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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미미하게 시작되었으나 벌써 4 년여를 보내며 매월 정기산행의 전통을 지켜온 안동 산우회로서는 주일을 제외한 공휴일이 없는 6월은 참 서운한 달입니다. 이런 달에는 토요일을 잡아 산행을 이어왔으나 주 5일 근무가 완전정착 되지 않은 현실에서 직장 근무에 얽매인 산우회원들의 입장도 고려해야 할 일인데 마침 5월은 마지막 주에 또 한번의 빨간 날이 있습니다. 바로 부처님 오신날입니다. 자비로 중생을 계도하고 누구나의 마음 속에 있다는 부처를 생각하며 불교 신자들이 사찰을 찾아 깨달음을 얻고자 하는 날입니다. 5월달에는 이미 정기산행으로 어린이날을 맞아 예봉산에 올라 북한강과 남한강의 합치점인 양수리 푸른 물을 바라보며 산수를 함께 즐겨보았거니와, 이왕이면 휴일을 활용하자하여 6월 산행을 앞당겨 5월 26일(수) 청계산을 오른 일은 참 잘한 일이었습니다. 청계산은 그간도 몇 차례 찾은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코스를 바꾸어 과천 서울대공원 입구를 산행들머리로 잡았습니다. 아침 10시 대공원 역에 이르니 김동형-이인희 집사님 부부가 벌써 와 계십니다. 아드님이 모셔다드린 지 벌써 30분 정도 지났다 하십니다. 2인용 돗자리까지 펼쳐놓으시고 부부간에 다정한 아침 시간을 보내시는 모습 참 잘한 일이었습니다. 주위를 둘러보니 상상 밖으로 많은 등산객들이 삼삼오오 모여 얘기꽃들을 피우고 있습니다. 이쪽에서 오르는 청계산도 꽤 괜찮은 코스겠다는 믿음이 들게됩니다. 지하철 역사로 내려가 보니 권원중 대장님과 윤명렬 집사님이 계십니다. 함께 역사를 빠져나와 곧 조동훈 대장님과 김광영-이경원 집사님 부부를 만납니다. 미리 전화주신 오도광 회장님도 곧 나타나셨습니다. 다리 근육 컨디션이 조금 좋지 않아 오늘 산행은 참여치 못 하시겠다면서도 모임장소에 오신 것, 참 잘한 일입니다. 회장님다운 책임감과 참여의식이 존경스럽습니다. 시간은 이럭저럭 10시 30분이 가까워 섭섭한 마음으로 인사를 나누고 출발하게 되었습니다. 보도 블럭이 깔려있는 대공원입구를 향한 길을 젊은 학생들과 섞여 발걸음을 옮깁니다. 마음도 몸도 즐거움에 들뜬 밝은 모습의 젊은이들이 싱그럽습니다. 자연은 신록예찬이요, 신록아래는 청춘예찬입니다. 공원 앞 광장에서 오른 쪽으로 꺾어 대공원 경계 철망을 옆으로 돌아 오솔길로 접어듭니다. 울창한 숲 그늘이 햇살을 가려주어 산책로를 밟는 기분입니다. 연초록 나뭇잎들은 어느 덧 색을 더해 짙은 색깔이 늠름합니다. 여름 산행지로 이런 숲 터널을 지날 수 있도록 청계산을 택한 것, 참 잘한 일입니다. 평지일리야 있겠습니까만 먼지 없는 매끈하게 물기 먹은 오솔길을 걷는 맛, 시상을 그리는 선비들의 산보처럼 걸음은 느긋하고 도시를 벗어난 한적한 숲 공기는 신선하게 다가와 삼림욕에 다름없습니다. 워낙 잘 닦인 등산로인지라 오가는 등산객들로 조금 번잡한 느낌도 드는데 우리 앞에는 다리가 불편한 장애인들이 목발과 스틱에 의지한 채로 열심히 산을 오르고 있습니다. 추월하여 앞장서기에 미안한 마음도 듭니다만 어쩌면 그 마음이 기우일지도 모르지요. 오히려 우리들보다 더 건강한 의식을 가졌음이 분명한 이 분들, 정상인과 똑같이 등산에 나선 일, 참 잘한 일입니다. 20분 정도 오르니 김광영 집사님께서 왼쪽 아래에 영보 성모수녀원이 있을 거라고 얘기합니다. 그러고 보니 대공원 앞 호수가 과천 저수지이니까 학창시절 저수지를 지나 찾았던 수녀원이 그 정도에 있을 거라 보입니다. 교회 대학생부 친구들과 간 곳, 그 땐 흑석동 종점에서 시외버스를 갈아타고 남태령 넘어 어느 시골길에서 내려 논둑 길을 한참 지나 굽이굽이 찾아갔던 곳, 길지 않은 세월임에도 격세지감을 느낍니다. 수녀님들의 친절한 안내로 하룻밤을 잘 지내며, 수녀원에 있는 양계장을 생각하곤 한밤 중 몰래 계란을 가져다가 먹었던 일이 떠오릅니다. 누가 먼저 그런 생각을 했는지는 기억에서 지워졌지만 아마도 행동대원으로 나선 사람은 몸 빠른 김광영 학생과 죄책감 적은 김광엽 학생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 때 그 계란을 날로 먹었는지 삶아먹었는지도 가물가물하지만 같이 밤을 새웠던 학생부 친구들은 지금도 모두 자주 보는 친구들이지요. 김광영, 정무형, 편창범, 김종남, 안재관, 안재성, 김대영, 정아매, 김광엽. 그 중 안재관은 목사님이 되었고 정아매와는 부부가 되었지요. 달걀을 훔쳐먹 던 치기의 젊은이가 목사님이라니… 수녀님들은 모르셨어도 하느님은 다 아시고 계실 일인데… 언젠가는 다 회개했을 일이지만 다음 기회에 수녀원을 찾으면 원장수녀님께 고백하고 달걀 값을 갚아야 할 일입니다. 죄는 잠시 잊을 수는 있어도 없어질 일은 아니군요. 다만 주께서 사하여 주실 것을 믿습니다. 아멘. 과천 매봉(368m)은 언제 지났는지 모르게 무심코 지나치고 절고개까지도 탄탄대로입니다. 3년 전 축령산 등반 시 최초로 제작된 증기기관차처럼 "퓨, 퓨" 거친 숨소리를 내시던 윤명렬 집사님께서도 그간의 적극적인 운동과 산행참여로 오늘은 "룰루랄라" 흥겹습니다. 제비처럼 가뿐하게 오르시는 모습, 참 잘하신 일입니다. 언젠가부터 도심지는커녕 교외에서도 볼 수 없었던 제비, 그 제비가 오늘 청계산을 날고 있습니다. 물찬 제비가 되지 못하여 오히려 행복한 제비, 이름하여 웰빙 제비입니다. 삼거리 헬기장을 지나 전망대 못미쳐 잠시 숨을 돌리려 앉은 사이 김동형 집사님께서 배낭을 엽니다. 배낭은 온통 음료수로 그득합니다. 들어보신 분은 아실테지요? 물과 책이 얼마나 무거운지 말이죠. 1.5리터 토마토 쥬스 패트병 2개, 석류 달인 물 담은 패트 병 2개, 그리고 도시락 등. 거의 포터 수준의 짐입니다. 교우들을 위하여 무거움을 마다 않으시고 귀한 석류물을 갖고 오신 것, 참 잘하신 일입니다. 여자 분들에게 아주 좋다는 이인희 집사님의 석류 물 예찬에 남자 분들의 손길이 먼저 앞섭니다. 목젖이 오르내리며 "꿀꺽꿀꺽" 정말 상큼한 맛입니다. 권 대장님의 상비품 오이 색깔과 만나니 멋있는 조화입니다. 산의 정상은 언제나 그 곳에 있는 법, 초반이 수월하였으면 언젠가는 고바위 만날 일을 예상해야 할 일입니다. 하지만 산행시간이 어느 덧 2시간을 넘어선 가운데 오르막 길이라니. 날이 날인지라 새삼 인생이 고해(苦海)요, 삶에 존재하는 백팔번뇌(百八煩惱)중 어느 하나가 발 앞에 와 있는 것 같습니다. 권 대장님은 적당한 바위를 하나 잡고 휴식을 취합니다. 희끗한 뒷머리와 넓은 등판의 듬직한 풍채, 백날 째 고기를 낚지 못한 '헤밍웨이'의 푸른 물 위 조각 배에서 혼잣말을 읖조리는 바다의 노인처럼 멋진 모습입니다. 예술을 사랑하고 음악에 심취하며 매일 운동에 힘쓰며 성가대에 좌장으로 자리하며 적극적으로 등산에 참여하시는 권 대장님, 이 분이야말로 만년 청년이십니다. 오늘 탄신을 맞은 부처님은 본 성은 고타마(Gotama:瞿曇)요, 이름은 싯다르타(Siddhartha:悉達多)인데, 후에 깨달음을 얻어 붓다(Buddha:佛陀)라 불리게 되었다 합니다. 석가모니(釋迦牟尼)라는 존칭의 석가(Sakya)는 민족의 명칭이고 모니(muni)는 성자라는 의미로써, 석가모니라 함은 석가족(族) 출신의 성자라는 뜻이라 한다는데, 이 오르막 길에서 인생의 깨달음이야 얻을 수 없는 일이겠지만 등산의 의미라도 깨달으면 다행입니다. 조 대장님은 서서히 벌어진 후미는 잊은 듯 정로(正路)에서 급 우회전하여 지름길을 타오릅니다. 예서 갈라서면 더욱 더 간격은 벌어질 일, 발걸음을 멈쳐 뒷 분들을 기다립니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발걸음을 내딛는 조 대장님의 뒷 모습에서 강한 카리스마를 느낍니다. 히말라야 원정대장과 정상공격조를 상상해보면 조 대장님은 분명 정상공격조에 속할 분입니다. 10여 분 경사 급한 흙바위 길을 기어올라도 한시름 쉴 수가 없습니다. 야속하게도 이수봉(545m)은 저만치에서 봉우리 값을 뽑내고 있으니까요. 은근히 짜증이 날 정도 쯤 되어서야 제 모습을 보여줍니다. 요즘 말로 봉짱입니다. 봉짱에 오른 뻐근한 마음으로 떠들썩한 산꾼들을 피해 이수봉 밑 한적한 안부 터에 점심 자리를 펼쳤습니다. 아직도 기운이 남아돈 윤명렬 집사님은 우측 길을 피하고 봉우리를 넘어서 직진을 하셨나 봅니다. 저와 김광영 집사님이 찾아나서서야 조우를 합니다. 이 나이에 산 속에서의 술래잡기라. 산에 오면 별별 즐거움이 다 있지요. 1시 30분, 점심 때가 지난 시간입니다. 오늘은 장로님께서 한 분도 안 계십니다. 우연치고는 처음 있는 일, 윤명렬 집사님께서 식사기도를 해 주십니다. "저희에게 배고픔을 알게하시고, 배고픔을 채워주시니 감사합니다." 간단하고 명렬한 기도에 감사의 마음이 함축되어 있습니다. 이인희 집사님은 오늘도 아침에 튀겨오신 고추를 펼치시고, 권 대장님은 땅콩 샌드위치 대신 김밥을 싸 오셨습니다. 오늘은 샌드위치 맛을 못 보겠군요. 대신 전날 저녁, 창립 95주년 기념 및 원로목사 추대 기념 음악회에서 은혜로운 성가를 연주해 주었던 지휘자 최덕천 집사님 부부를 비롯하여 몇 가족을 초대하여 잔치를 벌였던 김광영 집사님 댁에서 갖가지 음식을 차려오셨습니다. 더덕 무침에 안심구이, 생김치와 현미 잡곡밥 … '맛있다' 마음 속에서 진리의 깨달음은 얻지 못하고 몸에서는 깨달음을 얻는 우린 참 범인(凡人)일 뿐입니다. 고려 말 이색이 망한 고려를 생각하고 그리워했던 봉우리라 해서 붙여진 국사봉(國思峰, 540m)은 여느 국사봉이 선비 사(士)자를 쓰는 것과 다르게 생각 사(思)자가 붙어 있습니다. 국사봉에서 천천히 발걸음을 떼면 성 루도비꼬 유적지인 토굴을 만나게 됩니다. 이 굴은 프랑스 출신으로 1865년 5월 충남 내포리에 상륙한 루도비꼬 볼리에 신부가 선교를 위해 이 지역으로 온 뒤 이 굴에서 숨어 지내며 선교활동을 했던 유적지입니다. 루도비꼬 신부는 바로 1866년 2월에 붙잡혀 3월에 새남터에서 순교했으며 1984년 5월에 성인으로 추서됐다 합니다. 유적지 못 미쳐 바로 우측으로 꺾어 내려서면 정신문화연구원에 닿습니다. 정신문화연구원 까지는 발만 내딛으면 저절로 떨어지게 되는 내리막 길입니다만 이 길에는 마테오 성당에서 관리하는 '십자가의 길'이 조성되어 있습니다. 이 길을 오르다보면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 박히기까지의 과정을 14개 처로 나누어 그 고비마다 나무기둥을 세워 표시했고, 당시의 상황들을 밝혀 놓아 그 처마다 발걸음을 멈춰 예수님의 고난을 묵상하며 죄의 대속과 사랑을 깨우칠 곳입니다. 정비를 위해 준비 중인지 군데 군데 보수의 손길이 필요한 '십자가의 길' 14처의 내용을 지난 산행기를 찾아 다시 올립니다. 제 1 처 : 예수님께서 사형 선고받으심을 묵상합시다. 제 2 처 : 예수님께서 십자가 지심을 묵상합시다. 제 3 처 : 예수님께서 기력이 떨어져 넘어지심을 묵상합시다. 제 4 처 : 예수님께서 성모님을 만나심을 묵상합시다. 제 5 처 : 시몬이 예수님을 도와 십자가 짐을 묵상합시다. 제 6 처 : 베로니카, 수건으로 예수님의 얼굴을 닦아드림을 묵상합시다. 제 7 처 : 기력이 다하신 예수님께서 두 번째 넘어지심을 묵상합시다. 제 8 처 :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의 부인들을 위로하심을 묵상합시다. 제 9 처 : 예수님께서 세 번째 넘어지심을 묵상합시다 제 10 처 : 예수님께서 옷 벗김 당하심을 묵상합시다. 제 11 처 :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박히심을 묵상합시다. 제 12 처 : 예수님께서 십자가 위에서 돌아가심을 묵상합시다. 제 13 처 : 제자들이 예수님 시신을 십자가에서 내림을 묵상합시다. 제 14 처 : 예수님께서 무덤에 묻히심을 묵상합시다. 십자가를 메신 채 골고다 언덕을 오르시며 예수님께서 받으신 고난과 핍박을 묵상하고자 만든 '십자가의 길'을 내려오는 발걸음은 너무나 가볍습니다. 그렇다고 산우회원 뉘라서 그 고난받으심을 잊을 리야 없겠지요. 하루종일 산 숲으로 그늘을 만들어 주시고, 짙은 솔향을 맡으며 긴 시간 걸을 수 있는 건강한 몸을 주신 주님께 감사하며, 마지막 하산길로 십자가의 길을 밟은 오늘의 청계산행, 참 잘한 일이었습니다. 211.196.228.83 Flyingrock: 죄책감 적었던 김광엽학생 [06/01-09:33] 211.196.228.83 Flyingrock: 죄책감 많아진 김광엽집사!정말 그대의 글은 한자한자 꼭 필요한 것이고 그 당시 상황이 하나의 영상으로 흐르는 것 같소~~ 물흐르듯! 정말 잘 쓰는 글이요.잘 읽겠읍니다. [06/01-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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