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복음 본문에서 예수님이 말씀하시기를 “백합꽃이 어떻게 자라는지를 생각해 보아라. 수고도 하지 아니하고, 길쌈도 하지 않는다. 그러나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자기의 온갖 영화로 차려 입은 솔로몬도 이 꽃 하나만큼 차려 입지 못하였다.”고 하셨습니다. 이 말씀은 우리가 이 땅에서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입을까’를 염려하지 말라는 말씀 가운데 하나로 하신 것입니다.
“온갖 영화로 차려 입은 솔로몬도 이 꽃 하나만큼 차려 입지 못하였다”는 말씀은 솔로몬 왕권이 이룩한 온갖 영화에 대한 예수님의 냉소적인 비판입니다. 솔로몬의 영화는 이스라엘을 부강한 왕국으로 끌어올린 그의 정치력을 상징합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한 마디로 그 영화가 들에 피는 백합화의 영화만도 못하다고 하심으로 인간이 이룩한 왕국의 영화란 보잘 것 없는 것임을 지적하셨습니다. 따라서 인간의 궁극목표는 왕국의 부강을 추구하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나라와 그 의를 구하는 데 있음을 교훈하셨습니다.솔로몬이 그렇게 애써 이룩한 영화가 들에 잠시 피었다 지는 백합화의 영화보다 못하다니 정말 놀라운 일이 아닙니까? 우리의 선교적 과제란 영을 상실한 인간 속에 영을 찾게 하는 일이요, 정의와 진리를 잃어버린 정치에 그것들을 되찾아 주는 일이며, 이 역사의 궁극적 목표가 하느님 나라에 있음을 알지 못하는 현대인에게 그것을 깨우쳐 주는 일입니다. 자연을 보고 역사를 보면서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은 왜 솔로몬의 영화가 백합화의 것보다 못한지를 깨닫게 됩니다. 재난을 당하고서야 뒤늦게 후회하고 야비한 권력의 폭력성에 눈뜨게 되는 우리의 무뎌진 영적 감각을 되살리려면 여유를 가지고 들에 피는 백합화의 신비를 보면서 생각하는 그리스도인들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