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가을의 마지막 길목, 11월 정기 산행으로 광교산(光橋山)을 올랐습니다. 애석하게도 11월은 公休日이 없는 달이고, 주 5일 근무도 각처의 이해에 얽혀 전면적으로 조기 실현이 어려울 듯 싶은 상황입니다만 안동산우회의 월례 정기산행은 빠지지 않고 이어온 傳統. 16일 토요일을 택했습니다. 아직은 토요일 근무 직장이 많은 터라 많은 회원분들이 참여할 수 없었지요. 그렇기에 미금역에 모인 7명의 회원도 든든한 숫자입니다. 미금역은 서울 도심에서도 만만찮은 거리인데다, 일단 출근을 해야하는 회원들은 이 것 저 것 마음이 바빴을 것입니다. 수서역에서 만난 윤명렬 집사님과 조바심을 치며 미금역에 도착하니 10시 30분이 다 되었지만, 미리 오신 오도광 회장님, 추영일 장로님, 강명준 집사님, 김동형 집사님, 김광영 교우 다섯 분이 반갑게 맞이해 주십니다. 모두 일곱 명, 짐짓 행운을 기대해 볼 숫자입니다. 광교산은 용인시 수지읍 신봉리, 고기리, 동천리와 수원의 광교동을 포근하게 품고 있는 너른 산입니다. 산행 들머리로는 수원시 상광교동 버스 종점, 경기대 입구, 문암골, 청령암, 지지대 등 여러 등반 코스가 열려있는데 오늘 산행은 고기리 계곡을 출발 기점으로 잡았습니다. 일단 고기리까지 가는 길은 분당선 미금역에서 8번 출구를 빠져나와 3번 마을버스를 타고 20여분을 더 들어가야 합니다. 이 곳 마을 버스비는 600 원이더군요. 배차 간격도 30분이나 되는 것을 보니 300원을 받아서는 적자 운영인가 봅니다. 고기리 계곡 입구가 가까워 오자 김광영 교우께서 안홍택 목사님이 시무하시는 고기 교회 위치를 알려 줍니다. 차도에서 100여 미터 안쪽에 아늑해 보이는 곳입니다. 김광영 교우는 안 목사님과 1년 선후배 사이로 학창시절부터 절친하였고 동기들과 고기 교회에 직접 방문도 했었었지요. 지나치는 길이었지만 마음 속으로 '샬롬' 평안을 기도했습니다. 여름 철 맑은 계류와 수려한 경관으로 사랑 받는 고기리 계곡은 다양한 음식점이 계곡 틈틈이 자리잡고 앉아 미식가와 회식파, 연인들, 가족들을 기다리는 모습입니다. 보신탕, 장어, 타조요리, 생선회 등 거창하게 붙어있는 광고물들을 보니 '생명 문화를 가꾸는' 우리 교회의 '생명 밥상' 운동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떨어진 듯 합니다. 계곡을 끝내고 산 길로 접어들려는데 갑자기 사위가 조용해지며 아늑해 집니다. 뒤돌아보니 넓은 대접같은 지형이 야트막한 산 봉오리에 쌓여 고요하게 폭 담겨있는 모습입니다. 한참 때는 울창한 숲으로 한껏 푸르렀을 풍경도 이제는 원숙한 빈(空) 모습으로 변하여 삶의 유전(流轉)을 보이며 인생을 관조(觀照)하라는 교훈을 들려 주는 듯 합니다. 오 회장님의 광교산 소개 말에는 광교산 수림(樹林)을 하얗게 덮은 광교적설(光矯積雪)이 수원 8경(八景)중 으뜸이라 하셨는데, 과연 이 곳에는 눈이 나려도 흩날리지 않고 그 자리에 그대로 내려앉고, 햇살에 녹아들 때까지 조용히 제자리를 지킬 것 같습니다. 숲에 들어서니 발 디딤마다 어김없이 "스슥, 슥" 활엽수 낙엽 밟히는 소리가 화답합니다. 으스러져 본디 제 모습이 없어지더라도 아낌없이 주는 삶의 질서. 새 봄이면 또 다시 大地의 자양분으로 새 생명을 살찌울 거룩한 희생. '생의 죽음은 영원한 죽음이 아니요,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가는 새로운 삶의 시작이요, 축복'이라는 목사님의 말씀이 설핏 머리를 스치고 지나갑니다. 오솔길 800미터를 숨차게 오르니 능선 길 3거리에 이릅니다. 발소리에 놀란 듯 까투리 한 마리가 푸드득 날개 소리 요란하게 날아 오르고, 다람쥐가 미쳐 챙겨가지 못한 도토리도 간혹 눈에 뜨입니다. 잠시 숨을 고르는 사이, 엊그제 他界한 손기정 옹이 화제에 오릅니다. 암울했던 일제 강점기에 민족의 저력과 자긍심을 불러 일으켜 사글어 들지도 몰랐던 민족혼을 깨우친 영웅. 시상대보다 더 높은 세계 정상의 자리에 올랐으면서도 승자의 환한 웃음 대신, 떨군 고개에 얹힌 월계관이 슬펐던 식민국(植民國) 청년. 그 분의 생애에 대해 이 것 저 것 얘기꽃이 피어납니다. 오 회장님은 스포츠 전문가답게 "손기정 옹은 김일성과 같은 해 1912년에 태어났으니 향년 91세"라고 나이에 대한 논란을 잠재우십니다. 대화는 나이에서 건강으로 옮아가고 '남자들에게 전립선이 중요'하다는 얘기 끝에 "전립선이 건강해야 精子가 건강하고, 정자가 건강하여 2마리가 동시에 골인하면 쌍둥이가 된다"는 윤명렬 집사님의 설명에 모두들 고개를 주억거립니다. 저야 속으로 피식 웃고 말았지요. 물론 제가 쌍둥이 아빠라서 그런 것은 아닙니다. 수정과 동시에 난자는 수정막을 형성하여 多수정을 방지하고, 따라서 제 2의 정자는 결코 난자 내로 침입할 수 없다는 생물 지식을 꺼내어 분위기를 깰 정도로 학술적인 시간은 아니니까요. 主峰인 시루봉까지 1.5km라는 팻말에 분위기가 둘로 나뉘어 집니다. 안내판대로 천 오백 미터 거리라면 가볍다라고 느낄 수도 있고, 목을 한참 꺾어 올려 보아야 나타나는 주봉에 힘들겠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요. 산에서는 갈 길은 눈(目)보다 멀리 보이게 마련이고, 되돌아보면 벌써 이만큼이나 하며 뿌듯하게 느껴지기가 십상입니다. 금방이라고 느끼는 분은 힘도 덜 들 것이고, 멀다고 느끼는 분들은 정말 힘든 오르막이 될 겝니다. 12시 25분, 광교산 정상 시루봉에 올랐습니다. 해발 582m. 일행을 기다리며 주위를 살펴보니 광교산 이름 바위 뒤에 유래가 씌여 있습니다. '고려(高麗) 야사(野史)에 이르기를, 원래 光岳山인 이곳은 태조 왕건이 후백제 견훤을 친히 정벌하고 귀경 시 광악산 행궁에서 군사들을 위로할 때, 산에서 광채가 하늘로 솟아오르는 광경을 보고 부처의 가르침을 주는 산이라 하여 光敎山으로 불리게 되었다' 고 水原市史를 인용하여 써 놓았더군요. 한자에 조예가 깊으신 오 회장님께서 "그런가?"하며 의아해 하셨는데 산에 관계된 자료에는 대부분 오 회장님 생각대로 光橋山으로 되어 있으니 이렇게도 불리는구나 하며 알면 되겠지요. 오늘은 김동형 집사님께서 하산 후 댁으로 회원들을 초대하셨기에 여기서 토끼봉, 형제봉을 거쳐 경기대나 LG아파트로 하산을 하기엔 거리나 시간이 마땅치 않게 됩니다. 올라온 길을 되 집어 점심 터를 잡기로 하였습니다. 관록은 역시 다릅니다. 벌써 오 회장님은 10여분 거리 아래 안부, 헬기장을 염두에 두셨더군요. 햇살이 따스하고 사방 하늘이 틔여 파란 바다 속에 잠긴 듯한 기분이 듭니다. 오늘은 장로로 피택되신 강명준 집사님께서 식사기도를 해주셨습니다. 집사님의 감사기도 속에 "자연을 사랑하고 보호하게 하여 주십시오" 말씀은 평소 자연에 대한 애정이 없으면 기원하지 못할 내용이겠지요. 산행 때면 늘 깨끗이 뒷정리를 하시는 강 집사님의 모습, 역시 마음과 행동이 일치하는 분입니다. 남자 회원들끼리 만의 식사라고 우습게 보면 안됩니다. 추영일 장로님의 보온 도시락은 물론이고, 컵라면에는 계란까지 넣어 뜨거운 물을 붓고(윤명렬), 마른 멸치에는 고추장이 등장(추영일)하고, 먹기 좋게 썰어온 시원한 배(김광영), 발간 토마토(김광엽), 따스한 커피(김동형), 없는 게 없답니다. 오후 2시. 수지 쪽 LG아파트를 바라며 하산을 시작합니다. 뿌듯함과 느긋함이 보태져 한가로운 걸음입니다. 산줄기는 구비구비 눈 가는대로 이어집니다. 이 광교산은 白頭大幹의 13정맥(正脈) 중 俗離山에서 七長山을 거쳐 내려온 漢南정맥의 주봉으로 지정학상 중요한 산이라 하는데 과연 헛 명성이 아닙니다. 중턱에서 내려다본 들은 빈 들입니다. 머지 않은 장래에 아파트가 줄줄이 세워져 들의 모습을 잃을 것도 같지만 아직은 그래도 빈 들입니다. 주일 날 목사님의 '빈 들의 교훈' 설교 말씀에 등장하는 '빈 들'처럼 '욕심을 버린 들', '준비하는 들', '삶을 돌아보는 들' 하고는 거리가 있더라도 그것은 인간의 욕심에서 비롯된 것, 빈 들 자체야 무슨 죄가 있겠습니까? 제대로 느껴보지도 못하고 가버린 가을, '빈 들의 교훈'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우리들입니다. 12월 19일 대통령 선거일로 예정된 금년도 마지막 산행, 그 때쯤 눈 쌓인 산에서 '설산(雪山)의 교훈'을 새겨봄이 어떨까요? 61.99.32.35 추영일: Re:늦가을 산 [11/20-13:45] 61.99.32.35 추영일: 김광엽집사의 등산기행문은 언제 보아도 참 좋은 문장입니다. 언제 자료들을 수집하엿는지~또 어디서 그런 주옥같은 글귀가 떠오르는지? 등산에 참여하지 못한 교우들도 이 글월을 읽으면 그 장면들을 저절로 떠 올릴 수 있을 정도로 서술을 참 잘 하셔요. 더욱 좋은 기록들을 남길 수잇도록 기도드릴께요 수고하셨어요 안녕! [11/20-13:49] 211.195.44.227 김광영: 산행도 즐겁지만 김집의 산행기를 보고 있노라면 미쳐 못느꼈던 상황과 장면들이 떠올라 혼자미소지게됩니다. 안동산우 모임의 색다른 즐거움이요,자랑거리지요. 다음호를 기대하면서...수고헀씀니. [11/24-19:27] 211.207.217.80 김종남: 안동산우회에 갔더니 안계셔서 이리저리 헤맸네. [11/28-11:22] 211.207.217.80 김종남: 이런건 한번도 안해봐서 Enter키를 누르니까 그냥 가버린다. 사랑방에 오 니까 계시누만. 사실 광교산은 내 위수지역인데 말씀도 없이 왔다 가셨구 만. 내려본 빈들에 백설이 가득 내려 앉을때쯤 또한번 올라보세. 안목사 님 문안도할겸 사모님과 무수한 애들도 잘 있는지도 보고. 참 무심하게 세월만가네.John [11/28-11:28]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한글에서 작업한 내용 복사해서 붙여넣기 file 관리자 2017.09.10 1386
» 늦가을 산에서 본 들은 비었습니다(36차 산행기, '02.11.16. 토) 5 김광엽 2002.11.19 1279
1641 인체의 신비(한국 순회전), 꼭 가보세요 김광엽 2002.11.25 1320
1640 大統領選擧日 일찌감치 投票마치고 忘年山行합니다. 3 안동산우회 2002.11.28 1056
1639 비바람이 불면 몸을 숙여라 ^^ 박미라 2002.11.30 1028
1638 이믿음 더욱 굳세라... 1 이성길 2002.12.13 920
1637 이스라엘 소식 정연호선교사 2002.12.14 978
1636 <뉴스앤조이>에 오른 안동교회 기사 안동교회 2002.12.19 813
1635 희망을 담뿍 담은 2002 송년 산행(37차 산행기, '02.12.19. 목) 2 김광엽 2002.12.22 1312
1634 크리스마스 사진 몇장 1 3 이종서집사 2002.12.25 981
1633 크리스마스 사진 몇장 2 4 이종서집사 2002.12.25 942
1632 3대tenor의 White Christmas 오도광 2002.12.26 1261
1631 겨울 소백산, 純白으로의 초대 1 김광엽 2002.12.26 1130
1630 이스라엘 소식 82 정연호목사 2002.12.31 1009
1629 謹賀新年 1 오도광 2003.01.01 885
1628 2003년. 羊들의 첫해맞이 1 오도광 2003.01.01 899
1627 새해인사 file 박영달 2003.01.01 882
1626 <Lemon Tree>에 소개된 안동교회 file 관리인 2003.01.08 904
1625 <중앙일보>에 소개된 유경재 목사 file 관리인 2003.01.10 1074
1624 小白, 시작부터 바람, 끝까지 雪國(38차 산행기. '03.1.7-8. 화-수) 4 김광엽 2003.01.11 1357
1623 2003年의 첫月例山行은 1월25일 彿巖山으로 갑니다 1 안동산우회 2003.01.12 981
Board Pagination Prev 1 ...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 99 Next
/ 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