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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3월 4일 사순절 첫째주일>
그리스도의 몸을 세우려 스바냐서 3: 9-13 |
교회 창립 92주년을 맞이하면서 먼저 하나님께 감사를 드리고, 이 교회를 통하여 하나님의 나라를 위하여 봉사하시는 여러분 모두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한 지역의 작은 교회이지만, 지난 92년 동안 하나님의 나라를 세우기 위하여 나름대로 일하게 하신 하나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한 지역의 교회임과 동시에 그 시대적 상황과 불가분리의 관계 속에서 그 역할을 감당해 온 안동교회는 교회 자체를 위한 교회로서가 아니라 오직 하나님의 나라를 위한 교회로 우뚝 서는 것을 목표로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우리가 창립기념주일을 맞이하면서 항상 다짐해야 할 것은, 교회성장주의가 내세우는 자기 교회 성장과 확장이 우리의 목적이 아니라, 만유의 아버지 하나님께서 이루시는 하나의 통일된 세계 즉 하나님의 나라를 세우는 일에 협력하여 그 나라에 들어가 영원한 생명에 참여하는 것이 우리의 목적이라는 사실입니다. 눈에 보이는 작은 지역교회 자체를 세우는 것이 우리의 목적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그리스도의 몸을 세우는 것이 우리의 목적임을 항상 분명하게 인식해야 합니다. 안동교회가 이곳에 왜 세워졌는지를 분명하게 인식할 때 우리는 올바로 이 시대에 주어진 우리의 사명을 온전히 감당해 갈 수 있을 것입니다. 만물을 충만하게 하신 그리스도 에베소서 4장 1절에서 6절까지의 말씀을 가지고 작년 9월 3일 주일에 "만유의 아버지"란 제목으로 설교한 적이 있습니다. 사도 바울은 "성령의 하나되게 하신 것을 힘써 지키라"고 권면하면서 "몸도 하나요, 성령도 하나요, 주님도 하나요, 믿음도 하나요, 세례도 하나요, 하나님도 한 분"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하나님이 바로 만유의 아버지이심을 강조하였습니다. 따라서 여기서 성령의 하나되게 하심은 단순히 지역 교회를 이루는 작은 공동체 안에서 하나되라는 교훈에 머물지 않고 크게 만유의 아버지 안에서 그 만유를 통일하시고 하나되게 하시는 하나님의 사역에 협력하라는 뜻입니다. 몸도, 성령도, 주님도, 믿음도, 세례도, 하나님도 모두 하나라고 한 것은 하나님의 나라 안에서 만유가 하나되었음을 뜻합니다. 그러므로 성령의 하나되게 하심은 바로 만유를 하나되게 하여 하나님의 나라를 세우는 일이고, 우리는 그 일을 힘써 협력하고 돕도록 부름을 받았습니다. 7절 이하에서 사도 바울은 그 일을 위해서 그리스도께서 각 사람에게 은혜를 주셔서 어떤 사람은 사도로, 어떤 사람은 예언자로, 어떤 사람은 복음 전하는 자로, 어떤 사람은 목사와 교사로 삼으셨다고 하였습니다. 그리스도께서 우리에게 이런 직분을 주심은 만물을 충만하게 하려 하시는 그리스도의 사역을 돕기 위해서라고 하였습니다. 그리스도께서는 만물을 충만하게 하시려고 땅 아래로 내려 오셨다가 다시 하늘 위에 오르셨습니다. 다시 말해서 하나님의 아들이신 그리스도께서 만물을 충만하게 하시기 위해서 육신을 입고 이 땅에 내려오셔서 고난을 당하셨고, 다시 하늘 위로 올라가셔서 하늘과 땅을 모두 하나로 통일하시고 그의 생명으로 충만하게 하셨다는 말입니다. 인간의 죄로 말미암아 분열되고 단절되었던 관계가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통하여 하나가 되고 충만하게 되었다는 말입니다. 그리스도께서 충만하게 하셨다는 것은, 빈 통에 가득 차게 물을 붓듯이 생명을 잃어버려 죽음에 이르렀던 인간을 비롯한 만물 속에 그리스도의 영원한 생명을 가득하게 부어주셨음을 뜻합니다. 따라서 이제 모든 만물이 그리스도의 영원한 생명을 나누어 받고 그 생명 안에서 하나가 되었습니다. 그리스도의 영원한 생명 안에서 하나님과 인간, 인간과 인간, 그리고 인간과 만물 사이에 가로 막혀 있던 모든 장벽이 철거되어 완전히 통일된 하나의 생명의 세계를 이루게 되었습니다. 그리스도의 몸인 우주적 교회 그러나 과거에 분쟁하며 나뉘어 있던 만물이 완전하게 하나로 통합된 것은 아닙니다. 장벽은 없어졌지만 사람들은 아직도 그 마음의 장벽들을 헐어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독일이 통일된 지 십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그들의 마음은 하나 되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마찬가지로 그리스도를 통하여 분단되었던 세계가 하나로 통합되었지만, 아직 완성된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이 마음들을 하나로 묶는 역할을 성령께서 하시고 교회가 그 일을 협력하게 하셨습니다. 즉 교회의 여러 일군들을 세우시는 것은 모든 사람들을 하나님의 나라로 끌어 들여 하나되게 하시기 위함입니다. 나뉘어진 마음들을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화해하게 하시고 하나되게 하시기 위하여 우리를 그의 일군으로 부르셨고, 이 교회를 세우셨습니다. 에베소서 4장 12절 말씀에 "그것은 성도들을 준비시켜 봉사의 일을 하게 하고, 그리스도의 몸을 세우게 하시려는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여기서 그리스도의 몸은 우주적 교회를 말합니다. 그리스도를 머리로 하는 큰 하나의 교회 즉 하나님의 나라를 말합니다. 따라서 사도 바울은 단순히 에베소 교회만을 생각하며 이 편지를 쓴 것이 아니라 에베소 교인들로 하여금 만물을 충만하게 하시는 그리스도의 몸인 우주적 교회를 세우는 일에 협력하라고 권면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교회를 우주적인 하나의 교회로 보기보다는 내가 다니는 이 작은 교회로 생각하고 있는데 문제가 있습니다. 그리스도의 몸으로서의 교회는 결코 이 작은 지역교회가 아닙니다. 눈에 보이는 이 교회는 전체 몸의 지극히 작은 부분에 불과합니다. 우리 몸을 이루고 있는 하나의 세포에 비유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세포는 우리 몸을 구성하고 있지만, 세포만 떼어서 우리의 몸이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교회라고 할 때 언제나 그리스도를 머리로 하는 우주적 교회를 생각해야 합니다. 그러므로 우리의 역할은 이 작은 교회 하나 세우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속하여 있는 그리스도의 몸 즉 우주적 교회를 세우는데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오늘 한국 교회들의 문제는 바로 자기 교회만을 그리스도의 몸으로 착각하고 있는데 문제가 있습니다. 그래서 자기 교회 성장과 확장에 혈안이 되어 이를 위해서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습니다. 큰 교회는 큰 교회로서 역할이 있고, 작은 교회들은 그 나름대로의 역할이 있음을 인식하고 함께 힘을 모아 그리스도의 몸을 세우가야 할텐데, 자기 교회 성장이 곧 그리스도의 몸을 이룬 것이라고 착각하고 전혀 협력하지 않으며, 자기 왕국을 만들고 그것만을 지키려 하기 때문에 교회가 타락하고 문제에 휘말리게 됩니다. 한국 교회가 개혁되려면 이 개교회주의를 탈피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합니다. 눈을 들어 만유를 하나 되게 하시는 하나님의 큰 뜻을 알고 그 뜻에 협력해 가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개교회주의로 인하여 성장한 교회들은 암적 존재로 전락하기 쉽습니다. 전에도 말씀드린 것과 같이 우리 몸을 이루고 있는 세포들이 전체적인 조정과 균형에 의해서 함께 자라고 함께 번식할 때 몸이 전체적으로 건강해지는데, 어떤 특정 세포만이 이런 균형을 무시하고 계속 혼자 번식해 갈 때 그것이 바로 암이 되고, 결국 우리의 몸을 무너뜨리고 말게 됩니다. 그리스도의 몸인 우주적 교회를 전체적으로 보지 못하고 자기 확장만을 계속 하는 교회는 결국 암적 존재로 오히려 그리스도의 몸을 무너뜨리는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여기에 교회성장주의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성장이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닙니다. 그리스도의 몸 전체를 돌아보며 그 뜻에 맞추어 성장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균형 있게 발전하면서 다른 지체들과의 조화를 이루어갈 때 그 성장이 아름다울 수 있습니다. 온전한 사람이 되어 사도 바울은 4장 13절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우리 모두가 하나님의 아들을 믿는 일과 아는 일에 하나가 되고, 온전한 사람이 되어 그리스도의 충만하심의 경지에까지 이르게 됩니다. 여기서 '온전한 사람'은 도덕적 흠이 없이 완벽하게 성결한 사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몸에 연결이 된 상태를 뜻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요한복음 15장 포도나무 비유에서 보듯이 원줄기인 그리스도 안에 우리가 거하고 그의 말씀이 우리 안에 거하면 우리가 온전한 줄기가 되어 많은 열매를 맺을 수 있습니다. 우리의 온전함은 우리 스스로의 힘으로 이루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 안에 있음으로 저절로 이루어지는 온전함입니다. 그의 생명의 풍성함이 우리 안에 부어지므로 우리가 온전해 지는 것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바람 빠진 풍선 같았던 우리의 삶에 그리스도의 영원한 생명이 채워지면 우리는 온전한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우리가 그리스도를 올바로 알고 믿으면 우리가 그리스도 안에 들어가게 되고, 그리스도의 지체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면 그리스도의 온전한 몸을 이루게 되기에 나는 온전한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여기서 온전한 사람이라고 할 때 나 자신만을 생각하면 안 되고 머리이신 그리스도의 온전함을 생각하여야 합니다. 우리는 그리스도를 떠나서는 온전한 사람일 수 없습니다. 우리가 그리스도에게 연결되어 있고 그 안에 있을 때만 온전한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우리가 그리스도 안에서 그의 충만하심의 경지에까지 이르는 것입니다. 그것은 나만을 생각하고, 개교회만을 생각하던 어린 아이의 생각을 버리고, 이제는 그리스도의 몸 전체를 생각하고 만유를 하나로 통일하여 세워진 하나님의 나라 전체를 볼 수 있는 자리에까지 자라가야 함을 뜻합니다. 이렇게 우리의 시야가 넓어지고 우리의 선 자리가 바로 그리스도의 자리일 때 여기에 진정한 교회 성장이 이루어지게 됩니다. 이런 우주적 교회의 성장은 곧 하나님 나라의 성장을 뜻합니다. 우리의 목표는 개교회 성장이 아닙니다. 바로 그리스도의 몸인 우주적 교회의 성장입니다. 그래서 사도 바울은 15절과 16절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우리는 언제나 진리를 따라 진실하게 말하고 행동하고 생활하여 교회의 머리이신 그리스도를 더욱더 닮은 자가 되어야 합니다. 그리스도의 지휘에 따라 온몸이 서로 완전히 어울려서 각 지체는 각기 다른 지체를 도와야 합니다. 그러면 온몸이 건강하게 성장하여 사랑으로 충만하게 될 것입니다. 엡 4:15-16 (현대어성경) 현대어성경 번역으로 인용하였는데, 훨씬 이해가 잘 되도록 번역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교회의 머리이신 그리스도를 더욱더 닮은 자가 되어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그것은 우리도 머리가 있는 자리에 올라가서 몸 전체를 보고 생각하고 조정할 줄 알아야 한다는 뜻이라고 봅니다. 몸 전체를 조정하고 운영하는 머리이신 그리스도를 닮는다는 것은 우리도 자신만을 생각하지 말고 그리스도의 몸 전체를 생각할 줄 아는 자리에 이름을 뜻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동시에 몸 전체를 보시는 그리스도의 뜻을 이해하고 그 뜻을 받아드리라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머리이신 그리스도의 지휘를 따라서 온 몸이 서로 완전히 어울려서 일치를 이루고 통일성을 회복하며 균형을 잡게 되면 그리스도의 몸인 우주적 교회가 건강하게 성장하며 사랑으로 충만하게 될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이것이 바로 교회의 목적이며 사명입니다.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창립 90주년을 넘어선 안동교회는 내 교회만을 생각하였던 지난날의 좁았던 생각과 편협하였던 믿음, 옹졸하였던 마음들을 털어 버리고, 그리스도의 몸인 우주적 교회를 바로 세우기 위해 그리스도께서 주신 은혜를 따라 봉사하는 교회가 되어야 하겠습니다. 어린 아이처럼 자기 만족만을 위해 기도하고 보채는 자리에서 벗어나, 그리스도 안에서 다른 지체들을 함께 돌아보면서 그들과 협력하여 하나님의 나라를 세워 가는 일에 발벗고 나서는 교회가 되어야 하겠습니다. 여러분은 내 교회 소식에만 귀를 기울이지 말고 한국 교회 전체를 보며, 세계 교회를 보며 더 나아가 그리스도의 몸인 우주적 교회를 보도록 힘쓰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그리스도 안에서 모든 사람이 하나가 되었다는 사실을 철저하게 인식하면서 모든 사람을 그리스도 안에서 형제 자매로 만나시기를 바랍니다. 우리 교회가 이렇게 그 생각의 폭을 넓히고 그리스도를 더욱 닮은 자가 되어 그가 보시는 대로 우리도 하나님의 세계를 볼 수 있게 되면, 안동교회도 자연스럽게 성장하고 우주적 교회의 한 지체로서 그 아름다움을 간직하게 될 것입니다. 이제 그리스도의 몸을 세우기 위하여 부름 받은 그리스도의 일군들로서 온전하게 봉사하므로 만유의 아버지께 영광을 돌리는 여러분의 삶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