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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정기 산행으로 오른 청계산 정신문화원 코스에서는 십자가를 메고 골고다 언덕을 오르는 예수님의 고난의 궤적을 '십자가의 길'로 꾸며 놓아 기독교인들이라면 숙연한 마음으로 오르며 주님의 은혜를 묵상하는 등산길이었습니다. 더 많은 교우들이 경험하면 좋으리라 뜻이 모아짐에 따라 31차 6월 산행은 5월의 그 코스를 다시 등반하게 되었습니다. 마침 13일 목요일은 지방자치제 선거일인지라 아침 일찍 투표를 마친 교우들께서 도심에서 한참 떨어진 지하철 분당선 초림역에 모였습니다. 안국역에서도 1시간 20분 정도는 소요되는 만만찮은 거리라 마음부터 서둘게 됩니다. 초림역 만남의 장소에는 10시를 전후하여 열네 분의 산우회원들이 모였습니다. 특별히 오늘은 서우석 집사님도 오셨으며, 중등부 시절부터 신앙의 잔뼈를 굵게 해준 우리 교회로 다시 돌아와 성가대원으로 봉사하는 김광영-이경원 부부가 처음으로 참석하여 기쁨을 더해 주셨습니다. 정신문화원 행 버스길은 15분 정도면 됩니다. 버스에서 내리니 김동형 집사님 부부와 더불어 귀여운 강아지가 주인을 따라 나섭니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까만 털에 총명한 눈빛을 가진 독일산 '닥스 훈트' 종이라 합니다. 숏다리로 잰걸음을 바쁘게 내딛은 폼이 무척 바지런해 보입니다. 닥스가 오리고 훈트가 사냥이라면 아마도 오리 사냥용 품종인 듯 싶습니다. 바로 이어지는 오솔길에 접어들자 6월의 싱그러운 森林 향내가 코에 스미고, 이름 모를 새들의 경쾌한 합창소리에 머리가 맑아집니다. 전날 천둥 번개를 동반한 소나기에 초목은 한층 신록을 더하고, 밤꽃香도 진하게 숲을 헤치며 이맘 때 계절을 알려줍니다. 버섯 재배용으로 적당할 통나무를 잇대어 만들어 놓은 조그만 다리를 몇 차례 건너며 가느다란 시냇물을 이쪽 저쪽으로 건너며 숲길은 이어집니다. 외곽 고속도로 밑 지하도를 건너면 바로 경사진 등산로가 나타나고 이 길이 바로 '십자가의 길'입니다. 지난 산행기에 소개한 대로 낯선 이국 땅에서 선교의 사명을 위하다가 26세 꽃다운 나이로 새남터 형장에서 순교한 徐루도비꼬 신부가 은거해 있던 토굴에 이르는 능선까지는 오르막 비탈길이 계속됩니다. 경사도가 궁금할 만큼 제법 숨을 몰아쉬게 하는 이 길은 울창한 나뭇잎으로 덮여 아늑하고 고즈넉한 사색의 분위기를 만들어 줍니다. 맞춤한 자리를 골라 모두 14개의 소박한 나무 십자가를 세워 놓았고, 각십자가에는 예수님께서 사형선고를 받기부터 골고다 언덕을 오르는 고난과 무덤에 묻히시기까지의 마지막 행로를 순서대로 묵상케 하는 글귀가 달려 있습니다. 건강한 몸으로도 헉헉거리며 오르게 되는 이 길에서 예수님의 고난을 묵상하다 보면 새삼 그 고난이 얼마나 컸을까 가슴에 와 닿게 됩니다. 열네 번 째 십자가를 지나면 능선 등허리에 오르게 됩니다. 徐루도비꼬 신부님의 은신 토굴(土窟)은 국사봉 길과는 반대 방향이지만 얼마 떨어져 있지는 않습니다. 모두들 능선 길에 배낭을 모아놓고 토굴을 찾았습니다. 큰 야생 짐승의 잠자리로나 어울릴 듯한 토굴의 광경과 그 곳에 웅크리고서 불온(不穩)한 체포의 순간을 기다렸을 徐신부님의 不安이 140년 세월을 뛰어 넘어 우리에게로 전해지는 것 같습니다. 추영일 장로님께서는 해박한 지식으로 사라센 제국의 유럽 공격과 프랑스에 대한 패배, 그로서 기독교가 살아남아 동방으로의 포교가 이루어짐에 대한 역사를 설명해 주십니다. 등산은 그 자체가 언제나 배움의 場입니다. 다른 등산객 한 팀은 토굴 앞에 버티고 있는 네모난 바위 덩이를 굴려버리자고 공론 중입니다. 은근히 우리도 힘을 보태 주기를 바라는 눈치입니다. 하지만 김동형 집사님을 비롯한 추영일 장로님, 윤상구 장로님, 윤명렬 집사님 생각은 다릅니다. 이 곳도 한 역사의 현장인데 있는 그대로 보존함이 역사의 의미라고요. 발걸음을 되돌려 조동훈 前 대장님이 기다리는 쉼터로 왔습니다. 김경호 권사님은 먹기 좋게 썰어 놓은 수박 그릇을 꺼내어 모두들 맛을 봅니다. 이인희, 황재금 집사님의 상큼한 오이 맛도 좋았거니와 달콤한 수박 맛도 40여분 오르막의 피로를 풀어주어 국사봉(國思峰) 능선길을 한층 수월하게 해주었습니다. 울창한 나뭇잎들은 그늘 터널을 만들어 주어 모자 없이도 햇빛을 피하게 해줍니다. 두 셋이 나란히 걷기엔 비좁은 능선길이지만 교우들의 즐거운 대화는 끊이지 않고, 어느덧 국사봉에 이르게 됩니다. 산행 후 1 시간 20분이 지난 11시 50분, 태양은 머리 위에 있습니다. 김동형 집사님의 새까만 강아지 '까미'는 우연히도 하얀 강아지 한 마리를 만나 서로 킁킁거리며 반가와 합니다. 사진 촬영을 마치고 경사진 내리막길을 지나 능선길은 계속 이어집니다. 띄엄띄엄 세월의 풍상을 겪은 소나무들의 관록에 감탄도 하고, 죽죽 뻗은 나무들이 등산로를 뒤덮고 있는 가운데 西風이 쉼없이 불어 주어 한 여름 산행 같지가 않습니다. 서우석 집사님은 어깨 가방을 비스듬히 메고서 산책이라도 나선 듯 가볍게 발걸음을 떼시며, 날렵한 몸매의 김광영 교우는 그렇다 치더라도 부인 이경원 교우까지도 전혀 힘든 기색이라곤 찾아볼 수 없습니다. 김광영 교우는 학창시절부터 축구 시합을 할라치면 종횡무진 부지런한 모습을 보여주더니, 아직도 그 몸매를 유지하고 있으며 오늘은 골프용 시원한 중절모가 잘 어울립니다. 윤명렬 집사님은 여름 감기에 고생 중이라면서 감기약 기운에 컨디션이 안 좋아 보이지만 'Be the Reds' 빨간 셔츠를 조끼 안에 받쳐입고 마치 월드컵에 나선 태극 전사처럼 전의를 불태웁니다. 여름 사나이(?) 임중규 집사님은 시원한 바람 덕분에 오늘은 한결 여유가 있으며, 김경호 권사님과 이인희 집사님은 숨소리도 내지 않고 쇼핑길에 나선 듯 합니다. 조동훈 대장님께서는 오늘도 앞장서 코스를 리드하시는데 아니 이게 웬일입니까? 바로 한 걸음 뒤에서 황재금 집사가 시종일관 바짝 뒤따르고 있습니다. 여름 장기 산행을 위해 북한산 족두리 바위(젖꼭지 바위)를 한달 가까이 매일 맹훈련이라더니 역시 체력훈련 효과가 나타나나 봅니다. 히딩크 감독의 '선 체력, 후 전술' 이 산에서도 역시 통하는군요. 적당히 시장기를 느낄 무렵, 우거진 숲 그늘 밑에 아늑한 자리를 잡습니다. 커다란 깔판을 두 개나 깔았어도 열네 식구가 둘러앉아 각자의 도시락을 펼치니 모두 어깨를 맞대야 할 정도입니다. 오늘의 식사 기도는 윤상구 장로님이 해주셨습니다. 국민에 봉사하는 인사가 뽑힐 수 있는 오늘 선거에 대한 기원과 산우회의 안녕과 더불어 교우들에 대한 주님의 은혜를 원하는 기도에 모두 "아멘"으로 답합니다. 오늘은 여기 저기서 풋고추, 상추, 오이 등이 식탁을 풍성하게 채웁니다. 단연 윤 장로님 댁에서 직접 기르신 상추가 인기 짱! 가장 먼저 동이 나게 됩니다. 반찬으로 싸오신 동그랑땡은 테두리가 너무 깔끔하여 정갈한 한정식 집 손맛이 묻어 납니다. 양은선 집사님이 손수 만드신 것이라면 종가 댁 맏며느리의 정성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 될 겝니다. 윤 장로님은 이번 '아나바다' 바자회에 그런 부인의 입는 옷까지 싸들고 나오셨고, 부랴부랴 양 집사님이 되찾아 가는 해프닝이 있었다는 김경호 권사님의 말씀도 있고 보니 정말 "회비 내주는 거 외에는 도움이 안 되는 남편"일까요? 자리를 정리하고 망경대 철책을 옆으로 돌아 하산 길에 나섭니다. 몇 걸음 가지 않아 앞장선 회원들이 누군가와 반갑게 인사를 나눕니다. 오르는 도중 추 장로님께서도 동창 분을 만나 안부 인사를 나누었는데 교우 분들이 참 발도 넓구나 하고 가까이 가보니 경기도지사 후보로 나선 손학규 씨 부부가 단출하게 맨몸으로 산을 오르더군요. 오도광 회장님과 추영일 장로님, 윤명렬 집사님과는 고등학교 후배가 될 터이니 서로 아시는 사이겠지요. 선거를 마치고 산을 오르는 후보자 부부. 도지사 선거가 어디 반장선거, 회장 선거에 비하겠습니까. 好, 不好를 떠나서 그분들의 심정이 안쓰러워 보입니다. 입후보로 나선 모든 이들의 현재 마음이야 모두 '盡人事待天命'의 심정이겠지요. 하산 길은 워낙 순탄하여 원골에서 옛골을 지난 분당 쪽 도로변에 도착하고 나서도 벌써 산행이 끝났나 의아해집니다. 여름 해는 아직도 따갑게 위력을 발휘하는데 도저히 집으로 발걸음을 향할 수는 없는 일. 옛골에 자리잡은 그늘진 마당이 있는 집에 들어 찬 음료로 오늘의 이야기를 마무리합니다. 오늘의 淸溪山(淸凉山) 산행은 산 이름에 어울리게 청량한 바람과 시원한 나무 그늘과 싱그런 공기를 몸으로 느낀 산행이었습니다. 모두들 아름다움과 풍성한 기쁨을 누리게 해주신 하나님의 크신 은혜를 마음으로 가득 채운 즐거운 산행이었다고 異口同聲으로 얘기합니다. 자연스레 7월 산행 계획이 화두로 등장하고 마음은 벌써 기대감에 들뜨게 됩니다. 61.74.110.186 Flyingrock: 감기약 독합니다.등산길은 고행 그자체를 느끼게합니다.경사도는 왜그리 급한지!그러나 안동의 등산회는 즐겁고 무언가의 얻음이 있읍니다.영원하기를 기원합니다.모두모두 좋은 친구입니다. [06/17-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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