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植木日, 안동 산우회의 29차 산행은 아름다운 꽃들과 함께 한 봄의 향연이었습니다. 화창한 날씨, 파란 하늘을 등에 진 道峰山에는 나무마다 연초록 새 잎이 돋아나고 있어 원래 뿌리에서부터 초록물을 빨아들인 것이 아닐까 싶어지고, 평지 공터엔 흰 목련과 샛노란 개나리에 초록 잎이 섞여 나고, 햇살 많은 남쪽에는 연분홍 진달래와 크림 색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으며, 아직 찬 기운이 남아있는 산 뒤편에는 산수유가 띄엄띄엄 연노랑 빛을 발하고 있더군요. 진작부터 봄은 색으로 우리 곁에 와있었음을 여기서야 새삼 느끼게 되었습니다. 도시에 산다고 하는 것 자체가 아스팔트를 걷고 콘크리트에 스스로를 가두는 인공적인 삶의 연속인지라 막상 봄을 찾을 틈도 없이 허망하게 작별하고 아쉬워하기 십상이지요. 이렇게 라도 봄 마중을 나서고 나니 새 봄에 대해 다소나마 예의를 갖춘 것 같아 제법 낯이 서게 되었습니다. 누군지 참 철에 맞춰 식목일을 정했습니다. 마침 올 해 식목일은 淸明 절기이더군요. 다음날이 寒食이자 토요일 주말로 이어집니다. 주말의 교통 혼잡과 이곳 저곳 인사할 일들을 피해 오늘 省墓가는 이들도 많을 것이며, 남선교회에서는 나무심기 행사를 한답니다. 좋은 뜻에 동참하지 못함에 미안한 마음도 듭니다. 그래도 누군가들은 산우회의 산행을 이어야한다는 뜻도 저버릴 수 없는 일, 새벽 성묘를 마치고 부랴부랴 도봉산 역 집합 장소로 갔습니다. 수락산 역 앞 도로는 꽉 메운 차들로 인해 주차장을 방불케 합니다. 오도광 회장님의 조언대로 차에서 내려 지하철을 이용했습니다. 기다리는 시간과 한 역에 불과한 운행 거리가 그렇게 길 수가 없습니다. 어느 덧 시간은 10분도 더 늦을 것 같고. 뾰족한 수가 있을 수 없는 객차 안에 있으면서도 마음만은 계속 뛰어가고 싶은 기분입니다. 문이 열리자마자 퉁기듯이 뛰쳐나와 萬丈峰 亭子로 달렸습니다. 서울 시민 절반 정도는 도봉산에 모인 듯 만남의 광장을 가득 메운 인파 속에서도 안동 산우회 식구들이 금방 눈에 들어옵니다. 반갑게 맞이해 주심에 미안하여 인사도 대충 나누고 바로 매표소로 향했습니다. 워낙 산행 인파가 붐비다 보니 일행을 놓치기 쉽더군요. 잠시 이야기에 빠져 오르다보니 핸드폰이 울립니다. 김동형 집사님께서 매표소에 아직 계신다 합니다. 부랴부랴 길을 되짚어 입산 티켓을 전했습니다. 무심했음에 벌써 두 번 째 미안해집니다. 급하지 않은 경사로를 헉헉거리며 보폭을 넓혀 간신히 일행을 따라잡았습니다. 때 이르지만 방울토마토를 나누며 한숨 돌리게 됩니다. 원래 오늘 예정은 도봉 계곡을 타고 천축사를 거쳐 주능선에 오르는 최단코스로써 능선길에 올라선 후엔 薰風을 받으며 도봉의 수려한 경관을 즐기며 牛耳岩을 거쳐 하산하는 도봉산의 남쪽 자락을 섭렵해보는 명코스라 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오늘 코스를 미리 입력하지 못한 제가 잠시 앞장을 서는 바람에 두시간 남짓 離散家族의 悲運을 맛보게 되었습니다. 나중에 주봉 뒤쪽 능선에서 다시 조우하게 되었습니다만 핸드폰도 산중에서는 별무 소용입니다. 황은영 집사님과는 30여년 동안 통화한 숫자보다도 오늘 하루 통화수가 많을 정도로 연락을 시도했습니다만 온전한 대화를 나누지 못했으니 서로 답답함만을 주고받았다고 봐야지요. 만남의 반가움과 더불어 '先頭 爲主가 옳다', '인터넷 대로 가야하는 것 아니냐' 잠시 즐거운 설전도 있었습니다. 결국 '3대 6' 다수결에 의해 앞장섰던 오 회장님과 김동형 집사님, 그리고 제가 밀리게 됩니다. 승자이신 권원중 대장님, 조동훈 전 대장님, 송재욱 장로님, 추영일 장로님, 유창선-황은영 집사님 부부 6인은 선두조 3인을 기다리며 충분한 휴식과 別味의 간식을 나누는 즐거움도 가지셨다며 더욱 여유를 보이십니다. 하지만 나중 하산 때는 우이암 코스를 포기하고 도봉산 광장 코스를 취함에 따라 '인터넷 대로' 명분도 빛을 잃게 되고 말았지요. 선두조 3인은 비록 萬丈峰과 主峰을 끼고 돌아오는 수고를 해야 했습니다만 만장봉 밑 쉼터에서 나머지 여섯 분을 기다리며 한참이나 쉬었음을 '인터넷조 6인'들은 아마 모르셨을 것입니다. 어쨌든 이런 우연한 이산도 결국은 즐거운 추억거리로 남으니 안동산우회원의 만남은 항상 기쁨으로 남는 아름다운 시간입니다. 시간은 어느덧 1시가 넘어 적당한 허기를 느낍니다. 소나무 밑 넓적 바위에 둘러앉아 도시락을 펼칩니다. 산우회의 점심은 늘 퓨전 요리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답니다. 권 대장님은 트레이드마크인 땅콩 샌드위치를 푸짐하게 내어놓으시고, 조 前대장님은 미군 전투식인 레이션 봉지를 꺼내시더니 물을 이용하여 음식을 데워 드십니다. 신기하여 여쭈어 보니 케이스안에 카바이트가 들어있어 發熱반응이 난다는 설명입니다. 長期 산행시 참 간편한 行動食이 되겠더군요. 황은영 집사님은 슬라이드 치즈를 넣어 색깔까지 예쁜 영양 김밥을 두 박스나 싸오셔서 한 박스를 건네어 주십니다. 바로 전날 수학여행 인솔을 마쳐 피곤할 터인데도 아침나절 대단한 정성이 느껴집니다. 유창선 집사님은 당연한 듯 느긋한 표정을 짓는 걸 보니 어째 좀 '군림하는 夫君'이 아닐까 의심스러워지며 'lady first 매너'가 몸에 배이신 권원중 대장님과 大別이 됩니다. 그러고 보니 부군의 그런 모습을 당연한 듯 받아주는 황은영 집사님이 천사표라고 보아야 하겠네요. 정작 저는 아침밥과 똑같은 메뉴의 도시락을 싸온지라 자꾸 다른 분 반찬으로 눈이 가는데 송재욱 장로님의 빨간 고추장이 입맛 당길 듯 싶어 절반 정도를 덜어왔습니다. 예상대로 맛도 훌륭하거니와 잣 알맹이가 점점이 박혀있어서 명실공히 임금님 수랏상에 오를 법합니다. "고추장에 잣도 넣어요?" 제 질문에 송 장로님께선 즉시 설명을 주십니다. "자시요!"하고 권하려고 잣을 넣으셨다니 장맛 못지 않은 맛깔스런 답변입니다. 즐거운 이야기를 곁들여 화기애애한 점심을 마치고 바로 자리를 뜹니다. 잠시 주능선길을 밟는가 싶더니 멀리 五峰을 바라보고 바로 거북바위가 있는 골짜기 길로 접어들었습니다. 언제나 느끼는 바이거니와 前 대장님과 회장님은 좋은 길도 잘 아십니다. 거북골에 들어서니 비로소 우리만의 호젓한 산행을 하게 됩니다. 그 많던 등산객들은 어디로 가버렸는지 신통할 정도입니다. 연수암에 이르자 다른 등산객들과 합류가 되어 再離散이 걱정됩니다. 날씨가 꽤 덥기도 하려니와 내리막길을 쉴 참도 없이 쏜살같이 내려왔으니 시원한 음료수 생각이 간절하지만 하루 산행에 두 번 씩이나 이산가족이 될 수는 없는 일이지요. 잠시 기다리니 원로 산우회원님들의 모습이 나타나는데 다른 여느 등산객들에 비해 훨씬 멋지게 보입니다. 조 前대장님의 패션이야 워낙 정평이 나있어 새삼 말씀드릴 필요가 없겠고요. 위풍 당당한 풍채의 권 대장님은 희끗희끗한 숱많은 머리칼을 보는 순간 젊은 사람 기가 죽게 됩니다. 송 장로님의 스틱 쥔 모습에선 전문 산행가의 면모가 느껴지며 추영일 장로님은 기능성 등산복과 더불어 도리구찌 모자가 썩 어울려 알프스의 가이드 같아 보입니다. 김동형 집사님은 항상 검은색 모자부터 시작하여 상하의 모두 검정으로 통일하고 조끼와 장갑도 검은색인데다가 검은 썬글라스까지 착용하셨으니, 한 마디로 등산 모델 같아 보이지요. 평소 패션보다 등산 자체에 몰두하시는 오 회장님께서도 언제부터인가 고어 텍스 자켓으로 나타나셔서 알만한 사람은 주눅들게 되지요. 주례를 서주신 답례 선물로도 받으셨고 따님이 사주시기도 했다는데 참 부럽습니다. 예서 보니 선인봉(708m), 만장봉(718m), 자운봉(739.5m) 등 도봉산의 빼어난 암봉이 한 눈에 들어와 다섯 시간 산행의 피로를 말끔히 풀어줍니다. 조 前대장님의 생각이야 우이암을 거쳐 그린파크 쪽으로 산행을 더 하고 싶어하시겠지만 나머지 회원들이야 오늘 산행 정도면 충분히 만족하지요. 혹시 前 대장님이 우이암 코스로 접어 드실까 보아 얼른 도봉계곡 코스로 틀었지요. 이건 일종의 애교있는 반란으로 봐주셔도 좋을 듯 합니다. 매표소를 벗어나니 도로는 온통 하산 인파로 덮였습니다. 만남의 광장에는 20명도 넘는 늘씬한 아가씨들이 똑같은 유니폼을 입고 두 줄로 나란히 서서 공손히 인사를 합니다. 아침 나절 쓰레기 봉투를 나누어주며 자연보호 캠페인을 벌이더니 지금은 안녕히 가시라 하니 참 기분좋은 광경입니다. 타는 갈증도 풀 겸 뒷풀이 장소로 단정한 용모의 아주머니가 주인으로 계시는 집에 들었습니다. 상호도 '산그늘'이라 지었으니 참 운치를 아시는 분 같습니다. 카운터에 놓인 명함을 보신 권 대장님은 宗氏라며 반가워 하십니다. 송 장로님은 그동안 여러 차례 산행에 불참하셨다며 오늘 자리를 내시겠다고 합니다. 작년 등산 박사학위 취득 때도 한턱 쓰셨는데 늘 여유로운 삶의 철학을 가지고 계십니다. 이건 금전의 여유와는 차원이 다른 인생을 살아가는 여유로 보여집니다. 만만찮은 오늘 산행에 대해 모두 뿌듯함을 느끼며 담소를 나누다보니 자연스레 5월 산행 얘기가 등장합니다. 5월은 어린이날(5일)과 석가탄신일(19일)이 모두 주일과 겹쳐 섭섭함을 금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모두 주일을 피하게 될 내년을 생각하면 서운함이 줄게 되겠고, 오 회장님께서 슬기롭게 택일해 주실 것입니다. 도봉에서의 아름다운 봄 마중을 마치면서 어느 인간의 손으로도 그려낼 수 없는 아름다운 봄색을 창조하신 그분께 감사드립니다. 128.134.18.20 won-joong kwon: As always I do appreciate your refreshing and vivid description of our hiking record. Are you sure you don't want to change your career to be a professional writer ? Meanwhile, keep up the good work ! rl ed [04/12-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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