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바조
2011.06.09 17:59

카라바조 - 엠마오에서의 저녁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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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avaggio

엠마오에서의 저녁식사(Supper at Emmaus)

1601, Oil on canvas, 141 x 196 cm, National Gallery, London

 

<엠마오에서의 저녁식사>

<엠마오에서의 저녁식사>에 등장한 세 사람은 로마의 허드레 식당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낡고 초라한 오사림의 평범한 중년남자들이다. 일상 속으 성스러움을 추구하던 카라바조의 로마 중기 종교화의 특징이 잘 드러나 있다. 카라바조는 이 당시 로망의 곤고한 일상과 정확한 현실을 종교화로 옮기는 데 몰두하고 있었다. 평범한 사람들을 성자로 변화시키는 작업이 바 그것이었다.

화면 오른쪽에서 두 팔을 벌린  채 놀라움을 표시하고 있는 중년남자의 가슴에 조개껍질이 달려 있다. 조개껍질을 단 사람은 당시 로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전통적인 성지 순례자의 표시였다. 남루해보이기까지 한 이 세 남자들 사이로, 그림 우축 상단에서부터 부활한 예수가 신비로운 빛을 받으며 실의에 찬 제자들을 위로하고 있다. 평범한 식탁 위에, 로마 가정의 저녁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음식이 예수를 중심으로 놓여있다. 이 음식들은 로마 어디에서든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이탈리아 음식이다. 하얀 식탁보 위로 반사되고 있는 밝은 빛은 이들 네 사람을 감싸고 있는 어둠과 강렬한 대비를 이룬다. 마치 제자들의 비통과 절망을 상징하듯 그들은 사각의 어둠 속에 갇혀 있지만, 부활한 예수의 출현으로 그들에게 새로운 구원의 빛이 다가오고 있는 순간이다.

<엠마오에서의 저녁식사>에서 우리는 중세교회를 장식했던 전통적인 예수의 모습과 다른 예수를 만나게 된다. 수염이 없고 다소 통통한 얼굴의 젊은 청년, 그가 십자가의 고통을 짊어졌던 예수의 모습으로 등장하고 있다. 중세 미술에서 예수의 성스러움을 상징하는 후광도 보이지 않는다. 카라바조의 예수는 자신의 설교에 귀기울여 줄 것을 호소하는 젊은 설교자처럼 진지한 자세로, 관람객들을 향해 오른손을 힘차게 내밀고 있다. "그렇게 보고 있지만 말고 그림 속으로 들어 오라"고 초대의 손길을 내미는 듯하다. 화면의 오른쪽에서 부호라한 예수를 알아 보고 놀라는 제자의 왼손 역시 관람자의 손을 금방이라도 잡을 듯 사실적으로 그려져 있다. 카라보조는 <엠마오에서의 저녁식사>를 통해서 단순히 부활한 예수를 제자들이 알아보고 감동한 것을 묘사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림의 관람자에게 부활한 예수를 알아보고 그가 내밀고 있는 구원의 손길을 좀 잡아보라고 호소하고 있다.

김상근 <이중성의 살인미학 카라바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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