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바조
2007.10.11 02:08

카라바조 - 의심하는 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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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avaggio

의심하는 도마

1602~1603, oil on canvas. Sanssouci, Potsdam, Germany

<엠마오에서의 저녁식사>에서 보이던 세사림이 다시 <의심하는 도마>에 그 모습을 두러내고 있다. 여전히 무식하고, 천박해 보이는 사람들이 호기심 어린 눈으로 부활한 예수의 상처를 살피고 있다. 부활의 실체를 의심하던 제자 도마는 마치 "당신이 진짜 그 십자가에 못박혀 죽은 예수인가요?"라고 물으면서 예수의 상처를 더 깊이 찌르고 있는 모습이다. 그 순간 고통스러운 듯, 예수가 도마의 팔을 붙잡고 있다. 이를 지켜보는 관람객들은 숨을 죽일 수밖에 없다. 십자가의 고통과 부활을 의심하던 자신의 모습이 카라바조의 그림 속에서 상처를 찌르고 있는 의심 많은 도마로 표현되고 있기 때문이다.

어둠 속에서 구원의 빛이, 그림<의심하는 도마> 상단 오른쪽으로부터 상처 입은 예수의 몸 위로 쏟아지고 있다. 작품 중앙의 예수를 둘러싼 세 사람의 모습은 마치 길거리의 동냥꾼을 연상시킨다. 이들은 곤고한 일상의 반복에 지친 듯, 부활한 예수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자신의 고통과 십자가의 고통을 비교해보고 있는 모습이다. ...카라바조의 도마는 정말로 예수의 부활을 믿지 못하겠다는 듯 두 눈을 부릅뜨고 상처를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 그리고 초라한 옷차림의 예수는 그렇게 깊이 찌르면 너무 아프다는 듯,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도마의 손을 붙들고 있다. 마치 "너희들이 직접 만져 보라"고 하는 것처럼 카라바조는 의심 많은 도마의 시선을 관람객의 시선과 일치시킨다. 하나님은 저 멀리 계신 것이 아니라 우리 가까이에서 상처받은 모습으로 다가와 있음을 손으로, 눈으로 직접 확인시켜주고 있는 것이다.

카라바조의 <의심하는 도마>는 단순히, 부활의 기적을 믿지 않는 세상 사람들의 나약한 믿음을 비판하는 데 머물러 있지 않다. 카라바조는 의심하는 사람들, 비천한 사람들의 나약한 믿음을 어둠으로 상징화하면서 동시에 그들의 나약한 믿음을 극복할 수 있는 구워느이 길을 제시하고 있다. 그 구원의 길은 오로지 예수 그리스도에게 쏟아지고 있는 은혜의 빛줄기에 있다. 카라바조의 그림 <의심하는 도마>는 바로 '빛을 통한 구원의 계시'를 상징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김상근 <이중성의 살인미학 카라바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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