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순
2007.10.10 21:36

소 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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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Ⅳ

 

84×69. 한지에 수묵담채.  1994.


지나치는 들녁에 근사한 뿔을 가진
암소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가까이 다가서니 좀처럼 다른 소들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거친 숨소리가 달려드는 파리떼들을
더욱 귀찮아 하는 듯 신경질적이었다.
다가가도 다가서지 않는 남다른 암소…
한참을 보니 만삭의 소였다.
그리하여 저렇듯 저돌적 눈매에 거친 모습과 고통스러운,
그러나 역시 한국의 어미소다운 듬직성이 엿보였구나 싶었다.
사람의 만삭보다 더 애처러운 암소의 만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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