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4.18 09:43

4월에 내린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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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은 글입니다.
 
길어서 대충보려했었던 짧은 생각이 후회됩니다.
 
맘에 잔잔한 공감의 물결이
 
부활의 기쁨과 어울어지길 기대합니다. 


      4월의 눈


      어느 날 아침 방송  opening 멘트가 내 귀를 솔깃하게 했다.

      음악이 좋아지면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사람이고,
      바다를 좋아하면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 것이며,
      어머니가 보고 싶으면 지금 힘든 처지에 있는 사람이고,
      친구가 보고 싶으면 기쁜 일이 있는 사람이며,
      커피를 몹시도 그리워하는 친구는 무언가를 찾고 있는 사람이며..






      나는 그 모든 말들이 공감이 되었는지
      멘트를 들으면서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그 중에서도 가장 가슴에 와 닿았던 말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고 하루 종일 맴돌았다.

      '힘든 사람은 어머니가 그리워진다...'

      이상한 것은 힘든 일이 있을 때  아버지가 보고 싶다는 사람은 없고
      대부분 어머니가 보고 싶은 이유는 무엇일까.








      경찰대 신입생들이 3주 훈련을 마치고 어머니를 만나는 장면을 보았는데,
      대부분 신입생들은 훈련받은 대로 먼저 어머니에게 군대식 경례를 한 후에는
      하나같이 아이처럼 어머니에게 안기며 눈물을 흘리며 어깨를 들썩이었다.

      왜 우리는 힘들면 힘들수록
      어머니가 더욱 가슴이 시리도록 그리워지며 그 품에 안기고 싶어 할까.
      그것은 아마도
      모든 사람들이 나를 오해한다 해도
      어머니만은 나를 이해하고 내 어깨를 토닥거리며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시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것보다 더 본질적인 이유는
      어머니는 그분께서 모든 가정에 보낸  하느님이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하느님처럼 우리가 말하지 않아도 모든 것을 아신다.
      어머니는 하느님처럼
      우리가 눈물 흘릴 때 가장 측은한 마음을 갖고 눈물을 닦아주신다.

      그러기에 우린
      '하느님!' 하고 부르기만 해도
      '어머니!' 라고 부르기만 해도
      신비스러운 그 무언가에 이끌려 다시 아이로 돌아가는 경험을 하게 된다.







      강릉은 지난주에 때 아닌 눈이 내렸다.
      4월에 내린 눈을 보고 체인 걱정 할 사람은 없지만
      오히려 봄철에 내린 눈이라
      농사에도 많은 도움을 주기에 고맙기만 했다.

      강릉은 이상하게도 지형적인 특성 때문인지
      여러 번 물과 불로 많은 피해를 겪었다.
      헌데 올핸 지겨울 정도로 여러 차례 대설이 내려
      이전 기록들을 갈아 치우고 있는 실정이다.

      그 날도 외지 방문이 약속이 되어 있었는데
      많은 눈이 내리자 걱정 어린 말을 하자
      어떤 분이 이런 말로 나를 위로했다.

      '걱정 마세요  4월에 내리는 눈은 아무 힘이 없어요.
      내릴 때 뿐 이에요.  쌓기 전에 녹아 버립니다.
      다녀오세요!’

      그 분 말대로 그렇게나 많이 내렸던 눈들이 쌓이면서
      밑에서는 벌써 녹기 시작했다.
      대관령 바람이 아무리 매섭다 해도  4월 춘풍을 무슨 수로 막겠는가.

      어머니가 보고 싶을 정도로 어려웠던 고난들도
      부활의 봄을 무슨 수로 막겠는가.








      내게도 4월의 눈이 내렸다.
      이번 건강검진에서 신장(腎臟)에 이상 징후가 발견되어
      정밀검사를 받아보니 암으로 최종진단이 나왔다.
      하지만 의사의 암 선고는 내겐 4월의 눈이었다.
      왠지 특별한 선물을 받은 느낌이랄까.

      비록 한쪽 콩팥 반 정도는 도려내야 하지만
      이쁜 암이 한쪽에 몰려있어 수술만 잘하면 문제가 없다.








      4월에 내린 눈이라
      살짝 얼굴 내민 꽃망울이 어안이 벙벙했지만,
      4월이라 얼마든지 철없는 눈을 방긋 웃어 줄 수 있는 여유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눈물이 났다.

      마치
      그 분의 고난도
      봄이 다가오자 모든 고통과 슬픔도 녹아버리듯이
      4월의 눈은
      여유와 낭만 그리고 변화를 기대하기에 감사할 뿐이다.








      주님,
      4월에 내린 눈처럼
      우린 때론 예의치 못한 고난을 통해 난감해 하지만
      이제 보니 그 눈은 축복이요 은혜임을 알아가기에
      더 큰 감사를 드립니다.
      이해할 수 없는 고난은 있을지 몰라도
      이유 없는 고통은 없기에
      4월의 눈을 도리어
      반기며 기뻐합니다.


      2012년 4월 6일 봄의 소리가 들리는 강릉에서 피러한(한억만)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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