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바조
2007.10.11 02:14

카라바조 - 목자들의 경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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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avaggio

목자들의 경배(

1609, Oil on canvas, 314 x 211 cm, Museo Nazionale, Messina

메시나의 외곽에 세워진 카푸친 수도회(Monastery of S, Maria la Concezione)에서 그려진 카라바조의 <목자들의 경배>에서 우리는 폐쇄된 공간 안에 있는 지친 표정의 한 여인과 배고파 칭얼거리며 엄마의 뺨에 얼굴을 갖다대고 있는 한 아기를 만난다. 예수의 탄생을 경배하기 위해 찾아온 목자들의 모습도 남루하기는 마찬가지다 벗겨진 머리, 어깨가 다 드러난 앙상한, 주름 가득한 얼굴에서 우리는 시칠리아의 가난과 카라보조의 착잡한 심경을 함께 목격한다.

카라바조의 <목자들의 경배>에는 그 어디에도 천군천사가 등장하지 않는다. 하늘의 신비도, 우주적 선포도 없다. 카라바조는 구름 탄 천군천사의 등장을 과감히 생략하고 그 자리에 대신, 소와 당나귀를 그려넣었다. 아기 예수가 산고의 고통에 지쳐 있는 엄마의 가련한 뺨에 얼굴을 대고 있는 공간은 협소한 마구간에 불과하고, 긴 여행과 출산의 아픔을 견뎌낸 성모는 초라한 시골 아낙네의 모습이다. 초라하게 드러난 어깨와 맨발의 목자들을 통해 우리는 그들의 비천한 사회적 신분을 헤아릴 수 있다. 그저 녹슨 농기국 옆에 성 가족이 가지고 온 것으로 보이는 허름한 여행용 가방만이 놓여 있을 뿐이다. 목자들이 바라보고 있는 '인간이 되신 하나님'은 평범하다 못해 불상해 보이는 갓난아기의 측은한 모습이다.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다 빈치와 보티첼리, 그리고 매너리즘을 대표하는 틴토레토에게 성육신의 사건은 우주적이며 범인류적 사건이었지만 카라바조의 <목자들의 경배>에 나타난 성육신(Incarnation)의 신비는 몇몇 초라한 개인들이 만들어낸 개인적 사건이었다.

김상근 <이중성의 살인미학 카라바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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