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001년 10월 7일 감사절
여섯째주일> 은혜 위에 은혜 |
|
시 편 103: 8-14 |
|
요한복음 1:14-18 |
요한복음은 "예수가 그리스도요 하느님의 아들이심을 믿게 하고, 또 그렇게 믿어서 그의 이름으로 생명을 얻게 하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2천년 전 유대 땅에 태어나신 예수는 단순한 인간이 아니라 그리스도요 하느님의 아들이시라는 것을 강조하는 까닭이 무엇일까요? 그렇게 믿어야 하는 까닭은 생명을 얻기 위해서라고 하였습니다. 그러면 예수님이 하느님의 아들이신 것과 우리가 생명을 얻는 것은 무슨 관계가 있는 것일까요? 오늘 읽어 드린 요한복음 1장 14절에 보면, "말씀이 육신이 되어 우리 가운데 사셨다. 우리는 그의 영광을 보았다. 그 영광은 아버지께서 주신 독생자의 영광이며, 그 안에는 은혜와 진리가 충만하였다"고 하였습니다. 이 말씀을 거꾸로 읽으면, 팔레스타인 지역에 오셔서 활동하신 예수는 보통 사람이 아니고 원래 '말씀'이셨고, 하느님의 외아들로서 그 안에 은혜와 진리가 충만한 분이라는 뜻입니다. 사실 믿지 않는 사람들은 2천년 전 유대 땅에 나셔서 33년 간 활동하시다 가신 예수를 위대한 종교적 천재로 아주 훌륭한 많은 교훈을 남겼다는 정도로 생각을 합니다. 세상 사람들이 예수를 4대 성인 중 한 사람으로 석가나 공자 혹은 마호메트와 같은 반열에 오르는 뛰어난 종교창시자로 생각하고 학교 역사 시간에서도 그렇게 배웁니다. 사람들이 아무리 예수를 4대 성인으로 추앙한다 하더라도 그가 사람이라는 사실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결국 그가 가르친 모든 종교적 교훈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는 것들입니다. 다른 종교들은 위대한 각성자(覺醒者)에 의해서 도를 깨우치면서 형성된 것이라면, 기독교는 처음부터 어떤 위대한 인간의 깨우침에 의해 진리를 발견한 것이 아니라, 아예 진리의 근원인 하느님으로부터 직접 그 아들이 이 땅에 오셔서 그 진리를 우리에게 주셨고, 생명을 주셨다고 가르칩니다. 다른 종교들은 땅에서 태어난 인간의 깨우침에 의해 진리를 발견한 것이라면, 기독교는 진리가 인간을 찾아와 진리 가운데로 인도하므로 이룩된 종교입니다. 그러므로 기독교의 핵심은 예수가 하느님의 아들이심을 믿는 것입니다. 그 믿음이 없으면 기독교는 무너지고 맙니다. 요한복음을 기록한 저자는 바로 이 점에 주목하면서 예수가 그리스도요, 하느님의 아들이심을 믿게 하려고 온 정성을 다 기울여 그의 복음서를 기록하였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예수를 하느님의 아들로 믿는 순간 구원에 이르며, 영원한 생명의 세계에 들어가게 됩니다. 우리가 영생을 체험적으로 느끼지 못한다 할지라도 우리는 이미 그 세계 안에 있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찾은 것이 아니라 하느님 편에서 우리를 구원하시고 우리에게 하늘의 생명을 허락하셨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것을 은혜라고 말합니다. 우리가 아무것도 한 것이 없이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되었으므로 은혜가 아닐 수 없습니다. 하느님 편에서 기독교는 처음부터 스스로 발견한 진리에 근거하여 세워진 것이 아니라 천지를 창조하신 하느님께서 인간을 찾아오시고 자신을 나타내시며 인간에게 내려주신 율법과 보내신 독생자를 통하여 나타내신 진리에 근거하여 세워졌습니다. 창세기 12장에 나오는 아브라함의 이야기에서 보는 것처럼, 아브라함이 하느님을 찾기 위하여 도를 닦다가 드디어 하느님을 만난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하느님께서 아브라함을 찾아오셔서 그를 부르시고 그에게 복을 주시며, 미래의 약속을 주셨습니다. 아브라함의 일생은 진리를 찾아 헤맨 것이 아니라 이미 주어진 하느님의 약속을 기다리는 생애였습니다. 그 아들 이삭이나 야곱이나 마찬가지로 아브라함이 받은 약속을 함께 기다린 생애였고, 그에게서 태어난 열 두 아들과 그 자손들로 이루어진 이스라엘 민족의 역사는 바로 약속을 기다리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야곱의 후손들이 이집트에서 4백 년 동안 고난 당하였을 때 그들의 부르짖음을 들으시고 하느님께서 친히 모세를 찾아오셨고, 모세를 보내어 그 백성을 구원하셨습니다. 그리고 시내산에서 율법을 주셨고, 그 백성과 계약을 맺어 이스라엘을 하느님의 백성으로 삼으셨습니다. 이스라엘 자손들이 율법을 절대시한 것은 바로 하느님께서 직접 그들에게 주신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그 후 예언자들을 통하여 하느님의 뜻이 이스라엘 자손들에게 전달되었고, 그들은 예언자들을 통하여 주신 약속들을 기다렸습니다. 특히 메시야가 오실 것이라는 예언을 따라 오랫동안 메시야를 기다렸습니다. 메시야가 오시면 그와 함께 하느님의 약속이 성취되면서 구원의 역사, 생명의 역사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이와 같이 구약성경의 역사는 진리를 알지 못해 찾아 헤맨 역사가 아니라 일찍 하느님께서 주신 약속, 즉 구원이 성취되기를 기다린 역사였습니다. 비유컨대, 어디로 가야할지 몰라 길을 찾아 헤맨 역사가 아니라 목적지가 어딘지 분명하게 밝혀진 상태에서 그 길을 꾸준히 걸어온 역사라고 하겠습니다. 신약성경은 이렇게 기다리던 하느님의 약속이 이루어져 그의 아들이 이 땅에 오셨고, 그를 통하여 구원이 성취되었으며, 영원한 생명이 우리 속에 들어왔으며, 하느님의 나라가 이 땅에 실현되었음을 증언하고 있습니다. 나사렛 청년 예수가 바로 그리스도이며, 하느님의 아들로서 하늘의 생명과 진리를 가져오신 분이라고 증언하고 있습니다. 예수님 자신이 공생애를 시작하시면서 처음 하신 말씀이 바로 "회개하라. 천국이 가까웠다"입니다. 예수의 오심이 곧 천국이 이 땅에 실현되는 것임을 뜻합니다. 우리가 예수를 진리라고 말할 때 자칫 그것은 어떤 이념이나 사상을 뜻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진리는 곧 하느님의 나라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느님의 나라란 하느님이 친히 통치하심을 뜻하는 것인데, 그것이 인간의 죄 때문에 막혔다가 이제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뚫리고 이 땅이 하느님의 나라에 편입되었음을 뜻합니다. 이 다음에 하느님의 나라에 가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여기에 하느님의 나라가 이루어졌고, 우리가 그 나라의 국민이 되었습니다. 우리가 예수를 그리스도요, 하느님의 아들로 믿는다고 고백하는 것은 바로 그를 통해서 하늘의 생명이 우리에게 주어지고, 하느님의 은총이 우리에게 부어지며, 하늘의 온갖 신비와 지혜와 풍성한 혜택이 우리에게 허락되었음을 믿는다는 고백입니다. 요한복음은 이런 놀라운 사실을 짤막한 문장 속에 집약하여 표현하였습니다. 말씀이 육신이 되어 우리 가운데 사셨다. 우리는 그의 영광을 보았다. 그 영광은 아버지께서 주신 독생자의 영광이며, 그 안에는 은혜와 진리가 충만하였다. …우리는 모두 그의 충만한 데서 은혜 위에 은혜를 받았다 생명이 시들어 죽어가던 땅에 생명의 근원이신 하느님이 직접 오셨고 그의 나라가 이 땅에 선포되므로, 죽을 수밖에 없었던 모든 생명이 구원을 얻게 되었으니 은혜 위에 은혜가 아닐 수 없습니다. 비유컨대 외부로부터 완전히 단절된 작은 섬에 흉년까지 겹쳐 사람들이 모두 굶어죽을 수밖에 없었던 곳에 어느 날 갑자기 큰 나라의 사신이 찾아와 저들에게 필요한 양식을 공급할 뿐 아니라 큰 나라 국민들이 누리는 모든 혜택을 누리게 해 준 것과 같다고 하겠습니다. 하느님의 아들이신 증거 그러나 예수님 당시의 유대인들은 그가 하느님의 아들이심과 메시야가 되심을 믿지 못하였습니다. 그들의 눈에는 그저 귀신 들렸거나 미친 사람으로 보였습니다. 예수님은 이런 믿지 못하는 유대인들을 향하여 믿음을 갖게 하시려고 많이 노력하셨습니다. 그가 행하신 이적들이 바로 그가 하느님의 아들이심을 나타내는 증거였습니다. 예수님의 기적은 대체로 세 가지 부류인데, 첫째는 자연 이적, 둘째는 귀신을 쫓아내신 기적, 셋째는 치료 이적입니다. 자연 이적이나 치료 이적을 통해서 예수님은 이 땅을 지배하던 사탄이 쫓겨나고 하느님의 나라가 이루어지고 있음을 나타내셨습니다. 특히 귀신을 쫓아내신 것은 하느님의 나라가 오고 있다는 예수님의 선포에 대한 증명이요 성취였습니다. 다음으로, 예수님께서 행하신 기적은 귀신을 쫓아내고 바다를 잔잔케 하신 것에 그치지 않고 한 걸음 더 나아가 풍성한 하느님의 나라를 실현시키셨습니다. 다시 말해서 하느님의 나라는 고통과 억압에서의 해방일 뿐만 아니라, 풍성한 생명이 약동하고 부족함이 없는 세계임을 보여주셨습니다. 그런 사실을 증언해 주는 것이 바로 오병이어(五餠二漁) 의 기적입니다. 떡 몇 조각으로 상상을 초월하는 많은 무리들을 먹이신 이 기적 속에는 하느님 나라의 회복된 풍요함의 증거가 숨어 있습니다. 이 기적 속에는 하느님 나라의 실제적인 성격이 분명하게 나타나 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이 기적 속에서 인간을 배고픔으로 몰아넣는 사탄의 세력에 대한 예수님의 승리를 보기 때문입니다. 요한복음은 이 오병이어 기적과 관련하여 생명의 떡에 대한 예수님의 긴 교훈을 기록하여 놓았습니다. 다시 말해서 오병이어 기적은 단순히 먹을 것 해결해 주는 차원이 아니라 영생하도록 있는 생명의 양식을 주시려는 것임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즉 이 기적을 통하여 하느님의 나라가 오고 있음을 분명하게 증거하신 것입니다. 그러나 들을 귀가 없었던 유대인들과 그 지도자들이 이런 예수를 미쳤다고 보고 그를 십자가에 못박아 버렸습니다. 유대인들은 그들이 바라던 영원한 생명, 하늘 나라의 풍성한 은혜를 가져오신 하느님의 아들을 믿지 못하고 십자가에 못박아 버렸습니다. 유대인들이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박았지만, 그것은 결정적으로 하늘과 땅을 통합시키는 큰 희생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부활되시어 하늘에 오르시어 하느님 보좌 우편에 앉으시므로, 하느님의 아들이심을 나타내셨고, 동시에 하느님의 통치에서 제외되었던 이 땅이 다시 편입되어 새로운 생명의 역사가 시작되게 하셨습니다. 뿐만 아니라, 성령께서 친히 임재하시어 예수님이 그리스도시오, 하느님의 아들이심을 증거하셨고, 많은 사람들의 눈과 귀를 뜨게 하여 예수를 그리스도로 믿게 하고, 이 땅이 하느님의 통치 아래 놓이게 되었음을 믿게 하셨습니다. 성령께서 오순절 다락방에 임재하신 이후 오늘까지 우리 가운데서 역사하시므로 이 세계가 하느님의 통치 아래 있음을 일깨워주고 계십니다. 성령께서는 사도들과 그의 교회들로 하여금 이 복음을 널리 전하게 하셔서 세계로 하여금 하느님의 통치를 받아드리며 기뻐하며 영광을 돌리게 하셨습니다. 그러나 유대인들이 예수를 믿지 않은 것처럼, 오늘날에도 많은 사람들이 예수를 믿지 못하므로, 하느님의 나라를 인정하지 않으며, 오늘 이 땅에 충만한 생명의 기쁨을 맛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느님은 우리에게 믿음을 주셔서 예수를 그리스도요 하느님의 아들이심을 고백하게 하셨기에 그에게 감사와 찬양을 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오늘날 하느님의 놀라운 은총의 역사가 이 땅 위에 이루어지고 있으며, 그의 만유를 구원하시려는 뜻이 꺾이지 않고 그대로 실현되어 가고 있음을 깨닫고 믿게 하셨음을 인하여 주님께 영광을 돌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오늘의 세계가 요동하고 뒤끓는다 하더라도 우리는 그 때문에 하느님의 통치가 흔들린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마침내는 이 땅 모두가 구원함을 받아 새 하늘과 새 땅의 역사가 이루어질 것을 믿고 힘차게 오늘도 하느님 아버지께 영광과 찬양을 드리는 것입니다. 우리는 시편 103편의 노래처럼 하느님의 자비와 은총을 믿기에 낙심하지 않고 하느님을 찬양합니다. 주님은 자비롭고,
은혜로우시며, 노하기를 더디하시며, 사랑이 그지없으시다.
두고두고 꾸짖지 않으시며, 노를 영원히 품지 않으신다. 우리
죄를, 지은 그대로 갚지 않으시고 우리 잘못을, 저지른 그대로
갚지 않으신다. 하늘이 땅에서 높음같이, 주님을 두려워하는
사람에게는, 그 사랑도 크시다. 동이 서에서부터 먼 것처럼,
우리의 허물을 우리에게서 멀리 치우시며, 부모가 자식을 긍휼히
여기듯이, 주께서는 주님을 두려워하는 사람을 긍휼히 여기신다.
시 103:8-13 사랑하는 여러분, 예수님은 하느님의 아들로 우리의 생명을 풍성하게 하시려고 하늘을 이 땅에 가져오셨고, 그 하늘의 충만함에서 여러분에게 영원한 생명이 허락되었고, 온갖 신령한 은혜가 여러분에게 넘치게 되었습니다. 천지를 창조하신 하느님의 통치에서 떨어져 나오므로 시들어가던 이 땅의 생명들이 다시 하느님의 통치 밑에 들어가므로 자유와 기쁨과 평화와 풍성함을 누리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여러분에게 주어진 "은혜 위에 은혜"입니다. 이 가을은 감사의 계절입니다. 우리에게 부어주신 충만한 은혜를 기억하고 주님께 감사를 드립시다. 우리에게 허락된 영원한 생명을 기뻐하며 하느님께 영광을 돌립시다. 우리는 불안하기 그지없는 이 땅의 백성이 아니라 전능하신 하느님의 통치 아래 있는 하늘 나라의 시민임을 기억하고 우리의 모든 불안과 두려움을 떨쳐버리고 하느님의 나라를 힘있게 선포하면서 감사의 찬송을 주님께 드립시다. 이제 다시 한 번 은혜 위에 은혜를 더하신 하느님의 큰사랑을 감사하면서 온 마음과 정성을 바쳐 주님께 영광을 돌리는 여러분의 생활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