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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 후배를 만나보신 적 있으십니까? 정확히 2년 전, 명칭조차 없이 출범하여 어언 스물 여덟 차례에 이르게 된 안동산우회의 오늘 산행은 60년 年輪 차이의 산우회 식구가 함께 자리한 意味깊은 나들이였습니다. 民族의 自主 自決과 大韓 獨立 萬歲를 외쳤던 3.1절 83주년 기념일. 집합 장소인 망월사 역에는 많은 등산객들이 각자의 일행들을 기다리며 여러 무리를 짓고 있었습니다. 역에 도착하니 오도광 회장님과 고문곤 집사님이 같은 열차에서 내리셨고, 종로 3가역 환승 통로에서 만나 내내 즐거운 대화로 긴 시간을 줄여주신 권원중 선생님과 우리 부부해서 다섯 분이 驛舍를 나섰습니다. 여기서 두 역만 더 가면 의정부 역에 닿게 되는, 시내에선 제법 먼 거리이지요. 대부분 두 세 번 환승해야하는 수고도 있었고, 탑승 시간도 한 시간은 다 넘었을 것입니다. 역사 밖에는 추영일 장로님께서 일찌감치 도착하셔서 우리를 반갑게 맞이해 주셨고, 고가 철로 밑 포장마차에는 이른 시간 집을 나선 등산객들이 따끈한 어묵 국물을 훌훌 불어 마시며 아침 찬 기운을 풀고 있더군요. 잠시 후에 도착하신 윤명렬 집사님도 인사를 나누자마자 으스스하다며 포장마차 손님들에 동참하시더군요. "같이 어묵을 들자"며 이끄시는데 한 두 번 사양해 봄은 우리 몸에 밴 美德아닙니까? 한 번만 더 권하면 못 이기는 척 따라 가려는데 홱 돌아서서 혼자 드시더군요. 어묵 국물 그릇에선 모락모락 더운 김이 피어오르고. 참 야속했습니다. 조동훈 대장님과 박정음 집사님도 합류하시고, 김동형-이인희 집사님께서 아드님이 운전하는 차에서 내리시더군요. 언제나 느끼는 바이지만 참 보기 좋은 가족 모습입니다. 10시가 가까워 오자 김민홍 집사님께서 창동역에서 열차를 기다리신다며 지각을 염려하는 전화를 주셨습니다. 아침 참에 손님이 오셔서 참여치 못하겠노라고 전화주신 윤상구 장로님과 더불어 사전 연락이 확실하신 분입니다. 마침 시간 맞춰 변 목사님 가족이 도착하셨습니다. 첫 산행부터 우리에게 힘을 실어 주시고, 참여하실 때마다 山上 牧者다운 고마운 모습을 보여주시는 변창배 목사님께서 오늘은 김혜경 사모님과 아들 진성이를 대동하고 나타나신 것입니다. 이윽고 김민홍 집사님도 도착하셨기에 첫 발을 뗍니다. 10여분 정도 늦으셨는데 비해 미안한 표정은 한시간 짜리를 지으십니다. 안양에서부터 나선 길에다 열차를 갈아타다 보면 이 정도야 이해가 가고도 남습니다만, 스스로 워낙 정확하신 분이라 대단히 미안해하시더군요. 10시 15분. 신흥대학을 지나 원도봉 쪽으로 길을 꺾어 잠시 車路를 걷게 됩니다. 외부 순환도로 건설에 사패산 관통 터널이 계획되어 있어 '결사 반대'를 주장하는 주민과 寺刹의 현수막 뻘건 글씨가 입구를 어수선하게 합니다. 한 번 파괴되면 회복 불가능에 가까운 이런 계획이야말로 자연과 生態系 보호를 우선 생각하는 진지한 고민이 있어야 될 일입니다. 우리가 즐기는 이 자연이야말로 하나님이 지어주신 바 우리 맘대로 훼손할 수 없는 것이요, 후손에게 빌려 쓰고 있는 것이니까요. 매표소에는 임시직원 두 세 분까지 나와서 바쁘게 표를 끊어주심에도 불구하고 워낙 단체 등산객들이 한데 뒤섞여 오르다 보니 매우 혼란스럽습니다. 올해는 봄꽃 소식이 일주일 정도 빠르다는 일기예보도 있던데, 과연 등산로 초입은 질펀하게 녹아 따스한 산 날씨를 보여줍니다. 25분 정도 올라 첫 쉼터에 이르자 자연스레 겉옷을 벗는 분들이 많고 윤명렬 집사님은 아예 반팔 티셔츠 차림에 조끼만 입은 패션으로 건강미를 과시하십니다. 원래 망월사 쪽 도봉산을 오른다면 대부분 망월사까지 1.6km를 숨이 턱에 닿도록 치고 오른 다음, 4∼5백 미터를 보태 포대능선을 타면서 주능선 맛을 봄이 정 코스이지만, 오늘 같은 날은 좁고 험한 능선 길에서는 오가는 등산객들이 서로 엉켜 마냥 시간을 잡아 먹게 되지요. 조 대장님과 오 회장님은 뻔히 아시는지라 망월사 밑 덕재샘에서 만월암 쪽으로 코스를 잡았습니다. 50분 정도 열심히 오른 덕에 제법 얼굴이 상기됩니다. 德齋샘 시원한 물을 서로 권하며 잠시 땀을 지웁니다. 이 시간은 그야말로 忙中閑이지요. 별로 숨참도 없이 장난처럼 오르고 있는 변목사님의 아들 - 鎭成이가 오늘의 마스코트가 됩니다. 진성이는 재동 초등학교 2학년에 올라간다 하던데 그러고 보면 권원중 선생님과 오도광 회장님과는 60년에 이르는 동문 후배가 되며, 저와는 40년 차이가 있는 후배가 됩니다. 남자들모임에선 흔히 甲子, 乙丑, 이런 식으로 先後輩 族譜를 따져보게 되는데, 재동 초등학교 졸업 횟수로 계산해보니 정말로 60년 세월이 한 자리에 모였더군요. 60년 선배 분들이 두 분이나 버티고 계시다 보니, 40년 선배인 저는 명함도 못 내밉니다. 40년 선배는 거저 兄소리만 들어도 다행이다 싶어집니다. 같은 샘물로 목을 축이던 다른 山行人들도 우리들의 얘기를 들으며 더불어 흐뭇해들 하시더군요. 만월암으로 향하는 현명한 선택으로 호젓한 산 오솔길을 우리 식구 15인의 행렬로만 채웁니다. 잠시 이 道峰山에 우리 안동산우회만 있는 듯 싶더군요. 오솔길을 벗어나 능선에 오르니 오가는 등산객들로 무척 분비지만 도봉산의 하이라이트 連峰을 마주하게 됩니다. 도봉산은 백두대간 줄기인 한북정맥이 운악산, 불곡산을 거쳐 남서쪽으로 달리다가 북한산에 이르기 전에 작은 金剛을 이루고 있으며, 최고봉인 자운봉(739m)을 비롯해 만장봉ㆍ선인봉ㆍ주봉ㆍ우이암 등, 花崗巖으로 이루어진 걸출한 봉우리들과 서쪽으로 다섯 개의 암봉이 나란히 줄지어 서있는 오봉을 품고 있습니다. 우리들이 서있는 맞은 편에 왼편부터 선인봉, 만장봉, 자운봉이 차례로 펼쳐져 나타납니다. 웅장한 기상은 혹 삶에 지친 이들에게 새로운 意慾을 불러 줄 것이요, 깎아지른 듯한 예봉(銳鋒)의 장관은 신비감을 주기에 충분합니다. 그저 바라보는 이 하나 만으로도 오늘 산행에 충분한 보답이 되고, 여느 설교 말씀 못지 않게 하나님의 섭리(攝理)를 웅변해 주고 있습니다. 이 장엄함이 아쉬워 너도나도 사진에 담습니다. 마치 저 봉우리가 없어지기라도 할까 모두들 배경에 넣습니다. 좁은 등산로에서 열 다섯 식구를 모두 담으려니 최대한 어깨를 맞대야 합니다. 저절로 다정스런 구도가 만들어짐도 즐거운 일입니다. 다시금 능선 길을 조금 내려 식사 터를 잡습니다. '금강산도 食後景'이라지만 우린 '도봉산을 景後食'하니 안동산우회는 역시 멋을 아는 '멋진 분'들 모임입니다. 햇살이 따사롭게 비치는 아담한 자리에 은박지 깔판 두 개를 펼치고, 둥그렇게 둘러 앉아 공동체 밥상을 차립니다. 오랫만에 변 목사님의 우렁찬 식사 기도를 들으니 식탁에는 감사의 마음이 더욱 커집니다. 김밥, 오곡밥, 샌드위치, 컵라면 다양한 주식에 송이버섯, 코다리 구이, 죽순 나물에 깻잎 조림과 김치 모두 제 맛을 보여 주고, 변 목사님께서 데워 내놓은 C 레이션의 닭 스튜도 별미입니다. 더덕 향이 물씬 나는 전통 음료수는 목을 간질이며 시원하고, 후식으로 박정음 집사님께서 못생기게 깎아 주신 배는 입안을 개운하게 해주었으며, 수정과와 커피를 마시고 나니 더 부러울 것이 없어졌습니다. 都心에서 한 시간 거리, 조그만 노고만 보태면 이런 작은 행복을 맛볼 수 있는 우리는 참 복 받은 사람들입니다. 오늘은 정확히 안동산우회 출범 2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풍부한 등산 경험과 놀라운 체력을 겸비하고 계시기에 당연히 우리의 '등반대장'으로 추대 받으신 조동훈 대장님께서 오늘을 기념으로 隊長職을 사임하신다고 오 회장님께서 발표하십니다. 갑작스런 얘기에 모두들 의아 하게 생각하지만, 조 대장님 나름대로 연세에 따른 인생계획이 있으신가 봅니다. 그동안 애써주심에 대해 저희들로서도 감사와 함께 예의를 표함이 도리겠지요. 박수로 노고를 치하해 드리고 차기 등반대장으로 권원중 선생님을 추대했습니다. 적당하신 연세와 국제적인 풍채, 젠틀한 매너와 더불어 무엇보다 산우회를 사랑하시는 크신 마음. 어느 면에서나 부족함이 없으신 분입니다. 모두 새 대장님을 박수로 환영하였습니다. 중간에 윤명렬 집사님이 물망에도 올랐습니다만 윤 집사님은 기우회 礎石을 확실히 놓을 意志를 표하시며 사양하셨습니다. 아침나절 '어묵 사건'으로 야속했던 마음도 덩달아 풀어졌습니다. 이제 2주년을 맞아 권원중 新 등반대장님과 더불어 이어질 안동산우회의 산행에 계속 즐거움과 아름다움과 감사함이 넘치리라 믿으며, 4월 5일 식목일 29차 산행 때 다시 뵙겠습니다. 61.82.123.189 Flyingrock: 그랬군.야속하셨다니.한번 더 권유할걸!다음부터는 들때까지 권유할것임. 그 날 아침 어묵국물은 따듯하면서 시원했어요.정말 좋았어요. [03/12-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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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한글에서 작업한 내용 복사해서 붙여넣기 file 관리자 2017.09.10 1386
1842 눈, 달, 해, 바람이 있는 겨울 태백산(26차, '02. 1.29-30) 3 김광엽 2002.02.01 1477
1841 Re..출전이 궁금하군요. 오도광 2002.02.02 1391
1840 Re.제가 듣기론 지방교회는 성경적인 교회라고 .... 진영 2002.02.03 1371
1839 Re.참.....이 리스트는 울간 현대종교 홈쥐에서 퍼왓읍니다... 이 성 길 2002.02.03 1735
1838 이단들의 이름......(알고있어야 하겠지요) 이 성 길 2002.02.02 2077
1837 어느 43세 독신 남성의 기도 주동준 2002.02.05 1142
1836 2월월례산행은 설날연휴마지막날 冠岳山입니다 오도광 2002.02.05 1312
1835 나의 고백 최 은혜 2002.02.10 1135
1834 2월의 유머 오도광 2002.02.12 1483
1833 3月의 月例山行은 3ㆍ1節에 道峰山 望月寺임니다 오도광 2002.02.14 1279
1832 話山으로 변한 冠岳山 등반(27차, '02. 2. 13) 김광엽 2002.02.15 1361
1831 너무 긴급한 기도제목이라 무례를 범합니다.기도좀해주세요 잔잔한물가 2002.02.20 1249
1830 박해웅 형제(고 오은숙씨 남편) 방문 유목사 2002.02.20 1327
1829 續 2월의 유머 월드컵16强 語錄 1 오도광 2002.02.20 1234
1828 故 오은숙 씨를 추모하며 남편을 만났습니다. 김광엽 2002.02.20 1418
1827 가족사진입니다. 1 file 이종서 2002.02.24 1206
1826 솔트레이크시티冬季올림픽의 審判判定問題에 관하여 오도광 2002.03.02 1419
1825 안동바둑클럽이 10일 발족할 예정입니다. 2 오도광 2002.03.02 1384
» 60년 후배와 도봉산을 오르다(28차, '02.3.1.금) 1 김광엽 2002.03.02 1494
1823 3월의 유머 사투리의 다양성 오도광 2002.03.05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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