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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산우회의 5월 정기 산행은 11일 청계산 등반이었습니다. 공휴일인 어린이날과 석가탄신일이 주일과 겹치게 되어 많은 직장인들의 서운함이 있었겠지만, 특히 우리 산우회로서는 타격이 컸습니다. 비록 토요일 오전 등반이라 하더라도 참여의식 높은 회원들도 계시기에 열 분은 오시리라 예상하였었는데, 좋은 봄날답게 축하해야할 결혼식도 많을 것이고 각종 행사도 몰리는 시즌이다 보니 단출하게 6명 식구로 봄 산행을 즐겼습니다. 오늘의 집합 장소는 지하철 분당선 초림역입니다. 도심에서는 꽤 먼 거리이지요. 분당 지역에서 교회 오시는 분들은 그 수고만으로도 부지런한 청지기로 칭함을 받을 만 합니다. 출근 후 번개 불에 콩 구워먹듯이 얼기설기 일을 꿰고 나서 나는 듯이 도착하였어도 10시 20분이 넘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조동훈 전대장님, 권원중 대장님, 오도광 회장님, 추영일 장로님과 황재금 집사 다섯 분이 기다려 주시더군요. 바로 역사를 빠져 나와 정신문화연구원 행 버스에 올랐습니다. 청계산은 그간도 몇 차례 오른 적이 있었지만은 정신문화원 코스는 처음입니다. 조 전대장님과 오 회장님 두 분의 등산 경험이 많은 것은 익히 아는 바이거니와, 어쩜 그리도 많은 코스를 아시는지 매번 감탄하게 됩니다. 신구약 66편 그 많은 구절 중에서 설교 말씀에 꼭 알맞은 내용을 고르시는 목사님의 능력에 견준다면 불경스러울지 모르지만, 교회에서는 목사님 설교 말씀에 은혜를 받고, 산에서는 두 분 덕분에 기쁨과 감동을 얻게 되는 우리는 안팎으로 참 복받은 사람들입니다. 정신문화원을 돌아 외곽 고속도로 밑 굴다리를 지나 산자락에 붙자 바로 聖 마테오 수도원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수도원을 끼고 오르는 오솔길은 졸졸졸 흐르는 계곡물 소리로 귀가 즐겁고, 오동나무 보라색 꽃으로 눈이 빛나며, 아카시아 향에 코가 기쁘고, 보드라운 흙길을 밟으며 발이 호강합니다. 갈증 난 목에 넘긴 얼음물에 혀까지 감격하니 그야말로 五感으로 자연을 받아들이게 됩니다. 능선까지 오르는 40여분 오르막길은 등산로로써도 만만치 않지만, 결코 바삐 올라서는 안될 길입니다. '십자가의 길'이라 이름지어진 이 길은 우리를 위하여 온갖 수난을 겪으신 주님의 사랑을 묵상하며, 자기의 죄를 뉘우치고 주님의 수난을 함께 나눌 마음으로 올라야 하겠기 때문이지요. 능선 넘어 토굴생활 중 체포되어 순교한 徐 루도비꼬 신부를 기리기 위해 수도원에서 만들어 놓은 길 같습니다. 울창해진 숲 그늘이 따가운 햇살을 가려주지만 벌써 굵은 땀방울이 이마를 타고 흐릅니다. 곳곳에 세워진 나무 십자가에는 고난받으며 골고다 언덕을 오르는 예수님을 묵상케 하는 글귀가 우리를 숙연케 합니다. 아무런 장식도 없고 특별한 치장도 아니한 나무십자가 자체가 주님을 상징하는 것 같아 힘들다, 덥다 소리도 못하고 맙니다. 모두 14개의 나무 십자가에는 간신히 비에 젖지만 않도록 코팅한 글귀가 달려 있어 잠시잠시 발걸음을 멈추게 합니다. 제 1 처 : 예수님께서 사형 선고받으심을 묵상합시다. 제 2 처 : 예수님께서 십자가 지심을 묵상합시다. 제 3 처 : 예수님께서 기력이 떨어져 넘어지심을 묵상합시다. 제 4 처 : 예수님께서 성모님을 만나심을 묵상합시다. 제 5 처 : 시몬이 예수님을 도와 십자가 짐을 묵상합시다. 제 6 처 : 베로니카, 수건으로 예수님의 얼굴을 닦아드림을 묵상합시다. 제 7 처 : 기력이 다하신 예수님께서 두 번째 넘어지심을 묵상합시다. 제 8 처 :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의 부인들을 위로하심을 묵상합시다. 제 9 처 : 예수님께서 세 번째 넘어지심을 묵상합시다 제 10 처 : 예수님께서 옷 벗김 당하심을 묵상합시다. 제 11 처 :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박히심을 묵상합시다. 제 12 처 : 예수님께서 십자가 위에서 돌아가심을 묵상합시다. 제 13 처 : 제자들이 예수님 시신을 십자가에서 내림을 묵상합시다. 제 14 처 : 예수님께서 무덤에 묻히심을 묵상합시다. 뉘라서 이 십자가 앞에 묵상하면서 예수님을 떠올리지 못할 것이며, 그 누구 그분의 고통과 사랑과 은혜를 헤아리지 못하리오. 이 길은 우리 여섯으로만 오르기엔 너무 안타까운 길이요, 훗날 더 많은 산우회원들과 함께 올라야 할 길입니다. 국사봉 등허리 능선에 올라 잠시 권 대장님의 오이와 황 집사의 방울토마토로 흘린 땀을 보충합니다. 엊저녁 잠을 못 주무시어 힘들다던 추 장로님은 잠시 숨이 트이자, 순교자 루도비꼬 신부의 은신처였던 토굴에 가보자 하십니다. 사실 등반 중 옆 길이나 뒤 쪽에 볼 만한 것이 있어도 쉽게 나서기가 어렵지요. 하지만 추 장로님 말씀에 왠지 가봐야 할 것 같아 능선 뒤쪽 샛길로 접어듭니다. 얼마 가지 않아 나타난 토굴을 잠시 말을 잊게 합니다. 이 동굴은 조선에 입국한 선교사들 중 가장 어린 나이인 26세(1866년)에 순교한 서 루도비꼬(한국명 : 서몰례, 徐沒禮)신부가 은신해 있었던 곳으로 겨우 사람 8명 정도가 쭈그리고 앉아 있을 정도의 크기에 불과합니다. 박해의 퍼런 서슬에 맞서 오로지 복음선포를 위해 낮선 이국 땅에서 숨죽이고 지내야 했던 그 분의 짧은 삶의 마지막 자리, 그러나 뜨거운 신앙의 열정으로 영원한 삶을 선택했던 성인 신부의 발자취가 서려 있는 곳입니다. 1864년 5월 사제 서품을 받자마자 그 해 7월 조선 선교사로 파견되었고 1865년 5월에 조선에 입국한 서 신부는 1866년 2월 조선말에 어느 정도 능숙하게 되어 경기 광주 지방을 맡아 사목하라는 베르뇌 주교의 명을 받게 됩니다. 그러나 교우의 밀고로 붙잡힌 신부는 결국 3월 7일 새남터에서 순교의 영광된 길을 떠나게 됩니다. 1968년 로마 베드로 대성당에서 시복되고 1984년 5월 6일 서울 여의도에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에 의해 성인품에 오르게 되고, 유해는 현재 절두산에 안치되어 있으며, 분당 마태오 본당에서 관리하고 있는 이 곳은 둔토리(현 분당구 운중동) 성지로 불리게 됩니다. 어버이 주일(12일) 목사님 설교 말씀에 '어느 추모식에서 야훼의 종이란 말 대신에 어머니(이사야서 53장의 고난 받는 야훼의 종의 노래)를 넣고 성경을 읽은 한 목사님 예'가 있었습니다. 바꾸었다는 말씀이 없었다면 원문이 그런가 보다고 할 정도로 물 흐르듯 자연스런 내용이었고, 뒤이은 목사님 외할머니와 어머니의 자식 사랑에 대한 회고 또한 교우 여러분들 모두 공감하였겠지요. 우연의 일치일까요? 주일 예배 후 한솔 찬양대원 여자 교우 분들과 영화 '집으로'를 같이 보았습니다. 계명의 권사님께서 권하셔서 감사한 마음으로 동행하였지요. 영악하고 자기 밖에 모르는 미운 7살 서울 소년 '상우'와 처음 보는 외할머니와의 동거. 모든 것이 부족하고 불편하기 짝이 없는 두메산골 생활. 욕구불만에 가득 찬 소년은 글도 모르고 말도 못하는 외할머니에게 짓궂은 장난과 괴롭힘을 일삼습니다. 세상의 모든 외할머니가 그렇듯 할머니는 단 한번도 나무라지 않고 외손주를 눈에 담습니다. 어떤 설명도 없었지만 할머니가 한 손으로 가슴을 동그랗게 쓰다듬는 의미를 다 알게 되지요. 그렇습니다. 산우회의 5월 정기 산행은 다음 날 목사님 설교 '하나님을 닮은 어머니' 말씀과, '집으로' 영화와 더불어 하나님의 사랑, 어머니의 사랑, 할머니의 사랑을 느끼게 한 '사랑 산행'이었습니다. 저로서는 엄두도 내지 못할 큰 사랑에 눌려 오늘따라 점심 먹는 얘기, 하산 얘기 따윈 너무 싱거운 얘기같아 그만 생략하고 맙니다. 210.181.120.13 추영일: 김광엽집사님의 관찰력과 기술력이 참 대단하군요 [05/17-08:44] 210.181.120.13 추영일: 김광엽 집사님의 관찰력이 참 대단하군요 [05/17-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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