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5.21 10:12

동백꽃 연가

조회 수 739 추천 수 0 댓글 1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금년 봄에 나에게 가장 큰 행복감을 안겨주었던 선운사 동백꽃에 관한 글입니다. 저의 다른 글을 보고싶은 분들은 제 블러그 blog.naver.com/ybdybdybdybd에 들어오시면 됩니다.
 


 

선운사 동백꽃 맞으러 가는 길-연가(戀歌)


 




 

서럽도록 짙푸른 잎사귀에

살포시 고개를 내민 그대


 

새색시 연지처럼 고운 자태



 

말 못할 서러움이 복받쳐

어느 봄날 얄밉도록 향기로운 바람결에


 

여인은 속살처럼 고이 간직했던 은장도를 꺼내어

핏빛처럼 뚝뚝 전설이 되고야 만다.



 

아, 동박새는 푸른 하늘로 울음을 쏟아내고

선운사 풍경소리는 심경을 어지럽히는데



 

무명 치마저고리 곱게 차려입은 여인은

이 봄날 또다시 그의 운명을 노래한다.


 





 

올해는 유난히도 선운사 동백꽃을 보고 싶었다. 봄소식이 들려올 때부터 가슴 설레며 동백꽃이 개화하기를 기다렸는데 꽃샘추위가 심해서인지 4월 말이 돼서야 선운사 동백꽃이 피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활짝 핀 동백꽃 군락을 제대로 볼 수 있는 건 큰 행운임에 분명하다. 꽃이 만개했다 싶으면 이내 동백꽃은 자취를 감춘다. 4월의 마지막 주말 몇 년 만에 선운사를 찾았는데 동백꽃은 서서히 자태를 감추는 중이다. 그나마 얼마나 다행인가.


 



 


주차장에 차를 세우자마자 선운사 경내로 달려드니 먼저 한그루 동백이 나를 맞는다. 붉은 꽃봉오리가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그 색을 선명하게 담아낸다. 아, 올해는 꽃을 볼 수 있겠구나. 선운사는 선운산 끝자락에 나박하게 조성되었는데 위압적이지 않은 모습이 늘 나에게 평안함을 선사한다. 그 선운사 뒤편에 자리한 동백 군락지. 동백꽃을 더욱 도드라지게 보이게 하는 건 그 짙은 잎사귀 때문이다.


 



 


동백의 진초록 잎사귀는 사시사철 지나칠 정도로 무성하다. 그 짙은 잎사귀들을 배경으로 동백꽃은 자신의 자태를 수줍은 듯 살포시 내민다. 붉은 색으로 곱게 물들인 무명 치마저고리를 입은 여인의 모습. 장미처럼 화려하진 않지만 짙은 붉은 색의 깊이가 더해져있고, 벚꽃처럼 천지를 물들이진 않지만 진초록 잎사귀와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자신의 존재를 극명하게 드러내는 꽃. 동백꽃은 산골 굽이굽이 애절한 사연을 가진 여인의 전설이다.


 



 


동박새가 수분을 해준다는 동백꽃은 실제로 여러 가지 전설을 간직하고 있는데 난 이 동백꽃의 낙화한 모습 자체가 전설로 여겨진다. 동백꽃은 만개한 꽃봉오리 그대로 툭 소리를 내며 땅바닥에 떨어진다. 그리고 나무에서 떨어져 나왔지만 마치 생명력을 가진 듯 꽃의 자태를 온전히 며칠씩 간직한다. 낙화한 동백꽃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온갖 상상들이 발동한다.

누구나 시인이 된다. 정말 오랜만에 연가라는 제목으로 시를 적어본다.


 



 

연가(戀歌)



 

서럽도록 짙푸른 잎사귀에

살포시 고개를 내민 그대


 

새색시 연지처럼 고운 자태



 

말 못할 서러움이 복받쳐

어느 봄날 얄밉도록 향기로운 바람결에


 

여인은 속살처럼 고이 간직했던 은장도를 꺼내어

핏빛처럼 뚝뚝 전설이 되고야 만다.



 

아, 동박새는 푸른 하늘로 울음을 쏟아내고

선운사 풍경소리는 심경을 어지럽히는데



 

무명 치마저고리 곱게 차려입은 여인은

이 봄날 또다시 그의 운명을 노래한다.


 



 


올해 이렇게 선운사 동백꽃을 보고나면 또 언제나 만날 수 있을까. 꽃은 변함없이 피고 또 지고 하지만 우리 인간의 앞날은 알 수가 없는 것. 내년 혹은 또 그 다음 해일까. 동백꽃이 이렇게 가슴 속에 긴 여운을 남기는 건 그 짙은 빛깔 때문이기도 하지만 내 마음 속엔 낙화한 동백꽃의 그 처절함 때문인 듯. 마치 사랑하는 사람과 원치 않는 이별을 해야 하듯, 아님 사랑하는 누군가를 위해 한 목숨 아무 조건 없이 내놓는 듯 동백꽃은 그렇게 은밀한 전설을 말해준다.


 

동백꽃의 긴 여운을 가슴 속에 쓸어 담고 선운사 경내를 빠져나와 선운산으로 향하는 아주 정겨운 길을 걷는 건 한마디로 행복이다. 이 길을 걸으면 인생의 온갖 번잡함 속에서 그래도 살아 있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끼게 된다. 지금까지 걸어본 길 중 가장 아름다운 길이 아닐까 하는...


 



 

(2012.4.28)

 

*사진은 복사만 해주세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한글에서 작업한 내용 복사해서 붙여넣기 file 관리자 2017.09.10 1386
1682 2012년도 6월에 보내는 두 번째 선교 편지 안요섭선교사드림 2012.06.30 410
1681 김바울 단기선교 위하여 기도부탁 드립니다. 3 김복음 2012.06.27 435
1680 안동 산우회 7월 산행 안내 임헌우 2012.06.25 387
1679 안동교회 역사자료인 교회주보 역사자료보존국 2012.06.09 601
1678 원로목사님 출판기념 사랑받느자 2012.06.03 418
1677 6월 엘림아카데미 모임안내 엘림아카데미 2012.06.03 290
1676 안동 산우회 6월 산행 안내 임헌우 2012.05.31 387
» 동백꽃 연가 1 윤병대 2012.05.21 739
1674 다산 정약용 유적지를 다녀와서 이 본 2012.05.19 652
1673 안동 산우회 5월 산행 안내 임헌우 2012.05.11 306
1672 5월엔 남자들이 주방으로 Go Go ~~~ 2 주방 관리자 2012.05.06 346
1671 나의 믿음생활 1 비암 2012.05.04 523
1670 2012년 늘푸른 봄 나들이 봉사자 2012.05.03 518
1669 나는 어떤 사람입니까? 1 이종서 2012.04.30 340
1668 금이 간 항아리 1 이종서 2012.04.30 483
1667 4월29일 장로선거 3차 투표 결과 안동교회 2012.04.29 510
1666 *장로 4월 22일 2차 투표 결과* 안동교회 2012.04.22 392
1665 5월의 봄 나들이와 야유예배 엘림아카데미운영위원 2012.04.18 450
1664 4월에 내린 눈 이종서 2012.04.18 490
1663 펜담채화의 소허당 전시 1 최덕천 2012.04.17 706
Board Pagination Prev 1 ...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 99 Next
/ 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