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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07 17:37

최후의 만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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틴토레토(Tintoretto, 1519-1594)

최후의 만찬(Last Supper)

1592~1594 / 유화 / 캔버스에 유채 / 569x366cm / 성 조르조 마가오레 교회 소장

 

틴토레토가 평생 가장 많이 그린 주제 중 하나가 [최후의 만찬 Last Supper]이다. 그는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한 1547년부터 사망한 해인 1594년까지 적어도 8번 이상 이 주제로 그림을 그렸다. 대부분의 그림은 스쿠올레 델 사크라멘토(Scuole del Sacramento)라는, 성찬을 지키는 것에 사명감을 갖고 있던 평신도 단체를 위해 그렸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 이후의 화가들에게 그의 [최후의 만찬]은 중요한 준거가 되어, 만찬의 식탁은 화면과 평행하게 놓였고, 그림은 예수가 유다의 배신을 예고하는 순간을 포착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틴토레토가 초기에 그린 [최후의 만찬]은 레오나르도의 틀을 거의 따르고 있었으나, 점점 자신만의 관심사와 양식의 특징이 드러났고, 1594년에 산 지로르지오 마지오레 교회를 위해 그린 [최후의 만찬]은 그 고유의 특징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림에서 만찬의 식탁이 대각선으로 놓인 것은 화면의 깊은 공간감을 선호한 그의 화풍과도 연관있지만 그림이 설치된 장소와도 관련이 있다. 레오나르도의 작품을 비롯해 식탁이 화면과 평행을 이루는 [최후의 만찬]은 보통 수도원 식당의 정면 벽에 설치되었는데, 틴토레토의 이 작품은 채플의 오른 쪽 벽에 설치되었던 것이다. 채플 입구로 들어서는 사람들에게 그림의 식탁은 정면으로 보이는 효과를 낸다.

그림이 묘사하는 장면은 전통적인 ‘배신 예고’ 순간이 아니다. 예수는 성찬 예식을 거행하는 사제처럼 사도들에게 빵을 먹이고 있다. 이는 종교 개혁 이후에 가톨릭의 입장에서 중요해진 성찬식이라는 주제를 강조한다. 화면 오른쪽 바닥에는 대야와 수건이 놓여 있는데 이는 제자들의 발을 씻어준 예수의 행위를 연상시키는 것으로, 이 시기 교회와 단체가 두 가지 주요한 덕목으로 내세웠던 겸손과 자선을 예수가 모범적으로 보여줬음을 알려준다. 화면 왼쪽 아래 구석에 지팡이를 짚은 거지가 등장하고, 사도의 행색이 초라한 것 역시 성스러운 가난과 겸손의 미덕, 그리스도 안에서의 평등이라는 메시지를 보여주기 위한 장치이다. 사도들의 개성이 묘사된 레오나르도의 그림과 달리, 사도들의 용모가 개별적 특징을 보이기보다 몸 동작만으로 구별되며 집단의 일원으로서, 같은 기적을 체험한 사람들로서, 그림이 보여주는 종교적인 드라마의 구성 요소가 되는 것도 틴토레토 종교화만의 특징이다.

그림을 서민적이고 대중적으로 보이게 하는 또 하나의 요소는 만찬이 베풀어지는 장소이다. 같은 시기 베로네제가 같은 주제로 그렸던 그림이 보여주는 귀족적이고 화려한 향연과 극단적으로 대조되게, 틴토레토의 만찬장은 서민들이 사는 집의 지저분한 부엌 한 구석 같은 느낌을 준다. 오른 쪽 아래에서 음식을 준비하는 조연들이 주연인 예수와 사도들보다 더 크게 그려져 시선을 끌고 관람자를 그림 속으로 안내해 들이는 역할을 한다. 그림 속의 여성이 든 접시의 흰색 음식은 화가가 구약을 주제로 한 그림에서 하늘에서 유대인에게 떨어진 만나와 같은 모양이다. 그것을 거부하는 몸짓으로 뒤를 보이고 선 남성이 전하는 메시지는, 구약의 음식 즉 옛 계약이 신약의 음식 즉 예수가 먹이는 빵으로 대체되었다는 것이다.

이 작품에서도 가장 밝은 빛은 가장 중요한 인물인 예수의 몸 뒤에서 나온다. 사도들도 몸 뒤에서 빛을 발하고 이들의 영적인
빛이 어두운 공간을 밝히고 있다. 천장에 매달린 화로에서 나온 빛과 연기는 천사의 모습으로 변해 역시 한 화면 안에 여러 층위의 실재가 공존하는 틴토레토 특유의 화풍을 보여준다.

김진희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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