 충전될 것입니다. 누군가 미쳐 닫지 못한 미닫이 출입문 틈으로 흩날리는 눈발이 보이고, 조 대장님은 금방이라도 다시 산에 오를 기세입니다. 정말 회원들을 잠시 주눅들게 하기에 충분한 정열의 사나이입니다. 화제는 자연스레 다음 산행으로 이어지고 벽에 걸린 달력을 보며 以心傳心으로 설날 다음날로 뜻이 모였습니다. 그 땐 발목까지 푹푹 빠지는 눈 덮인 하얀 산을 오를 수 있다면 더욱 더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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