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3.12 11:20

봉사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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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늙은 어린이들

 
"학교종이 땡땡땡 어서 모이자.
 선생님이 우리를 기다리신다......
안동교회 봉사자 여러분들이 매 달 우리 늙은 어린이들을 찾아와 예배드리고 즐거운 시간을 선물해주시니 정말 감사합니다. 
<아름다운 000>수용소의 우리들이 항상 기다리고 있으니 다음 달에도 꼭 찾아와 주시기를 바랍니다.
유서 깊은 안동교회 위에 하나님의 은총이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본인을 97세의 최바보라고 소개하신 어르신께서 '이승만박사 성대모사'로 하신 인사말이다.
모두들 깜짝 놀랐다.
맨 앞에서 입도 떼지 않고 쓰러질듯 앉아계시다가 마이크를 잡으니 이렇게 말씀을 잘하실 줄이야......
 
우리가 섬기는 요양원은 경치 좋은 평창동 산기슭에 있다. 
사람들이 저택이라 부르며 정원의 소나무를 부러운 듯 바라보며 지나갈 이 요양원을 
그 어르신이 <수용소>라 부르는 게 왠지 마음에 와 닿았다.
 
봉사를 시작할 때 누군가는 '더 어려운 사람들을 찾아가 봉사하라.'고 조심스레 조언하기도 했었다. 
귀가 얇은 나는 '더 어려운 사람이 누구일까?' 하며 고민하기도 했다. 
 
죽음의 대기표를 받아들고 따뜻한 사랑의 손길이 그리워서 기다리는 노인들.
가물가물한 치매의 의식 속에서도 어렴풋이 알아보고 웃는 표정.
그리고 어느 날인가는 세상을 떠나고 없다.
"그 사람, 아파서 집에 갔어." 무표정하게 말하는 옆 침상의 노인.
 
그렇게 몇 년이 지나니 요양원의 어르신들이 거의 그리스도인으로 바뀌었다.
인사를 하신 최바보님도 실은 최장로님이시다. 얼마 후의 우리 모습이다.
인생의 달려갈 길을 마치고 이제는 하나님의 부르심만을 기다리는 노인요양원에서
병든 몸을 입고서도 하나님을 찬양하는, 천국을 사모하는 늙은 어린이들이다.
 
이 어르신들이 부족한 우리들의 섬김으로 인해서 한 번이라도 더 예배드릴 수 있다면, 
한 사람이라도 더 행복할 수 있다면 우리는 하나님께 쓰임 받는 도구가 된 것이다.
 
작은 일을 하면서도 생각 많은 나에게 '하나님 앞에 미운 영혼 예쁜 영혼이 따로 있느냐.'며
무거운 앰프를 옮기며 땀에 젖던 강집사님은 진작 알아본 것을 나는 이제야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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