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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07 17:53

그리스도의 십자가 처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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틴토레토

그리스도의 십자가 처형 Crucifixion

1565년 / 캔버스에 유채 / 536cm×1224cm / 스쿠올라 그란데 디 산 로코, 베네치아

 

틴토레토의 작업 속도는 전설적이다. 76세까지 산 긴 작업 기간 동안 대작을 많이 맡았기 때문에 그가 한 작업의 양은 작품 수보다 작품의 면적을 따져봐야 한다. 그의 붓이 지나간 캔버스의 넓이는 3500m²에 달해서, 한 비평가는 그의 붓을 빗자루에 비유하기도 했다. 그의 작품이 가장 많이 모여있는 곳은 그가 회원으로 활동하기도 한 스쿠올라 그란데 디 산 로코(Scuola Grande di San Rocco)다. 이곳을 장식할 작품의 주문을 얻는 데 누구도 따라올 수 없이 빠른 그의 작업 속도가, 약간 부도덕하게, 이용되었다. 본래 스쿠올라에서는 경쟁을 통해 적임자를 뽑기 위해 화가들에게 스케치를 제출하도록 했는데, 틴토레토는 다른 화가들이 스케치를 제작한 기간에 유화를 완성시켜서 그림이 놓일 자리에 설치해 버렸다. 문제가 되자 그는 작품 가격을 지불할 생각이 없으면 그것을 기증하겠다고 했고, 기증품을 거절할 수 없는 규약이 있었던 스쿠올라는 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결국 그는 1564년부터 1588년까지 이 건물의 여러 방에 신구약 성서와 마리아의 일생 등을 주제로 한 3십여점의 그림을 그리게 되었다. 그 중 [그리스도의 십자가 처형 Crucifixion]은 가로가 12미터를 넘는 대작으로 (엘 그레코가 세계 최고의 그림이라고 극찬한 바 있는) 그의 대표작이다. 스쿠올라 그란데 디 산 로코는 전염병에 대한 치유의 힘을 가진 성 로크를 수호 성인으로 하는 조직으로 1478년 베네치아를 휩쓴 역병 이후에 창설되었다. 1527년과 1571년에도 베네치아에 전염병이 돌면서 회원이 급증해 16세기 말에는 가장 부유한 스쿠올라가 되었다. 이 단체는 아직도 활동 중이고 이 회관을 장식한 틴토레토의 그림도 원래의 상태 그대로 전시되고 있다.

[그리스도의 십자가 처형]이 설치된 방은 그림이 걸린 쪽의 면이 긴 방이라, 맞은 편 벽에 기대 서도 그림이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래서 이 그림을 감상하는 것은 대형 스크린이 설치된 극장의 객석 가장 앞줄에 앉아서 영화를 보는 것과 비슷하게, 관람자가 화면에 파묻혀 그 일부가 된 듯한 느낌을 주고, 그림의 전체 구도와 함께 세부의 디테일도 모두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그림은 예수가 십자가에 달려 죽어가는 장면을 보여준다. 중앙의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와 시선을 맞추는 것은 예수의 오른쪽, 대각선을 만들어 관람자에게 예수를 주목하게 만드는 십자가에 달린 ‘선한 행악자’다. 그에게 예수가 한 말 “오늘 네가 나와 함께 낙원에 있으리라”는 이 단체가 자선과 기도의 효력에 대한 믿음의 근거로 중시했던 구절이기도 하다.            
그림에는 예수의 죽음을 전후해 시차를 두고 벌어진 일들이 한 화면에 모아 보여지고, 도상과 내러티브가 결합되어 있을 뿐 아니라, 서로 다른 층위의 실재가 함께 나타나 있다. 이는 틴토레토 그림 전반에서 발견되는 특징이기도 하다. 십자가를 세우는 사람들은 물리적인 노력을 보여주고, 예수의 옷을 두고 제비뽑기를 하는 사람들은 세속적인 관심사에 몰두하고 있고, 그리스도의 죽음을 슬퍼하고 혼절하는 중앙 하단의 그룹은 영적인 지향을 보여준다. 이 그림에서 가장 비현실적인 것은 예수가 발하는 빛이다. 하늘은 이미 어두워졌기 때문에 그림의 광원은 화면 상단 중앙의 그 빛이다. 틴토레토의 그림에서는 자연광이 거의 없거나, 있더라도 가장 중요한 인물의 뒤쪽에서 나오는 초자연적인 빛에 압도된다. 번개불과 같은 이 빛은 화면의 등장인물들에게 거친 붓질로 묘사된 흰색 하이라이트를 만들어, 감전된 것 같은 느낌을 주며 이들의 극적인 행동을 강조하고 그림을 긴장된 에너지로 가득 채운다.
            
김진희 /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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