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칠공부를 하는 용천(가명)이를 보니 지운(가명)이 생각이 나네요. 지금은 집에서 잘 크고 있겠지요?”
지운이는 지난 해 '크리스마스의 기적'이라는 방송에 나왔다가 부모를 찾았던 아이예요.
용천이처럼 색칠을 잘해서 화가의 자질이 있다며 아끼고 사랑했었지요.
그러고 보니 집에서의 이름과 센터에서의 이름이 서로 달라서 부르면 빤히 쳐다만 보던 다연(가명)이도
그 방송을 통해 미혼모인 엄마와 함께 살게 되었는데 이제 많이 컸겠군요.
2010년 1월 13일에 1인 1섬김을 위해
기아, 미아, 학대아의 일시보호시설인 서울시립아동복지센터를 처음 찾아 갔던 때가 생각납니다.
첫날이라 참관만 했었는데 아이들이 책상 밑으로 숨고 책상 위로 뛰어다니는 등
어찌나 소란스럽던지 겁을 먹고 돌아왔었지요.
심약한 저희를 불쌍히 여기신 하나님께서는 준비하신 일꾼들을 때맞춰 보내주시더군요.
학습프로그램과 교구를 가지고 윤인미집사님께서 달려오셨고,
상처받은 아이들의 마음은 오금숙집사님의 음악시간을 통해 순화되어 갔습니다.
그땐 새신자였던 김정숙성도님께서 맛있는 것으로 원기를 보충해주셔서 우리는 더 힘을 낼 수 있었지요.
날이 갈수록 아이들 얼굴은 손톱자국이 사라져 깨끗해지고 뒹굴며 소리지르는 일도 없어졌어요.
책상 위에 올라가는 대신 수업에 집중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어 갔습니다.
아이들은 사랑을 먹고 자란다고 하지요.
그러나 부모의 사랑이 끊어진 복지센터의 아이들은 항상 배가 고프답니다.
그래서인지 여기 아이들은 먹는 것을 자제하지 못합니다.
토할 때까지 먹기 때문에 음식을 제한하는 것을 보고 속 모르는 사람들은 야박하다고 한다는군요.
겉으론 태연한 애들이지만 마음을 찍는 사진기가 있다면 울고 있거나 화가 잔뜩 난 모습일 거예요.
봉사는 계속되지만 아이들도 바뀌고 봉사자도 많이 바뀌었어요.
'범사에 기한이 있고 천하만사가 다 때가 있다'는 말씀대로 김기연선생님은 출산, 이시원선생님은 유학,
동혜선집사님은 건강, 강희선집사님은 사업, 저는 집안사정으로 봉사를 접게 되는군요.
그러나 봉사의 샘물은 마르지 않습니다.
이름만큼이나 예쁜 믿음의 황채원집사님은 봉사자와 아이들 간식을 차에 싣고 오가며
첫날부터 계속 팀장으로 수고하고 계십니다. 쾌활한 장금녀집사님은 아이들 마음까지 밝히고,
김민수집사님은 사랑이 철철 넘치시지요.
아이들이 너무 가엾어 봉사를 감당할 수 없을 것만 같아 두 주간이나 울며 갈등했다는
김미란집사님이 경건회를 인도하시고,
엄마 동집사님의 뒤를 이어 최희윤선생님이 학습자료를 준비해 오고 있습니다.
오늘은 여름방학으로 귀국한 이시원선생님이 합류했고
김민수집사님께서 샤브샤브로 점심을 대접해주셔서 몸과 마음에 감사가 가득합니다.
봉사를 마치고 오면서
차를 갈아타며 다닌 1시간 30분, 왕복 3시간 거리가 가까운 길이 아니라는 것을 이제야 알았습니다.
집에 오니 목이 뻣뻣하고 무거운 것이 지하철의 과한 냉방 때문만은 아닌 것 같군요.
오늘따라 힘이 든 것은 그곳을 향하는 저의 발걸음이 오늘로 멈춰지기 때문인 것 같아요.
그러나, 몸은 지쳤지만 마음은 흐뭇하고 가볍습니다.
어여쁜 여종들의 헌신을 보며 마음이 든든했기 때문입니다.
부르심에 순종하는 사람들의 봉사를 통해 하나님의 사랑은 영원히 흘러갈 것을 믿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