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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대 선량(選良)을 뽑는 총선일인 4월 15일, 안동산우회는 봄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북한산으로 봄맞이 산행을 나섰습니다. 과연 북한산의 봄은 우리의 기대를 저버리기는커녕, 기다렸다는 듯이 한껏 준비한 모습으로 우리의 눈과 가슴을 설레게 해주었습니다. 일찌감치 투표를 마치고 우이동 6번 버스 종점에 이르니, 저보다 부지런한 산우회원들이 둥그렇게 모여 계십니다. 조동훈 대장님, 오도광 회장님, 권원중 대장님, 추영일 장로님, 윤명렬 집사님, 김동형 집사님, 박정음 장로님, 저와 황재금 집사까지 벌써 아홉 분입니다. 인사를 마치자 투표하였냐는 질문을 시작으로 자연스레 정치 쪽으로 화제가 이어집니다.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 정국의 후(後)폭풍이 전 국민에게 밀어닥치고 있는 작금의 상황으로 볼 때, 여느 때보다 정치와 총선에 대해 할 말들이 많을 때입니다. 거야(巨野) 세력의 집단적인 힘에 실망하고 분노한 많은 국민들이 여기저기서 집단적인 힘으로 탄핵 반대를 부르짖는 한편, 국정책임자의 미숙한 국정운영과 경박한 말실수 등에 대한 당연한 심판이라는 상반된 국민들의 여론이 혼재되고 있어, 한 가족 간에도 지지 후보와 지지 정당이 과거 어느 때보다 다를 때입니다. 흔히 여럿이 모인 자리에서 정치와 종교는 공통된 화제로 기피해야 할 화두라고 합니다만 오늘이야 누구에게나 관심의 1순위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오고 계시다는 김용원 장로님과 김광영 집사님을 기다리는 사이 많은 등산객들이 떠나고 모이고 합니다. 어떤 이들은 도선사까지 셔틀버스를 이용하기도 하는 모양인데 버스 앞에 선 한 사나이가 소리소리 지르며 그런 등산객들을 나무랍니다. "이 버스는 신도들을 위한 차란 말이에요, 제발 등산객들은 걸어서 올라가야 된다구요, 제발 내려오세요!" 말인즉 당연하지만 말하는 태도나 강도(强度)로 볼 때 정상인에서 조금 빗겨간 듯 합니다. 물론 부처님에 대한 돈독한 신심(信心)도 보여주지 못하지요. 차라리 구파발 쪽 원효봉 밑 사찰에서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오가는 등산객들에게 따스한 차 한 잔을 권해주는 보살님들이 훨씬 아름다운 불심을 보여주십니다. 공기 나쁜 버스 종점에서 모두가 기다릴 필요는 없겠기에 먼저들 출발하시고 나니 바로 김 장로님이 나타나시고, 김광영 집사님이야 금방 따라올 수 있는 분이라 우리 둘도 자리를 떠나려는데 바로 뒤에 김 집사님이 날렵하게 모습을 나타냅니다. 한 때 고향산천이란 이름만으로도 장안에 명성을 날렸던 고급음식점은 지금은 할렐루야 기도원에서 매입하여 치매나 불치 환자들을 돌보는 요양원과 기도원으로 변하였고, 그 변신이 너무도 격이 달라 지날 때마다 딱히 뭐라 말할 수 없는 기분이 들곤 하는 곳입니다. 하지만 오늘 이 곳은 '이것이 봄이다' 라는 것을 웅변하고 있습니다. 다른 곳에선 벌써 꽃을 다 떨군 목련이 이 곳은 흐드러지게 피어 있고, 벚꽃도 가지마다 온통 매달려 화사함을 뽐냅니다. 햇살이 가득한 이 곳이 어떤 이유로 봄꽃이 늦을까요? 골에서 내려온 겨울 찬 기운이 봄을 늦게 했는지, 마치 늦은 상춘객을 맞는 봄의 배려인 것 같습니다. 우리 어머니는 꽃이 너무 꽉 차게 피어있어도 덜 아름답다 하고, 김광영 집사님은 목련꽃 색은 슬픈 흰색이라고 시적으로 표현하는데, 글쎄요 여백의 미, 사연(事緣)의 색을 말하는 건지는 모르겠으나 양쪽 산 사면(斜面)을 가득 채운 봄 빛깔에 혼이 빼앗긴들 그다지 탓할 수 없을 정도로 정말 아름다운 봄의 색이요, 조용한 교향곡을 듣는 것 같습니다. 10시 40분, 소귀천 매표소를 지나 잠시 오솔길을 밟고, 주위를 둘러보고 나서 밧줄로 막아 놓은 출입금지 라인을 우회하여 진달래 길로 오릅니다. 오늘 같은 봄날, 우이동 들머리에선 '진달래 능선'이 가장 선호도가 높은 등산코스이지만, 안동산우회는 베테랑 조 대장님과 오 회장님이 계신 터라 남들이 잘 모르는 좋은 코스를 맛보는 행운을 얻을 수 있지요. 이름 붙여 '숨은 진달래 능선' 오 회장님 작품입니다. 조 대장님은 구파발 쪽 숨은벽 코스를 '알프스 능선'이라 부르시는데 두 분 모두 풍류를 아시는 분이요, 두 이름 모두 멋들어진 이름입니다. 열병! 군대에서의 열병은 그 빈틈없는 획일성과 규율성, 극에 달한 긴장감으로 눈동자 굴리는 소리도 들릴 만큼 엄격한 의식입니다. 하지만 숨은 진달래 능선을 오르며 진달래꽃의 열병식을 경험해 보셨는지요? 굳이 식(式)이라는 단어를 부치면 오히려 봄에 대한 모독이 되겠군요. 자연스레 조화되며 서로 재거나 뽐내지 아니하며 정겨운 이웃처럼 서로의 팔을 끼며 소곤소곤 봄의 얘기를 나누며 서있는 진달래꽃 터널을 천천히 오르는 능선 길. 꽃은 연한 분홍색으로 수줍고, 꽃잎은 A4 용지처럼 매끈하여 매정스럽지 않고, 젖었다 마른 화선지처럼 자연스레 펴져 있습니다. 갓 오른 이파리는 연한 초록빛 물기를 머금고 조신하게 매달려 있습니다. 권원중 대장님은 '보성 차밭'을 보는 것 같다고 하십니다. 정말 새로 돋은 차이파리라 해도 곧이 들립니다. 봄은 정녕 연한 색으로 옵니다. 결코 화려하지도, 거칠지도 않게 부드럽게 그리고 다소곳이 오는 것이 봄인가 봅니다. 두어 차례 쉼터에선 오이조각도 나누고, 방울토마토도 몇 알씩 맛보며 여유를 즐깁니다. 마음도 활짝 열려 봄기운을 마음껏 들이킵니다. 나뭇가지 밖 하늘은 부옇게 보입니다. 이럴 때의 파란 하늘은 봄 하늘이 아니지요. 파란 하늘은 가을 단풍 배경으로 계절을 기다리고 있어야 할겁니다. 앞장서 가시던 조 대장님이 성벽 밑 깔딱 오르막 밑에서 우릴 기다리고 계십니다. 직진하면 숨 깨나 차오를 고바위 코스이기에 살짝 옆으로 빠져 길을 줄일 수 있는 샛길로 안내하기 위해서지요. 어렵지 않게 막바지 성벽을 올라 아늑한 곳에 점심자리를 잡습니다. 우리 자리에서 조금 아래 떨어진 곳에는 부부 한 쌍이 적당한 나무를 골라 그물 침대 두 개를 걸어 놓았습니다. 식사 후 망중한을 즐기려나 봅니다. 12시 정각, 김용원 장로님께서 식사기도를 해 주십니다. 나라를 위해 힘쓸 국회의원이 나올 수 있도록 기원하고, 아름다운 자연을 주심에 감사하며 하산까지 무사한 산행을 빌며 감사기도를 드렸습니다. 각자 펼친 도시락은 박정음 장로님의 김밥, 아침에 놓고 나온 도시락을 김동형 집사님께서 대신 배달해오신 오 회장님의 보온도시락, 권 대장님의 땅콩버터 샌드위치, 이인희 집사님께서 손수 말려 튀기셨다는 고추 튀김, 김광영 집사님의 상치 깻잎 오이지와 데친 두릅, 황재금 집사의 데친 물오징어와 두릅 그리고 명란젓 창란젓 쑥개떡… 오늘도 소식(小食)은 어렵겠습니다. 예상과 달리 홍일점(紅一點)이 되버린 황 집사의 두릅과 초고추장이 맛있다 평가를 받습니다. 요즈음 TV 프로그램에 '맛 대 맛' 대결이 있던데, 김광영 집사님도 두릅을 가져오셨지만 이경원 집사님이 불참하시어 황 집사 두릅이 칭찬받게 되었을 것입니다. 이것저것 여러 가정의 음식 맛을 즐기며 식사를 마치자, 한참 시간이 남았음에도 주섬주섬 배낭들을 챙기십니다. 한 분이 아침에 투표를 못하고 오셨다는 얘기에 윤명렬 집사님께선 빨리 가서 투표해야 한다고 보채셨는데 이심전심 마음이 통했을까요? 동장대를 거쳐 대동문까지 바로 내닫습니다. 대동문이 가까워지자 요들송이 크게 들립니다. 프로다운 노래에 누군가 음악을 틀어놓았나 했습니다. 이윽고 대동문에 이르니 대동문 누각에 오르는 돌층계에 스무명 가까운 사람들이 앉고 서서 한 목소리로 요들송을 부르더군요. 층계 아래선 세 사람이 악보판을 세워놓고 기타와 우크레라(?)로 반주를 하며 같이 노래합니다. 요들 동호회 회원들이 산행에 나선 듯 보입니다. 평소 동호 모임을 통해 연습을 많이 하신 듯 보통 솜씨가 넘고, 등산객들은 빙 둘러서서 한 곡이 끝날 때마다 박수를 치며 동참합니다. 참 보기 좋은 모습입니다. 잠시 스위스의 봄 알프스에 온 듯한 착각에 빠져봅니다. '숨은 진달래 능선'에 올라 정규 '진달래 능선'으로 내려오는 길, 역시 사람들로 붐비며 봄 가뭄에 고운 먼지가 날립니다. 그래도 진달래 능선이 허명(虛名)은 아니지요. 숨은 진달래에 흠뻑 취한 터라 새삼 다정한 눈길을 많이 주진 못했어도 역시 고운 자태로 얌전히 줄지어 서서 등산객을 반겨줍니다. 소귀천 샘터 위엔 지난 겨울 눈 녹은 맑은 물이 계곡을 타고 흐릅니다. 손을 담그니 적당히 찬 기운에 시원함이 전해집니다. 얼굴도 씻고 바지 가랭이 먼지도 털고 산 피로를 씻어냅니다. 윤명렬 집사님은 양말까지 벗고 때이른 탁족(濯足)을 즐깁니다. 떨어진 거리에서 바라보니 풍채좋고 혈색 젊은 선인(仙人)의 모습입니다. 소귀천 계곡을 벗어나 기도원 터에 이르자 열두폭 병풍(屛風)에 그린 것처럼 봄 경치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집니다. 오를 때 한 곳 한 곳의 아름다움에 반했다면, 여기선 전체가 조망되어 가히 봄의 주인이 된 듯 싶습니다. 김용원 장로님은 사진기를 꺼내 그 경치에 우릴 담아 주십니다. 사진 속에 찍힐 우리처럼 자연의 일부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한낮의 햇살이 만만치 않아 자연스레 간이매점에서 아이스케익 한 개씩을 손에 쥡니다. 막대기를 들고 베어물고 빨아먹는 시원한 빙과 맛. 경로우대증이 있고 정년퇴직을 했고 머리칼이 허여면 어떻습니까? 어차피 오늘 우리는 봄 향기에 취한 우물가 처녀요, 봄꽃에 반한 떠꺼머리 총각으로 되돌아가 마냥 들뜬 춘심(春心)의 젊은이 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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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100주년기념가족사진찍으세요!!! 안동교회 2009.04.08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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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100주년 사진전 윤석구 2009.04.11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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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06 안동 가족 한마음 축제 동영상 윤석구 2006.10.23 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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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 제사는 주님을 공경하는 행위입니다 시몬 2006.10.08 8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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