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제글모음
2009.04.13 11:50

[김창제 글모음 39] 姑息의 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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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年> 1926년 5월


今日 朝鮮人의 處地로서는 미상불 姑息苟安의 生活을 아니할 수도 없는 것은 누구나 다 同感하는 바이다. 아무 計劃이 없고, 理想이 없고, 萬事에 自信없는 그저 그날그날의 生活을 하면서, 所謂 騎虎의 勢로 가는 대로 갈 수밖에 없는 신세이다. 外部의 壓迫, 內部의 軋轢, 게다가 生活의 不安이 이처럼 日甚하여가는 處地로서는 姑息之計가 오히려 當然한 일이라 할 것이다.

古來로 朝鮮人은 日用語 中에 「글쎄」라는 語를 가장 많이 쓴다. 前日 舊 朝鮮時代에는 글쎄 宰相까지 있다는 말을 聞하였다. 아니 이것이 곧 今日 朝鮮을 此境에 致케 한 것이 아니냐? 이 「글쎄」라는 말 한마디에 朝鮮人의 缺点을 모조리 드러낸 것이다. 英國民의 가장 자랑으로 하는 말은 「예스」와 「노-」를 分明히 하는 것이라 한다. 이와 反對로 우리는 흔히 글쎄 二字를 쓴다. 美國서 歸來한 某氏의 談에 彼等은 恒言에 슈어-(Sure)를 쓴다고. 이것이 亦是 美國의 興旺을 말하는 것이 아니냐? 支那人의 「만만디」는 오히려 우리 「글쎄」보다는 有力한 말이다. 그러하다. 만만디는 어느 意味로 持久性을 表示하는 듯 하다. 자, 이 「글쎄」라는 말을 例로 써보라. 「너는 이것을 해라」 「글쎄」, 너 이것 아니? 「글쎄」, 할 수 없단 말이냐? 「글쎄」, 알지 못한단 말이냐? 「글쎄」, 이것이야말로 熟鹿皮에 曰字이다. 자는 것도 아니오 깬 것도 아니다. 죽은 것도 아니오 산 것도 아니다. 없지도 않고 있지도 않다. 贊成도 아니오 反對도 아니다. 都是 糢糊, 曖昧, 姑息, 苟安의 態度이다. 權利도 義務도 責任도 經綸도… 다 없다. 그저 「글쎄」다.

혹 무슨 主張이 있는가 하고 찾아보면 그저 글쎄다. 무슨 運動을 한다고 떠들어도 未久에 그저 글쎄이다. 그 産物獎勵는 어찌되었소? 글쎄. 民立大學은 어찌되었나? 글쎄. 아모團, 아모會, 아모黨은 다 어찌 되었노? 글쎄. 昨日도 글쎄, 今日도 글쎄, 東에도 글쎄, 西에서 글쎄, 그저 글쎄 뿐이다.

我의 隣家에 十歲 가량 되는 女兒 一名이 있는데, 누가 무슨 말을 묻든지 對答은 꼭 한가지다. 가령 네 姓이 무엇이냐? 도때, 이름이 무엇이냐? 도때, 몇 살이냐? 도때, 네 아버지는 무얼 하니? 도때, 네 집이 어디냐? 도때………

무슨 말을 묻던지 그저 도때이다.

우리 朝鮮人의 無責任, 無自覺, 無經綸의 生活은 果然 彼女兒와 彷彿하다.

試問하노니 우리 朝鮮人 中에 果然 責任觀念, 義務心, 經綸, 計劃이 있는 이가 幾人이나 되는가? 아니 없으면 없다고 分明히 表示하는 者가 幾人이나 되는지? 「知하는 것을 知한다고, 知치 못하는 것을 知치 못한다 함이 ○知하는 것이라」고 孔子는 言하였다. 「是한 것은 是라 하고 否한 것은 否라만 하라」고 基督은 云하였다.

眞理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復活할 道가 改造의 方策이 別件 異常한 것이 아니다. 우리 日常談話에서부터 爲始하여 一生의 大事業에 至하자. 우선 우리말 가운데에서 「글쎄」라는 한마디를 떼어버리자. 이것이 곧 改造復活의 基礎요, 獨立自尊의 表徵이라 한다.

우리 社會에는 今日 어디를 가보던지 모두 글쎄 아닌 것이 없다. 무엇을 마땅히 改造하여야만 할 것이 있어도 글쎄―하고 그만둔다. 그리하여 모든 機關은 기름이 다 마르고 흘게가 빠져서 인제는 저절로 靜止狀態에 至케 된다.

우리 社會는 마치 古池의 水와 같이 幾百千年來의 汚穢物이 沈澱하여 있다. 그런 때문에 어떤 고기 한 마리가 조금만 運動을 하면 그만 池底의 沈澱物이 일어나서 水面이 溷濁하여진다. 人은 此를 觀하고 大驚大怪하여 此를 捕殺하여 버린다. 그리하여 아무쪼록 水面을 靜止케 하려고 한다. 이것이 마치 破傷風에 겉만 合瘡을 식히려 함과 같다. 이 沈澱物을 名하여 曰 宗敎, 曰 倫理, 曰 道德, 曰 무엇…이라 한다. 그러나 其實은 宗敎, 道德, 倫理… 等의 本體精神은 벌써 어디로 埋沒하였는지 알 수도 없고, 그것들의 殘骸와 排泄物만 堆積하여 있다. 今日 우리가 가장 重要하게 알고 唯一의 生○이 붙은 줄로 知하는 敎育도 벌써 贅物이 되려한다.

今日 우리가 이 敎育을 그대로 식히는 것은 너무도 奢侈品을 購入하는 것이다. 第二世 國民으로 하여금 너무도 無氣力, 不生産的, 劣等遊民을 만들어 준다.

이런 줄을 不知함도 아니면서도 아직~그런 대로 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글쎄………

이것이 所謂 「姑息의 民」이 아니고 무엇이냐?

大智者가 못되거든 차라리 大愚者가 되어라. 愚翁이 山을 移하고 愚者가 虎를 捕함은 看過치 못할 實例이다. 우리는 이 姑息苟安의 嗜眠病을 根治하기 前에는 他에 活路가 없다. 아! 可憐하다. 姑息의 民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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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동교회 역사와 관련이 있는 몇 가지 자료를 여기에 올립니다.      자      료  연   대 비          고 2  12인의 장서(복사본과 정서본)  1919년 3월  안동교회 90년사 85-91쪽 참조 2  결석한 교인에 보내는 편지  1930년대(?)   3  김창제 선생의 육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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