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받지 아니하려거든 비판하지 말라. 너희가 비판하는 그 비판으로 너희가 비판받을 것이요, 너희가 헤아리는 그 헤아림으로 너희가 헤아림을 당할 것이다.’라는 말씀은 비판적 행위를 다 금지한 것처럼 들리는데, 그것은 적절한 이해가 아닙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금지한 것은 정당한 ‘비판’이 아닙니다. 도리어 신앙 정신의 핵심에는 비판 정신이 있습니다. 예수께서 말씀하신 뜻은 남의 삶 위에 군림하면서 심판자 노릇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곧 남의 삶의 전모를 파악한 듯 그와 그의 삶과 인격에 대해서 최종 판결권을 가진 듯이 굴지 말라는 것입니다. 잘못한 사람이라도 삶을 돌이킬 공간을 주라는 것이지요.
오늘 본문 말씀 속에 자기 잘못을 뉘우치기 거절하는 사람에 대한 태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피해 당사자는 공동체 내의 가해자를 ‘이방인과 세리’처럼 대할 권리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 가해자에게도 돌이킬 사회적, 심리적 공간이 허락되어야 한다는 것이 본문의 뜻입니다. 이것은 마 18장 자기 종들과 셈을 하려는 왕의 비유에서도 강조됩니다. 자신이 은혜를 통해 삶이 가능했다면 그 은혜의 렌즈로 다른 이들을 대우해야 한다는 말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