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바조
2007.10.11 02:14

카라바조 - 성 마태의 소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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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avaggio

성 마태의 소명(The Calling of Saint Matthew)

1599~1600, Oil on canvas, 322x340cm, Contarelli Chapel, Church of San Luigi dei Francesi, Rome  

카라바조는 <성 마태의 소명>을 그리면서 자신의 원래 화풍으로 과감히 돌아선다. 성서에 등장하는 인물의 이야기를 자기가 살고 있던 일상의 이야기로 서슴없이 전화시켰던 그의 독창적인 화법이, 처음으로 대형 제단화에서 표현되기 시작하였다. 세리 마태가 소명을 받는 장면이 로마의 일상적인 장면으로 옮겨졌다. 카라바조는 로마의 혈기 왕성한 젊은이들이 벌이고 있는 도박판, 어수선한 선술집 풍경을 마태의 소명 장소로 포착했던 것이다. 여기서 사용되는 '어둠의 방식'인 테네브리즘은 이 중요한 순간의 긴장감을 높여주는 최대 도구이다. 카라바조는 빛과 어둠의 극명한 대비를 통해 죄인 마태를 부르시는 구원자 예수의 모습을 강렬히 표현하고 있다. 구ㅜ언의 빛은 로마의 도박판에도 임하고 있음을 알리고 있다.

"누구, 나 말입니까?"

자신의 손가락을 가리키며, 어리둥절해 있는 마태의 모습은 로마 시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도박꾼이나 협잡꾼, 혹은 건달의 모습이다. 그 모습은 방탕과 폭력을 일삼고 있던 카라바조 자신의 모습이기도 했다. 화면 전체에 감도는 칠흑같은 어둠은 온갖 횡포와 방탕을 저지르고 있는 로마의 건달들 마음 속에 내재해 있는 일말의 죄의식과 무관하지 않다. 이러한 어둠을 가르며 한 줄기 구원의 빛이 죄인 마태의 얼굴로 쏟아지고 있고, 그 빛줄기를 따라 예수가 구원의 손길을 뻗고 있다. 이 그림을 바라보는 미술사가 헬렌 랑돈의 감상법은 카라바조의 <성 마태의 소명>이 의도하던 신앙적 핵심을 잘 표현하고 있다.

"빛과 어둠의 작용은 심각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등장인물들은 어둠에 휩싸여 있으며, 어두운 벽의 넓은 공간은 등장인물들 위를 내리누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마치 감옥을 연상하듯, 어쩌면 이 곤고한 세상의 삶이 유한할 수밖에 없음을 상징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 어둠은 반대편 벽으로부터 비쳐오는 날카로운 빛줄기에 의해 절단된다. 예수 그리스도의 손이 그 빛줄기를 따르고 있고, 그 밝은 빛줄기는 빛을 향해 얼굴을 돌린 성 마태에게로 쏟아지고 있다. 빛은 하나님의 계시가 임하고 있음을 상징하고 있다."

<성 마태의 소명>에 등장하는 맨발의 예수 그리스도는 어둠 속에서 오른손을 들고 세리 마태를 부르고 있다. 예수 그리스도의 손은 화면의 오른쪽 상단에서 쏟아지고 있는 한 줄기 빛과 평행을 이루며 마태를 향해 뻗어 있다. 르네상스 미술에 어느 정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어두운 벽면을 배경으로 그려져 있는 그리스도의 손이 미켈란젤로의 작품 <아담의 창조>에 그려져 있는 아담의 손가 닮아 있음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카라바조는 이 그림을 통해 예수 그리스도가 '제2의 아담(고전15:22)'이라는 신학적 통찰을 정확히 표현하고 있다.

만약 <성 마태의 소명>에 베드로로 보이는 제자가 예수 그리스도 앞에 서 있지 않았다면, 카라바조의 이 그림은 너무나 '종교개혁적'인, 그러니까 '개신교적'인 그림이 되었을지 모른다. <성 마태의 소명>은 교회의 전통이나 사제의 중재적인 역할 없이 하나님의 구원의 은총이 일개인에게 직접적으로 임한다는 '종교개혁적' 신학사상을 잘 담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수 그리스도의 펼쳐진 손과 신비로운 빛으로 표현된 하나님의 구원의 은총을 중재하는 사도 베드로의 출현은 카라바조의 그림이 가지고 있는 가톨릭적 입장을 잘 대변해주고 있다. 베드로로 보이는 제자의 손짓은 예수 그리스도의 손짓과 거의 흡사하다. 첫 번째 교황 베드로는 예수 그리스도의 손짓을 반복하고 있다. 도상학적 의미에 따르면 그리스도와 베드로의 손짓은 전총적으로 무엇인가를 설명하는 자세이다. 따라서 카라바조는 이 작품을 통해 로마의 도박판에도 하나님의 구원의 빛이 임하고 있다는 점, 예수 그리스도가 제2의 아담이란 점, 그리고 베드로가 예수 그리스도의 대언자라는 사실을 한꺼번에 표현하고 있다.

<성 마태의 소명>은 카라바조 작품의 중요한 분기점이다. 처음으로 대형 제단화(322x340cm)를 완성하면서, 화법상의 문제를 극복하고 이미지 전달을 성공적으로 수행했기 때문이다. <성 마태의 순교>를 처음 시작할 때 경험한 혼선은 더 이상 일어나지 않았다. 카라바조는 대형 제단화를 처음 주문받고 당홯했지만, 빨리 적응했고 다시 완벽한 작품을 완성해냈다. 한 번의 실수는 있었지만, 실수의 반복은 용납하지 않았다. 그는 <성 마태의 소명>, <성 마태의 순교> 이 두 작품으로 단번에 이탈리아 최고 화가로 등극하게 된다.

김상근 <이중성의 살인미학 카라바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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